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요즘엔 주변에서 어지간하면 찾아보기 힘든 코로나19 비감염 가족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만 3년이 다 되어가고 지인들도 한 번쯤은 거쳐 간 코로나를 다행히 우리 가족은 피하고 있다. 물론 무증상이거나 그 증세가 경미해서 모르고 지나쳤는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아이가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오고 이틀 뒤 저녁 무렵부터 미열이 나기 시작했다. 가까이 지내는 같은 반 친구가 현장체험학습 다음날 코로나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검사를 했지만 분명 음성이었다. 혹시 몰라 다시 검사를 했지만 여전히 결과는 음성. 체온은 37도에서 38도 사이를 오가지만 밥도 잘 먹고 컨디션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인근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니, 목에 염증이 있어 열이 나는 거라며 해열제와 콧물약 등을 처방해주었다. 주말에 여행 계획이 잡혀 있어 갈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말엔 집에서 쉬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감기 환자들로 한 시간 대기 후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
하지만 아이의 열은 떨어지지 않았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독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월요일에 다시 소아과에 방문했더니 이럴 수가! 9시에 문을 열어 얼른 진료를 받아야겠다 생각하고 8시 40분에 갔는데 이미 앞에 20명의 대기 환자가 있었다. 독감 예방접종을 서두르는 엄마들에 여기저기 아이들 재채기 소리와 칭얼대는 소리가 소아과 대기실을 가득 채웠다. 한 시간 이상 기다림 끝에 독감 검사를 했고 결과는 양성이었다. 그리고 변이에 변이를 거듭한 코로나도 피했던 우리 가족은 아들을 시작으로 줄줄이 독감에 걸리고 말았다.
나는 독감으로 인해 근육통과 미열, 인후통을 한 이틀 세게 앓은 뒤 지금은 호전 중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는 처음에 ‘목이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토할 것 같다’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했지만 별 탈 없이 잘 이겨냈다. 그런데 문제는 평소에도 골골대던 남편이다. 허리가 아프다며 한 이틀을 꼼짝 없이 누워서 지내더니 이후에는 식은땀도 나고 몸살 기운이 있다며 전기매트까지 켜고 잤다. 그리고 일주일이 되는 오늘까지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고 있다.
증세는 익히 들어온 코로나 증상과 별반 다르지가 않다. 미열과 몸살, 인후통 등으로 우리 가족이 혹시 몰라 사용한 코로나 자가검사키트만 해도 10개쯤 된다. 단순히 코로나가 아니라고 건강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감기 진료를 하는 모든 병원에서 독감 검사를 하고 있지는 않다. |
사실 나는 독감 예방접종을 매해 챙기지는 않았었다. 평소 감기에 잘 걸리지 않고 건강하다는 이유로 기회가 되면 주사를 맞고 아니면 말고 식이었는데 이번 독감을 겪으면서 예방접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로 지난 2년 간 나처럼 독감 예방접종에 소홀했다면 더욱더 말이다. 내 생에 처음 겪는 독감은 생각보다 굵고 진했다.
나는 일단 부모님께 감기 증상이 없을 때 얼른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시라고 전화를 드렸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몸이 호전되는 대로 총출동해서 예방접종을 받을 생각이다. 이번에 독감에 걸리고 알게 된 건데, 독감 검사를 실시하는 병원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당연히 감기 진료가 가능한 모든 병원에서 독감 검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일부 병원에서만 진행하고 있었다. 게다가 요즘은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열이 올라도 코로나로 인해 응급실 가는 일도 여의치 않다. 독감 예방접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질병관리청도 지난 9월 4~10일 독감 의심 환자가 1000명당 5.1명으로 유행 기준인 4.9명을 초과했다면서 지난 9월 16일에 전국 독감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시기도 예년의 11∼12월보다 훨씬 이르다.
지난 9월 21일부터는 어린이·임신부·65세 이상 어르신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생애 첫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어린이를 시작으로, 10월 5일부터는 만 13세 이하 어린이 중 1회 접종 대상자와 임신부, 이어 10월 12일부터는 만 75세 이상 어르신 등 연령대 별로 무료 접종을 시행한다. 지정된 동네 병·의원(위탁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실시하는데, 주소지에 관계없이 전국 어느 곳에서나 무료로 접종이 가능하다.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시행 일시.(출처=질병관리청) |
지금 학교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멈췄던 아이들의 현장체험학습이 이어지고 있고 전국의 명소에는 이 가을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코로나로 지쳤던 마음의 빗장을 열기 전에 독감 예방접종부터 받는 건 어떨까? 우리 가족의 경험에 의하면 이번 독감 정말 독하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명진 uniquekm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