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신화! 대학을 가지 않고도 자기 꿈을 펼쳐 성공한 사람 얘기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인 1980년 전후로 고졸 신화가 많았다. 집안 형편으로 대학 대신 일찍 사회로 진출해 성공한 동기도 있다. 당시에는 상업계나 기술계 고등학교가 인문계보다 더 인기가 많았다.

대학을 가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학만이 성공의 관문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학의 역할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어렵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나와 일찍 사회 진출을 꿈꾸는 고등학생도 많다. 이런 학생을 위해 6월 2~3일까지 국내 최초 2022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엑스포가 열렸다.

국내 최초 2022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엑스포가 열렸다.

2022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엑스포는 교육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주최하고 기획재정부,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후원해서 열린 행사다. 첫날,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엑스포를 참관했다. 오전에 갔는데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인산인해다. 코로나19 이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곳을 가기는 처음이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위해 사전 예약자만 입장할 수 있다. 나는 사전 예약 후 방문했다. QR코드로 예약을 확인 후 입장했다.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4, 5홀에 고졸 인재를 채용하려는 공기업, 대기업, 금융계, 직업계 및 특성화고 등 총 205여 기업이 참여했다.

고졸 인재 브이로그(V-log) 공모전 시상식에서 18명이 수상했다.

입장 후 안쪽 메인 무대를 보니 많은 학생이 몰려 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고졸 인재 관련 브이로그(V-log) 공모전을 했는데, 우수작품 시상이 열리고 있었다. 예상보다 많은 학생이 우수한 작품을 제출해 심사위원 모두 놀랐다고 한다. SNS에 익숙한 세대답게 톡톡 튀는 영상을 제작해 교육부장관 상장과 상금 등 18명이 수상했다.

채용기업 104개 사(인재 채용 68개 사, 온라인 채용 36개 사) 등 수많은 부스가 마련됐다. 가장 인기 있는 부스는 어디일까? 학생들이 몰려 있는 곳은 금융계 부스다. 시중 은행 부스 앞에 상담을 받으려고 긴 줄 대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내 동기도 대학 대신 상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장까지 마친 후 퇴직했다. 퇴직 후에도 경험과 경력을 살려 지금은 금융 컨설턴트로 활동한다.

고졸 인재 엑스포에서 금융계 부스가 단연 인기였다.

상담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여학생들을 만났다.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한소연, 권민서, 전원담, 이서현 양이다. 상업계 고등학생은 1학기 말부터 취업 시즌이다. 학생들은 코로나19로 걱정했는데, 이런 대규모 고졸 인재 채용엑스포가 반갑다고 한다.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한소연, 권민서, 전원담, 이서현 양이다. 학생들은 취업 시즌에 고졸 인재 채용엑스포를 열어줘 감사하다고 했다.

한소연 양은 “고졸 인재 엑스포가 열린다고 해서 와보니 생각보다 부스가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면접 등 취업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이런 기회를 마련해줘서 감사합니다. 대학도 취업이 어려운데 고등학교는 솔직히 더 어렵죠. 이런 상황에서 정부나 기업이 고졸 인재를 위해 이런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저에게 좋은 기회입니다. 채용 면담, 면접 팁 등을 알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엑스포에서 인기를 끄는 부스가 또 있다. 대한민국 국군 부스다. 육군, 해군, 공군은 물론 해병대도 있다. 해병대 부스에 남학생도 많지만, 여학생도 많다. 이곳도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다. 대한민국 국군에 남녀 장벽은 없다.

대한민국 육해공군, 해병대 상담 부스도 인기가 많았다.

공군 부스에서 여학생이 상담을 받고 있다. 공군은 고등학교 졸업자를 대상으로 연 3회 부사관 후보생을 모집한다. 상담을 받는 여학생을 보니 관심이 많다. 상담 후 공군 부사관에 지원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지원한단다. 그 바람대로 꼭 합격했으면 좋겠다.

VR 체험과 상품 등 다양한 이벤트가 학생들의 눈길을 끌었다.

상담 부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VR 체험이나 이벤트도 많다. 이벤트에 참여할 때마다 상품도 받는다. 학생들은 VR 체험을 하며 취업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는다. 코로나19 시대에 취업의 문을 뚫기 위해 이곳까지 온 것만 해도 대견스럽다.

요즘 고등학교 취업률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12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자료가 있다. 2021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 결과 취업률은 55.4%다. 코로나19로 취업·고용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2020년 50.7%에서 4.7%p 증가한 55.4%로 나타난 것이다.

코로나19로 취업 여건이 어렵지만 고졸 취업률은 상승했다.

정부도 고졸 취업자를 위해 많은 정책을 마련했다. 한국장학재단이 고등학교 졸업 후 중소/중견 기업에 취업하면 고졸 취업연계 장려금 400만 원을 지급한다. 고용노동부는 만 15세 이상 34세 이하를 대상으로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시행한다. 2년간 300만 원(매월 12만5000원)을 적립하면 정부가 취업지원금 600만 원, 기업이 300만 원(정부 지원) 해서 2년 후 총 12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지자체마다 다양한 고졸 지원정책이 있다.

고졸 인재 취업을 위한 누리집 ‘고졸만잡’ 첫 화면이다.

고등학교 졸업자만을 위한 채용 누리집(고졸만)도 있다. 누리집에는 일자리지원실, 기업지원실, 취업정보실, 지원금신청실 등 다양한 정보가 있다. 채용공고는 물론 위에서 소개한 고교 취업연계 장려금, 현장실습 지원금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볼 수 있다.

고졸 인재들이 학력을 넘어 디지털 인재가 되길 기대한다.

학력과 스펙만이 취업 조건은 아니다. 이제 실력 중심의 시대가 왔다. 대학을 가지 않고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지금은 다르다고 얘기할지 모르지만, 고졸 인재 엑스포에 가보니 많은 학생들이 고졸 신화를 꿈꾸고 있었다. 고졸 인재들이 학력을 넘어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이끌어갈 창의·융합형 인재가 되길 기대한다.

고졸만잡(중앙취업지원센터) https://job.kosaf.go.kr

정책기자단|이재형
rotc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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