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사회적기업이요. 간단히 말해 사회적 목적을 우선하면서 영업하는 기업으로 알고 있어요.”
“예비사회적기업은 또 뭔가요?”
“예비사회적기업은 지자체장이 정하는 건데요. 현재 사회적기업에 일부 요건이 충족하지 못 하나, 향후 인증을 받을 수 있을 기업이에요.”
지난 연말 즈음, 창업을 고려하는 지인이 사회적기업에 관해 물어왔다. 지인은 ‘예비사회적기업’과 ‘사회적기업’에 관해 알고 싶어 했다. 난 그간 다녔던 사회적기업 박람회 등을 통한 풍월을 말해줬다.
두레생협에서 진행한 사회적기업 주간 이벤트에 참여해봤다. |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증을 받아 취약계층에게 사회 서비스 혹은 일자리 등을 제공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과 같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며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와 같은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으로 정의한다.
매년 7월 1일은 사회적기업의 날이다. 특히 올해는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지 15주년을 맞는 해라 더 뜻깊다.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 주간을 맞아, 7월 4일부터 7월 17일까지 전국 72개 스토어 36.5 협력매장에서 새활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도 함께한다. 7월 22일까지 e-스토어 36.5 누리집(www.sepp.or.kr)에서 사회적기업 제품을 초특가로 판매한다. 사람들에게 친환경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친환경 사회적기업이 가진 사회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취지다. 매장 별로 새활용과 리필스테이션, 업사이클링 체험 및 상품 이벤트 등이 진행된다.
36.5 협력매장인 두레생협 녹번역점을 방문했다. |
오가다 본 스토어 36.5 협력매장이 떠올랐다. 마침 필요한 제품도 있길래 장바구니를 들고 매장을 찾았다. 은평구 두레생협 녹번역점에는 ‘스토어 36.5 새활용데이 행사’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초록빛을 머금은 글씨부터 환경과 벌써 좀 친숙해진 듯싶었다.
매장 안에는 공정무역 제품과 친환경 용품 등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커다란 통에 들은 EM 발효액, 주방세제 등은 용기를 가져와 구매하게 돼 있었다. 한쪽 편에는 콩과 양파 등 채소 및 잡곡류를 필요한 만큼 직접 담아가는 친환경 농산물 코너가 있었다.
직접 담아가는 친환경 농산물은 포장을 줄여 환경과 비용에 큰 도움이 된다. |
무엇보다 매장 곳곳에 제품에 관한 설명이 적혀 있어 이해를 도왔다. 소방관의 옷을 이용해 만든 가방에는 실제 화재 진압 당시 얼룩이 남아있었다. 세탁해도 없어지지 않는 흔적은 오히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치가 되기도 한다. 가방을 판매한 수익금 일부는 암 투병 소방관을 돕게 된다.
소방관의 옷과 벨트 등을 새활용해 만든 가방. |
장애인이 만든 비건 가방은 또 어떨까. 동물 가죽이 아닌 닥나무를 이용한 식물성 한지로 만들어 지속가능한 환경을 추구한다. 그들은 가방을 한 땀 한 땀 만들면서, 좀 더 뿌듯한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제품을 구매하면 가방 안에 담긴 그들의 행복까지 받을 듯싶다.
매장에는 사회적기업 및 친환경 제품들이 가득했다. |
“저런, 용기 없는 두부 찾으셨구나~ 용기를 가져오면 할인했더니, 금방 다 팔렸어요. 혹시, 콩국물은 어떠세요. 진하고 고소해서 여름철에 마시면 무척 시원하거든요.”
매장에는 활기찬 목소리가 넘쳤다. 그 배경에는 김월란 점장과 박서현 팀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친근함이 한몫했다.
