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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은 이렇게 살았다더라

2022.10.11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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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행사는 선착순 마감되었습니다.’
‘이런, 벌써?’ 

치열한 경쟁률을 또 못 뚫었다. 그렇지, 왕의 체험이 그렇게 쉽겠어? 매번 궁중문화축전을 하면, 심기일전해 티켓팅에 도전한다. 사전 조사도 충분히 했다. 선착순에 필요하다는 내공도 익혔다. 노력이 가상해선지 초반에는 간혹 당첨됐는데, 이젠 그 운마저 소진한 모양이다. 기다린 끝에 겨우 취소된 표를 구했다.

시식공감에서 여러 공연을 보며 식사를 하고 있다.
시식공감에서 공연을 보며 궁중식을 맛봤다. 


우리 때 왕릉은 소풍을 가던 곳이었다. 또 궁궐은 외국인 안내나 사생대회같은 때 갔던 것 같다. 그러다 몇 년 전, 궁중문화축전에 처음 가게 됐다. 작년 여름에는 운 좋게 창덕궁 낮잠 프로그램과 시식공감에도 갈 수 있었다. 실내가 서늘해 놀랐던 기억이 난다. 

당시 창덕궁 옥당에서 낮잠을 자는 프로그램을 체험해봤다.
당시 창덕궁 옥당에서 낮잠을 자는 프로그램을 체험해봤다.


아까운 시간, 낮잠이 올 리 만무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눈 안에 새겨넣었다. 잠을 안 잤는데도 무척 상쾌했다. 또 시식공감과 생과방에서 왕의 음식을 맛봤다. 맛도 맛이지만, 그 분위기가 꽤 마음에 들었다. 

이를 통해 궁궐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궁궐에서 왕을 좀 더 만나고 싶었다. 역사책에서 보는 업적이나, 사극에서 보는 위엄이 아닌 평상시 모습 말이다. 

울긋불긋 벌써 가을이 성큼 왔다.
울긋불긋 벌써 가을이 성큼 왔다.


코로나19가 완화된 창경궁에서는 3년 만에 ‘창경궁, 1752’가 열렸다. 시작은 슬픔부터 가득하다. 영조의 손자이자, 정조의 친형인 의소세손이 1752년 병으로 사망한다. 실제 역사다. 그렇지만 슬픔 뒤에는 기쁨이 따르는 법. 정조가 태어나며 다시금 희망이 피어난다는 내용이다. 프로그램은 통명전에서 환경전, 경춘전, 왕가의 행차로 이어졌다. 

나무로 된 호패를 받았다. 굿즈이자 입장권 역할을 해 굿!
나무로 된 호패를 받았다. 굿즈이자 입장권 역할을 해 굿!


창경궁 입구에서 입장권 대신 나무 호패를 받았다. 기념품이 될 호패를 가지고 통명전에 도착하니, 270년이 훌쩍 지났다.  

창경궁 명정전.
창경궁 통명전.


극 도중 환경전에서 영조가 기우제를 지내는 장면이 있었다. 관객과 함께 참여해 노래를 부르며 기우제를 올렸다. 갑자기 주위가 웅성거렸다. 진짜 하늘에서 굵은 비가 뚝뚝 쏟아진 거다. 

갑작스런 비로 우비를 입고 관람하는 관객들.
갑작스런 비로 우비를 입고 관람하는 관객들.


시나리오에도 없는 일이었다. 주최 측에서는 우비를 나눠줬다. 관객 중에 기우제 노래를 열심히 불렀던 아이는 영조가 친히 하사한 선물을 받았다. 관객과 소통하면서 왕의 일상이 펼쳐졌다. 

궁궐 일상재현 프로그램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궁궐 일상 재현 프로그램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연은 마지막 부분이 실제 역사와 조금 달랐다. 부자 사이가 흐뭇하다. 담당자는 영조와 사도세자 간에 화해와 희망을 담은 미래가 존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취지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영조가 정조의 탄생을 듣게 된다.
영조가 정조의 탄생을 듣게 된다.


“오늘 이렇게 여러분들과 제가 생활하는 창경궁을 둘러보니 새삼 새롭게 느껴집니다. 이곳에서 큰아이를 잃는 슬픔도 있었지만, 둘째를 얻었으니 오늘은 희망만을 이야기할까 합니다. 오늘 오신 여러분들도 희망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창경궁에서 태어나 창경궁에서 비극으로 마감한 사도세자가 마무리를 지었다. 사도세자를 만나고 싶다면, 다음을 노려보자. 

창경궁 춘당지. 어느 드라마 속 연못에 비친 얼굴로 알아보는 옛 이야기가 떠올랐다.
창경궁 춘당지.


극을 마치고 창경궁을 한 바퀴 돌았다. 그 옛날 왕이 생활하던 곳에서 오늘날 사람들은 저마다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가을이 조금씩 물든 나무는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렇잖아도 창경궁에는 특별한 나무들이 많다. 기괴하게 보이는 회화나무는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의 통곡을 듣고 줄기가 휘고 속이 비었다고 했다. 

레트로 감성 덕일까. 궁중문화체험과 조선왕릉문화제는 세대를 막론하고 인기가 높다. 궁중문화축전은 지난 7년간 38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단다. 못 간 사람들의 아쉬움 역시 그만큼 크다. 근래에는 행사 기간 중 절반은 선착순이 아닌 추첨으로 티켓을 팔거나 예약 없는 행사도 다양해졌다. 또 올해로 3회를 맞는 조선왕릉문화제도 다채롭게 진행한다. 조선왕릉문화제는 더 많은 국민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에 관심을 고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나무 윗 부분만 먼저 물들었다. 예전에도 본 사람이 있을까?
나무 윗 부분이 먼저 물들었다.


현재 아쉽게도 궁중문화축전은 끝이 났다. 왕과 당시의 생활을 체감해보고 싶다면 아직 기간이 남은 경복궁 시간여행 타임스코프나 종묘대제 제수진설 체험행사, 돈화문 수문장 호위의식을 알아보자. 또 조선왕릉문화제는 10월 23일까지 진행된다. 물론 티켓팅은 어쩔 수 없다. 왕을 만나 체험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행운을 빌어보자. 내년에는 궁궐과 왕릉서 왕과 당시 삶을 만나길 바란다. 시공이 넘나드는 재미 속에 분명 역사적인 흥미도 절로 일게 될 터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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