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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대상 성인문해교육 현장에 가보니~

2022.05.30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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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 능력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다. 이러한 문해 능력은 모든 교육의 토대가 되는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으로 개인이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하는 기본 전제가 된다. 따라서 인간의 성장, 사회경제적 발전, 민주주의 가치 실현을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초 능력이며, 모든 국민이 가져야 할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성인문해교육기관에서 한글을 배우는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있다.
성인문해교육기관에서 한글을 배우는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문해 능력이 갖춰져 있지 않은 성인들이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2020 성인문해능력조사’ 결과에 의하면, 18세 이상 성인 인구 중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성인은 약 200만 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성인 인구의 4.5%에 해당한다. 

그런데 내 생각엔 4.5%에 해당하는 연령대가 대부분 65세 이상의 노년층일 거라고 본다. 초등학교만 정상적으로 졸업해도 웬만한 글자를 읽고 쓸 수 있다. 현재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어서 청년이나 중장년층은 문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노년층은 사정이 다르다. 

지금의 노년층이 10대였던 시절은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이다. 내가 어릴 적에 할머니가 늘 신세 한탄하듯 말씀하신 게 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셨던 할머니는 초등학교 문턱에도 가보질 못하셨다. 그래서 할머니는 나를 포함한 손주들에게 배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셨다.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은 성인문해교육기관이다.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은 성인문해교육기관이다.


2022년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을 통해 전국 456개 문해교육기관을 지원하고 있다.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을 대하니 문득 어릴 적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잠시 숙연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제된 지금 성인문해교육기관을 방문해서 어르신들의 교육 현장을 지켜보기로 했다.

한글수업이 있는 날, 어르신들이 강의실에 앉아서 강사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한글 수업이 있는 날, 어르신들이 강의실에 앉아서 강사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은 성인문해교육기관이다. 어르신 대상으로 주 3회 한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오전 10시 50분부터 문해 교육이 시작된다. 보슬비가 내려서 우산을 쓰고 외출해야 하건만, 어르신들은 지각생 없이 미리 출석해서 수업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책상 위에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큰글자책이 놓여 있다.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80세에 개인전을 열고, 100세에 세계적인 화가가 된 모지스 할머니가 쓴 자서전이다. 뒤늦게 한글을 배우는 어르신들에게 격려가 될 법한 책이다.

이 책을 펼쳐 먼저 박미영 강사가 한 문장씩 읽으면 어르신들이 강사를 따라서 한 문장씩 큰소리로 읽는다. 유창하게 읽진 못해도 어르신들의 목소리에서 학업을 향한 열의가 느껴진다. 책을 따라 읽을 때 손가락으로 한 글자씩 짚어가면서 또박또박 읽는 분도 있다.  

윤집득 어르신이 자신의 이름으로 3행시를 발표했다.
윤집득 어르신이 자신의 이름으로 3행시를 발표했다.


국가문해교육센터에서 제작한 교재를 펼쳐서 강사의 설명을 듣고 난 뒤 어르신들이 강사를 따라서 문장을 읽어보고 문장 속의 단어를 찾아서 일일이 적어보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 중이다. 오늘은 여러 단어를 포괄하는 공통 단어를 배우는 시간이다. 예를 들면, 소파, 장롱, 테이블을 일컬어 가구라고 한다. 코로나19로 복지관에서 비대면 수업용으로 별도 제작한 학습지도 어르신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어르신이 학습지의 문제를 풀면서 낱말을 익히고 있다.
어르신이 학습지의 문제를 풀면서 낱말을 익히고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어디를 가든 조심스럽고 또 코로나19에 걸릴까 봐 무섭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복지관을 다녀도 안심이 된다고 한다. 그동안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많은 분들이 수고해 준 덕분이라면서 의료진에게 고맙다는 인사말도 잊지 않았다.