용기내는 장날이 열렸을 때.(사진=두레생협 제공) |
이곳에서는 주말 장터나 강의 등을 열고 있다. 사람들은 즐겁게 사회에 공헌하는 친환경 제품을 접하고, 장애인들이 만든 물건과 만난다. 종종 구청에서 현수막을 받아 장바구니를 만들거나 양말목으로 공예를 해보며 친환경을 배운다. 그렇게 쓰다 보면 좋은 걸 저절로 알게 돼 빈 용기를 들고 다니면서 구매한다고. 더 좋은 점은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면서 사회적 가치도 함께 얻는달까.
마술처럼 보자기가 예쁜 가방으로 탄생했다. |
아이와 함께 온 엄마의 카트에는 친환경 과자와 음료가 들어있었다. 계산을 마친 어르신은 가져온 장바구니에 감자와 영양제를 담고 있었다. 나도 제주도에서 온 주스와 간식용 젤리 등을 넣다 보니 예상보다 구매할 게 많아 가방이 작았다.
매장에는 장바구니와 쇼핑백 및 공병 등을 모으고 있다. |
“미처 가방을 준비 못 한 분들을 위해서 보자기나 가방을 모으고 있어요.” 입구에 놓인 카트에는 보자기와 장바구니 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설마 보자기에 싸서 가지고 가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보자기를 몇 번만 묶으면 되거든요. 자 여기에 담아가세요.”라고 말한다.
보자기를 하나 집어 든 점장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마술을 보여줬다. 쓱쓱 묶었을 뿐인데, 보자기는 어디서도 살 수 없는 근사한 가방이 됐다. 나도 모르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머나, 제 가방보다 더 낫네요. 이거 작품인데요.”
구매 후, 스크래치 복권으로 3등 상품인 수세미를 받았다. |
사회적기업 주간 이벤트인 새활용데이 행사에도 참여했다. 2만 원 이상 구매하면, 꽝 없다는 스크래치 복권을 뽑아 친환경 용품을 받을 수 있었다. 뽑기 운이 없는 난 3등을 했지만, 사실은 처음부터 받고 싶었던 수세미를 받게 됐다.
용기를 가져와 살 수 있는 주방세제, EM 용액 등. |
“매장이 사회적기업에 대한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게 가장 좋은 점 같아요.” 사회적기업에 대해 묻자 박서현 팀장이 말했다. 답변을 들으며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많이 찾는지도 궁금했다.
“저희 매장은 농산물이 특히 잘 팔려요. 오늘 아침에 가지가 100개가 들어왔는데, 바로 다 나갔거든요. 직거래하니까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양질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좋죠.” 김월란 점장도 이야기를 했다.
“아, 다른 곳에 없는 다양한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사회적기업 제품이 아직 많은 곳에 있지는 않잖아요.”
두 사람은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의 좋은 점 등에 관해 차근차근 들려줬다. 구매하면서도 좀 더 기분좋게 살 수 있는 제품, 그런 게 사회적기업 생산품 아닐까.
매장에는 가지런하게 제품들이 정돈돼 있었다. |
“아직까진 사회적기업 제품에 대한 판로가 쉽지만은 않아요. 저희만 봐도 어떤 이벤트를 만들어야 소비가 좀 이뤄지거든요. 평소에는 직원들이 매장에서 사회적기업의 취지나 장점들을 최대한 설명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상세하게 이야기를 들려준 김월란 점장과 박서현 팀장. |
무척 더운 날이었다. 매장 일을 마친 그들과 따로 시간을 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 마치고 인터뷰까지 오랜 시간 피곤했을 터, 여전히 활력 넘치는 원동력이 궁금했다. 그 비결을 묻자 그들이 말했다.
“친환경 좋은 제품을 많이 먹어서?”
“아니, 저희는 사회적기업과 소비자를 보잖아요. 의미 좋은 제품을 소개하고 팔면서 느끼는 보람이 가장 크지 않을까요.”
사회적기업 제품 특별전(e-store 36.5 연계 사회적기업 제품) : www.sepp.or.kr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누리집 : https://www.socialenterprise.or.kr/index.do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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