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또 콧물 나요. 화장지 주세요.”
10월 한 달 동안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는 번갈아가며 콧물감기를 달고 살았다. 아침저녁으로 기온 차가 큰 환절기로 인해 주위에서도 감기와 폐렴 등이 유행하는 통에 동네 소아과에는 병실이 없을 정도였다.
매년 환절기가 돌아오면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바로 독감이다. 고열과 몸살, 근육통까지 나타나는 전염성 호흡기 질환인 독감은 성인인 내가 겪어도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힘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10월 초에는 소아를 중심으로 독감 환자가 급증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청소년과 청년층 환자가 늘었다고 한다.
정부는 3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에 독감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사진=질병관리청) |
정부도 3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에 독감유행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올해 유행주의보 발령은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영유아나 학생이 인플루엔자에 감염됐을 경우 집단 내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해열제 없이 체온이 정상으로 회복한 후, 24시간이 지날 때까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및 학원 등에 등원, 등교하지 않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실내 활동이 많아지는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코로나 유행 정체기를 벗어나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뉴스를 접하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듯했다. 독감 환자가 크게 늘어날 경우 코로나 재유행과 겹쳐 겨울철 동시 유행이 우려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독감에 걸릴 경우 합병증 등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은 독감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럼 독감 예방접종은 언제 하는 게 효과적인 걸까. 독감 예방접종은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접종하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독감 유행 시기는 보통 11월과 4월인 점을 고려할 때 1차와 2차 유행을 모두 대비할 수 있는 지금이 적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백신 효과는 접종 후 2주가 지나야 나타나고, 이후 6개월 정도 지속된다.
아이가 평소 다니는 소아과에 인플루엔자 관련 안내문이 벽에 붙어 있었다. |
허겁지겁 두 아이의 컨디션이 좋은 날을 벼르다 지난 주말 독감 예방접종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백신을 맞으면 건강한 사람 기준으로 70~90%의 예방효과가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질병관리청은 독감에 걸리면 중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은 어린이, 임산부를 비롯해 어르신에게 적극적인 예방접종을 당부하고 있다.
아이가 평소 다니는 소아과 입구에서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에 대한 안내문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지난 9월 21일부터 영아를 시작으로 만 13세 이하 어린이, 임신부,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하고 있다. 예방접종에 사용되는 백신은 4가 백신으로 3가 백신보다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 종류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과 관련해 가까운 의료기관이 궁금하다면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을 활용하면 된다.(사진=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 |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은 지정된 동네 병의원이나 보건소에서 실시하며, 무료 접종 대상자라면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 어느 곳에서나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지원 기간은 어르신의 경우 2022년 12월 31일까지이며, 어린이와 임신부는 2023년 4월 30일까지이다. 가까운 의료기관이 궁금하다면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https://nip.kdca.go.kr/irhp/index.jsp)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소아과에서 열 체크와 예진표를 작성하고 나니, 의사의 건강 상태 조언에 따라 예방접종을 진행했다. 병원에서는 열이 날 수도 있으니 밤에 아이들을 잘 지켜보라고 당부하며, 다음날까지 특이사항이 없는지 잘 살피라고 안내해줬다.
만 13세 이하인 두 아이는 정부가 지원하는 독감 무료 예방접종 대상자로 울지도 않고 씩씩하게 주사를 맞았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히고 나니 월동준비가 끝난 것 같아 마음 한편이 든든해졌다. 부디 올 겨울에도 독감 없이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랄 뿐이다.
독감 예방접종을 마치고 나니 월동준비를 끝낸 것 같아 마음 한편이 든든해졌다. |
겨울철 호흡기 감염병 실내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역수칙도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호흡기 감염병 증상자와 접촉을 피하고, 올바른 손씻기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지 않는 등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방역당국은 10분간 자연 환기를 하면 감염 위험도가 38% 감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감염 위험이 높은 밀집시설에서는 하루 최소 3회, 매회 10분 이상 창문을 열어 환기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아직이라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요즘이다. 해마다 독감 예방접종에 참여하는 국민은 약 40%라고 하는데, 올 겨울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할 수 있는 만큼 예방접종이 더욱 중요한 때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