윤집득 어르신은 강의실 교육생 중 최고령자인 93세다. 80세부터 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어르신은 처음엔 내가 이 나이에 무슨 공부를 할까, 공부가 내 머리에 들어갈까라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하지만 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우면서 신기하게도 글자가 머리에 들어왔다면서 웃는다. 어르신은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내 이름 석 자인 윤집득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정말 좋아요”라고 한다. 그는 “복지관 선생님들이 더 가르쳐 주려고 애쓰시는데 여기서 배우고 뒤돌아서면 자꾸만 글자를 잊어먹어요”라면서 “그래서 복지관에서 배운 글자를 집에서도 읽고 쓰는 연습을 해요”라고 한다. 

전옥금 어르신이 공책을 펼쳐서 한글 쓰기를 연습했다며 보여주고 있다.
전옥금 어르신이 공책을 펼쳐서 한글 쓰기를 연습했다며 보여주고 있다.


전옥금(79) 어르신은 작년부터 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한글을 배우면서 답답한 마음이 해소되어서 좋다고 한다. “간판의 글자를 모르니까 나 혼자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멀리 외출할 수 없었어요”라고 말하는 어르신은 “한글을 익힌 뒤 나 혼자 전철도 타고 버스도 타봤어요”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정정애 어르신이 학습지를 들고 자신이 쓴 글자를 읽고 있다.
정정애 어르신이 학습지를 들고 자신이 쓴 글자를 읽고 있다.


정정애(88) 어르신은 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운지 어느새 10년이 흘렀다고 한다. “내가 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운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받침 있는 글자를 쓰는 게 어려워요”라고 말문을 연다. “그동안 은행에서 돈을 찾으려고 해도 내 이름 석 자를 쓸 수 없어서 은행 직원에게 대신 적어달라고 했어요. 또 우리집에 고지서 같은 게 와도 내가 글을 읽을 수 없으니 딸이나 손주가 오기를 기다려서 읽어달라고 했어요”라면서 그동안 한글을 몰라서 생활하기 불편했던 점을 말한다. 지금은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쪽지에 써서 전해줄 만큼 한글 실력이 늘었다고 한다.

김순업 어르신이 글자를 또박또박 쓰고 있다.
김순업 어르신이 글자를 또박또박 쓰고 있다.


김순업(73) 어르신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으니깐 좋아요. 코로나19 때 복지관이 문을 닫는 바람에 전화로 수업을 받았던 적이 있었어요. 그땐 선생님의 설명을 제대로 못 알아들어서 힘들었어요”라고 말한다. 그는 “한글을 알아가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전에는 글을 읽고 쓰는 상황이 생기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늘 주눅이 들어 있었거든요”라고 말한다.

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우는 어르신들은 이구동성 세 가지를 당부하듯 말한다. 첫째,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복지관에 나와서 한글을 공부하고 싶다는 것, 둘째, 나이 들어서 공부하기 힘든데 이렇게 한글을 가르쳐주는 복지관이 있어서 감사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지금의 학생들이 공부를 게을리하는 모습을 보면 살아가면서 답답해서 힘들 텐데 하는 마음에 안타깝다는 것이다.

보조교사가 뒤에서 지켜보다가 어르신에게 다가가 일대일로 다시 설명해준다.
보조교사가 뒤에서 지켜보다가 어르신에게 다가가 일대일로 다시 설명해준다.


65세 이상 노년기에 접어든 어르신들은 어릴 적 가난해서 초등학교 문턱에도 가보질 못했고, 젊었을 적엔 먹고 사느라 바빠서 한글을 배울 여유가 없었던 분들이다. 그분들이 뒤늦게 한글을 배우고 익힐 수 있게 된 것은 성인문해교육 덕분이다. 

너무 늦은 때란 없는 법이다. 더구나 100세 시대다. 각 시도별 평생교육진흥원과 전국 곳곳에 성인문해교육기관이 있다. 아래의 국가문해교육센터에서 성인문해교육기관을 찾아볼 수 있다. 내가 방문한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도 성인문해교육기관으로 어르신을 위한 한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문해교육센터 : https://www.le.or.kr/index.do 




윤혜숙
정책기자단|윤혜숙
geowins1@naver.com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저만의 감성으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이메일 연락처: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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