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을 키우며 일하는 엄마가 문화생활에 투자한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코로나19로 잠시 일을 쉬고 가정보육까지 도맡아 했던 지난 3년 동안은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나를 버티게 한 것은 평생교육바우처였다.
평생교육바우처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해 저소득층 성인의 평생교육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교육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경제적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성인 학습자에게 학습 선택권을 보장하는 교육복지 정책으로 지원자로 선정되면 연간 35만 원까지 사용할 수 있다.
평생교육바우처는 두 아이를 가정보육하며 코로나19를 극복하는데 큰 위로가 되어줬다. |
내가 평생교육바우처를 알게 된 것은 코로나19로 실직한 친구 때문이다. 경력 단절을 극복하고 재취업에 성공해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친구는 갑작스런 실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몇 달 뒤, 평생교육바우처를 통해 평소 관심 있던 정리수납 전문가 과정과 회계 자격증을 취득하고 더 밝아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모습에 자극을 받아 지난해 가정보육을 하면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아이들이 낮잠 자는 시간을 활용해 평생교육바우처로 영어와 한국사를 수강하며, 온라인으로 자기계발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코로나19로 외출도 쉽지 않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배움의 갈증을 해소하며, 잊고 살았던 제 2의 꿈을 설계하는 기회도 잡을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부대끼면서도 하루 1~2시간씩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나에게 투자할 수 있어 삶의 활력이 됐다.
올해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19가 일상 속 거리두기로 자리 잡으면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는 매일 학교에 가게 됐고, 두 돌이 된 막내도 어린이집을 다니게 됐다.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됐지만 아이 둘과 함께 출퇴근 하느라 나를 보살필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 2년 차 평생교육바우처 수강생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뻤다.
매주 목요일에는 평소 듣고 싶었던 영어 동화 구연 과정도 들으며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
마침 지난해 평생교육법 개정으로 모든 국민이 평생학습권을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되면서 올해부터 지역 곳곳에 오프라인 기관이 늘어났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문화센터에서도 평생교육바우처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사실 가족 명의로 바우처가 선정됐다면 아이들 교육에 신경 쓰느라 나에게 투자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롯이 나만을 위해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마음껏 골라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몇 날 며칠을 설레었는지 모른다.
먼저 건강부터 챙기기로 마음먹었다. 허리 디스크가 있어 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수강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으로 매번 미루고 있던 상황이었다. 평생교육바우처를 활용해 3개월짜리 저녁 요가수업을 고민 없이 신청했다. 그렇게 9월부터 퇴근 후 이른 저녁을 먹고, 남편 퇴근시간에 맞춰 오후 8시에 요가수업을 듣고 있다.
평생교육바우처를 활용해 요가수업을 들으며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리는 요즘이다. |
하루 종일 컴퓨터에 앉아 모니터만 바라보는 내게 휴대폰과 아이들이 없는 공간에서 운동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요가수업을 듣고 나면 힘들었던 하루가 충전되는 느낌도 들었다. 허리 통증도 조금씩 줄어드니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항상 알람에 쫓겨 살던 내게 평생교육바우처 도움을 받으면서 내 일상과 마음에도 향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매주 목요일에는 평소 듣고 싶었던 영어 동화 구연 과정도 온라인 수강하며 끊임없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아이들도 엄마가 영어 공부하는 시간에 함께 책을 들고 와 읽을 정도로 덩달아 학습 분위기도 조성됐다.
주말에는 코로나19로 잠시 미뤄뒀던 사무자동화 실기 자격증 과정도 아이들의 낮잠 시간을 활용해 도전 중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늘어나는 식비와 교육비가 부담되다 보니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 사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평생교육바우처 덕에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 같았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낮잠 자는 시간을 활용해 평생교육바우처로 컴퓨터 자격증 실기반 수업을 듣고 있다. |
평생교육바우처는 지난 2년 간 내 삶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지만 끊임없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줬고,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문화가 있는 여유로운 삶까지 선물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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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