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요즘 참 핫하다. 오래전 드론을 처음 봤을 때, 이렇게 각 분야에서 활약하리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솔직히 아이들이 조종하는 장난감이랄까, 아니 좀 더 나아가 풍경 사진을 잘 찍어 주는 정도로만 생각했다.(물론 드론이 개발된 건 군사적, 특수적 목적이다.)
한국도로교통공사에서 쓰이는 드론과 스테이션. |
드론의 사전 의미는 조종 가능한 무인 비행물체다. 알다시피 이제 드론의 활용 범위는 예상을 넘는다. 배달은 물론, 농약을 살포하고, 사람을 구하며 사고를 예방한다. 어디 그뿐이랴. 드론쇼를 비롯해 드론 축구, 드론 레이스, 드론 낚시 등을 누리고 있다. 무엇보다 국방에서 드론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그런 기특한 드론을 국토교통부 ‘2022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를 통해 실감할 수 있었다.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 |
관객이 드론 레이스 경기를 유심히 보고 있다. |
지난 7월 15,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2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가 열렸다. 드론과 UAM(도심항공교통)의 발전을 소개하며 드론 레이스와 드론 축구 대회가 진행됐다. 또 항공 일자리 상담과 취업 프로그램, 드론 체험 등이 함께했다.
국내 최초 돔구장에서 열린 박람회. |
고척스카이돔은 기존 행사장들보다 아담해 금방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오산이었다. 행사 시간이 끝나도 난 행사장에 머물러 있었으니까.
국방무인체계 홍보관이 있어 흥미를 더했다. |
이번 박람회에서 내가 눈여겨본 건, 안전이었다. 특히 올해 박람회는 국방무인체계 홍보관이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지상, 해상, 공중 드론과 로봇 등 40여 종이 전시된 홍보관에서는 육·해·공군 담당자들이 각각 제복을 입고 설명을 도왔다.
육군
육군 전시관. |
“특성상 육군은 특전사가 직접 움직이잖아요. 그래서 군사 위치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요. 사람이 보기 힘든 먼 곳까지 볼 수 있는 드론이 참 유용하지요.” 군복을 입은 육군 담당자는 용맹스럽게 말했다.
“상대 드론도 같지 않을까요?”
“네. 그래서 방어용 드론이 있는 겁니다. 레이더로 방향을 탐지해 타격을 합니다.”
다목적 수소 드론은 놀랍게도 120시간을 비행할 수 있다고 한다. |
육군 전시관에는 폭발물을 싣거나, 조명 혹은 스피커, 카메라를 매달아 주의, 경보를 알리고 정찰하는 목적을 가진 드론들이 전시돼 있었다. 특히 다목적 수소 드론은 수소 연료전지를 사용해 120시간이나 운용할 수 있다고 해 놀라웠다.
해군
해군 전시관. |
“저희 해군은 수상, 공중, 수중 작전을 하니까 무인으로 물속에 있는 물체를 탐지하고 탐색하는 드론의 역할이 참 중요하죠.”
수중을 탐사하는 드론, 무인 잠수정. |
해군 전시관은 드론을 크게 공중 무인체계와 수상 무인체계, 수중 무인체계로 구분해 놓아 사람들의 이해를 도왔다.
공군
소형급 무인항공기를 차단하는 대응재머(왼쪽), 조류 퇴치 드론(오른쪽). |
공군에서 드론은 어떻게 쓰일까. 조류 퇴치를 하거나 기상관측, 조난자 탐색 등으로 활용된다. 특히 공군기지로 무단 접근하는 소형급 무인항공기를 차단하는 대응재머나, 그물 등을 걸어 불법 드론을 포획하는 무인항공기를 보니 약간 오싹했다.
지자체,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
박람회에는 지자체의 전시관들이 설치됐다. 국토부의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으로 선정된 지역들이었다.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은 지자체가 특성에 맞게 도심 내 드론 활용, 활성화를 위해 세부 시험과 실증 아이템 등을 제안하고 선정되면 지원을 받는다. 지역 별로 테마가 다른 사업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보는 건, 퍽 흥미로웠다.
강원도 원주시의 산불 진화 드론과 관광 드론. |
강원도 원주의 산불 진화 드론이 눈길을 잡았다. 강원도 원주는 올해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에 선정됐다.
“산불은 작게 일어나도 순식간에 번질 수 있잖아요. 드론이 관찰하며 실시간으로 AI 플랫폼에 영상을 보내죠. 만약 연기가 감지되면 알람을 울려 출동하게 됩니다.” 담당자가 설명했다.
“드론의 어떤 점이 유용할까요?”
“산 전체를 광범위하게 볼 수 있죠. 바람이 불면 산불 방향을 잡기 어려운데요. 드론은 높은 곳에서 보니 방향을 알기 쉽잖아요. 또 야간에 자동화시켜 놓으면 자동 순찰하고 AI가 확인하니까요. 사람의 수고를 좀 덜어준다고나 할까요.” 강원도 원주에서는 하반기에 이 드론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외에 세종시, 전주시, 인천시 등도 흥미롭게 보였다.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에 선정된 지자체. 전주(왼쪽), 세종(오른쪽). |
산림청
“드론이 산 지형을 탐지해 지리적 정보를 진화대원에게 알리면, 훨씬 빠르게 현장으로 갈 수 있어요.” 산림청 재해대응팀 담당자가 말했다. 이렇게 일을 많이 시켜도 되나 싶을 만큼, 드론은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산림청에서 산불 진화 등에 사용하는 드론. |
진화 드론은 물통이 무겁단다. 그렇지만 물통이 많아야 진화 효과가 커 물통을 많이 싣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배터리 시간을 늘리고 통을 가볍게 만드는 게 목표다. 특히 산불이 나면 진화대원이 볼 수 없는 부분은 물론 불의 진화 속도나 방향, 특히 인근 중요한 주요시설 등을 알려줘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소방청
사람을 구조하는 드론. |
소방청은 드론을 겹쳐 전시할 만큼 다양한 드론을 선보였다. 사람을 들어 나르는 드론이 왠지 듬직해 보인다.
소방 드론은 소방 펌프차와 함께 출동한다. 저층이라면 소방대원이 호스를 들고 가는 게 빠를 수 있단다. 그렇지만 고층은 어떨까? 아무래도 시간이나 체력적으로 손실이 크다. 이럴 때 드론이 유용하다. 아직 협의 단계에 있단다.
소방청에서도 드론은 정찰이나 수색 같은 관제용으로도 활용한다. 사람을 구조해 안전지대로 옮기는 드론이 그렇다.
박람회 개회식이 열리고 있다. |
앞서 개회식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025년 UAM이 서울 도심에서 첫 비행을 하고 2030년에는 드론 택시가 일상적인 대중교통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토부는 8월 말까지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람회는 알찼다. 핵심만 콕콕 보여줘 유익했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돌 때마다 드론에 관한 지식도, 흥미도 올라갔다. 그런 궁금증이 채워지면서 새로운 기대감이 생겨났다.
드론 레이스와 드론 축구를 하는 패기 넘치는 선수들과 응원하는 시민들. 전공은 아니지만, 드론에 관심이 있어 와봤다는 어느 대학생의 심도 있는 질문에 감탄했다.
응급대원이 육군 영상을 열심히 보고 있다. |
무엇보다 응급출동 옷을 입은 소방대원이 육군 전시관에서 영상을 집중해 보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모두가 여러모로 드론과 좀 더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박람회장 풍경을 보고 나니 ‘드론, 활용을 넘어 문화로. UAM, 상상을 넘어 현실로’라는 슬로건이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드론. 한발 더 성큼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