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중순에 지금 거주하는 서울 서대문구로 이사했다. 그런데 아직 동네 전통시장을 가본 적이 없었다. 코로나19로 식자재 대부분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했고, 가끔 외출했다 귀가하는 길에 동네 마트에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어서 동네를 산책하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 탁 트인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빠르게 걸으니 코로나19 이전처럼 제대로 운동하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 보니 발길 닿는 대로 걸어 다니고 있다. 며칠 전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발길이 전통시장 입구에 머물러 있었다.
독립문영천시장은 남문에서 북문으로 이어지는 일자형 구조의 시장이다. |
독립문영천시장(이하 영천시장)을 알리는 아치형 출입구가 보였다. 이름처럼 독립문 가까이에 있다. 남문에서 북문까지 일자형 구조의 시장이다. 영천시장 북문으로 나오면 교차로가 있다. 교차로의 건널목을 건너면 독립문이 있고, 서대문형무소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있다.
시장 안에 ‘2022년도 문화관광형시장’ 선정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서대문역 방향에서 독립문 방향으로 연결됐다. 좌우에 가게가 즐비하다. 아주 오래된 전통시장이지만 내가 그동안 상상하고 있었던 그런 전통시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쾌적한 환경과 정돈된 가게를 보면서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그러다 ‘2022년도 문화관광형시장’ 선정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린 것을 보았다. ‘뭐가 달라도 다르다’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준비된 시장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소상공인진흥공단과 함께 문화관광형시장을 선정하고 있다. 지역 문화, 관광자원을 연계하여 시장 고유의 특장점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시장이 활성화되어 고객들이 많이 유입되면 시장 상인들의 매출이 올라가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시장 바닥에 ‘금연전통시장’을 알리는 안내문이 있다. |
영천시장은 처음엔 서대문형무소 근처에 떡과 이불을 팔던 가게에서 출발했다. 형무소에 면회 오는 사람들이 떡이나 이불을 사서 형무소 안에 들여보냈다. 그러다 1960년대 서대문형무소 주변이 재개발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서울을 대표하는 떡 도매시장으로 유명했던 영천시장이 벌써 50여 년 넘는 역사를 지닌 오래된 전통시장이 되었다.
주택가 인근에 있어 인근 주민들이 애용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골목형 전통시장이다. 서울시는 서대문구 영천시장길 38 일대를 지난 2021년 ‘7월의 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 약 198개의 점포가 운영 중인 대규모 전통시장으로 점포의 40%가 떡볶이와 꽈배기 등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다.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이 꾸려져서 2년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
영천시장이 문화관광형시장에 선정된 요인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마침 시장 입구에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 사무실이 있어서 방문했다. 김우남 사업단장이 궁금해하는 점들을 하나씩 알려줬다. 영천시장이 ‘2022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된 요인이 궁금했다.
우선 지원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지원 요건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2조를 따른다. 첫째, 전통시장 및 상점가 중 상인 조직 및 특성화 역량을 보유한 곳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지난 2015년부터 서대문구청이 영천시장을 대상으로 종합지원사업을 수행해왔다.
스마트폰으로 독립문영천시장 전용몰에서 온라인 장보기도 가능하다. |
또한 임대인, 임차인 간 상생 협약이 50% 이상 이루어져야 한다. 나중에 시장이 발전하게 되면 덩달아 건물주가 혜택을 볼 수 있다. 건물주인 임대인이 임대료를 한꺼번에 많이 올리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시장 상인들이 이곳에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상인회 가입률, 상인회비 납부율, 온누리상품권 가맹률(취급률)이 각각 80% 이상이어야 한다. 영천시장은 앞서 언급한 지원 요건을 충족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서대문구청과 상인회 등 이해관계자의 노력이 있었다.
화재 발생시 신고구역이 설정되어서 서대문소방서와 긴밀히 연계하고 있다. |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다다익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영천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다다익선 캠페인은 지난 2019년부터 전통시장 서비스 개선을 위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결제 편의, 원산지·가격표시, 환경개선, 온누리상품권 유통, 화재·안전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실천해 왔다.
2022년 올해 추진하는 다다익선 2.0은 기존의 5개 실천 분야와 ESG 전략(환경·사회·지배구조)을 연결하고 있다. 예를 들면 모바일 결제 수단 활용도를 높여 고객의 결제 편의를 도모하면서 종이 영수증을 없애거나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등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벌여서 전통시장도 ‘2050 탄소중립’에 따른 친환경에 동참하겠단 의지다.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되면 2년간 중기부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지역 특색(문학, 관광, 역사)과 연계한 관광 코스, 체험, 축제 등 문화 콘텐츠 개발, 시장의 대표상품을 개발, 또는 개발 완료된 대표상품의 홍보·마케팅, 판매 증대를 위한 특화사업, 시장 고유의 주제를 발굴하여 노후화된 시설·공용공간 등의 활용도 제고 및 고객 만족도 증대를 위한 디자인 재생 등을 추진한다.
시장의 중앙에 시장 알림판과 안내도를 비치해 두고 있다. |
영천시장만의 특색은 뭐가 있을지 여쭤봤다. 시장통의 구조가 일자형이다. 서대문역 방향에서 독립문 방향으로 하나의 골목길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좌우를 살피면서 물건을 구경하기 좋다.
내가 그동안 다녀본 전통시장은 대부분 길이 사방으로 나 있어서 복잡해 보였다. 내가 원하는 가게나 물품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여러 번 시장 안을 헤맸던 적도 많았다. 이곳은 일자형 구조인데다 시장의 입구 및 중간에 안내도를 배치해두고 있다. 시장 안이 복잡하다면 안내도를 보아도 가게를 찾아가기 어려울 텐데 이곳은 달랐다.
종합쇼핑몰처럼 다양한 업종의 가게가 입점해 있다. |
또한 시장 안 점포의 구성이 다양하게 구색을 갖추고 있다. 종합쇼핑몰과 흡사하다. 대부분 전통시장하면 먹거리를 떠올릴 만큼 식자재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곳은 편의시설도 여럿 갖추고 있다. 시장 안에 문구점, 애견용품 가게, 약국, 병원, 카페 등이 있다. 또한 점포 뒤편에 음식점이 있어서 시장에서 한 끼의 식사도 가능하다. 따라서 남녀노소 누구든 시장에서 쇼핑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독립문영천시장 북문에서 교차로를 건너면 독립문이 있다. |
전통시장은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 접근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영천시장은 독립문역 교차로 부근에 있어서 시장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외지인이어도 버스나 전철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서 시장을 방문하기 수월하다.
영천시장은 주변에 안산자락길이라는 자연경관, 독립문 등의 역사적 자원이 있다. 장을 보러 오는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인근의 다양한 자원과 연계한다면 지금보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영천시장을 둘러보니 현재의 시장도 청결하고 쾌적해서 좋은데,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이 진행된다면 또 어떻게 진화할지 기대가 된다. 매월 15일을 ‘영천데이’로 정해서 축제 같은 이벤트를 연다고 하니 매월 15일이 기다려진다.
중소벤처기업부 문화관광형시장 : https://www.semas.or.kr/web/SUP01/SUP0113/SUP011302.km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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