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늘 이맘때쯤이면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올해 역시 녹록지만은 않은 해였던 듯싶다. 그렇다고 힘든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 분명 우리는 미소를 지었었다. 올해가 가기 전, 기억 속 그 시간을 떠올려봤다.
실외 마스크 착용 완화 후, 청와대를 구경하는 국민들. |
실외 마스크 착용 없이 청와대에 가다
3월 방역패스가 중단됐다. QR코드로 모든 곳을 거쳐야 하던 일이 사라졌다.(언제 그랬었나 싶다) 작은 변화 하나만으로도 희미하게나마 빛이 보였다. 4월 18일 2년여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었고, 5월 2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됐다. 여전히 우린 코로나19 속에 있었지만, 조금은 숨통이 트였다.
그 무렵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청와대가 개방됐다. 기대도 못 했는데 당첨된 덕에 청와대에 방문할 수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난 국민이 누릴 공간이자, 관광명소가 생겨 좋았다. 오랜만에 즐거운 표정을 한 많은 사람을 보니, 활력이 제대로 느껴졌다. 그동안 집순이에 익숙해졌지만, 나 역시 사람들이 그리웠던 거다.
청와대를 즐기는 국민들. 이런 날이 왔다는 어르신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를 즐겁게 거닐었다. 젊은 세대는 녹지원과 상춘재의 아름다운 정원을 즐겼다. 어르신들은 저마다 추억을 이야기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돼 마스크를 벗고 청와대의 공기를 마시는 사람도 보였다. 나도 조심스레 마스크를 내려 숨을 들이켰다. 청와대 공기는 맑았고 여기저기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더없이 흐뭇했다.
K-컬처(K-드라마, K-팝, K-스포츠)의 활약
올해는 K-컬처가 더 눈부신 한 해였다.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감독상을, ‘브로커’의 송강호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오징어게임’은 또 어땠던가.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미국 최고의 권위있는 에미상을 수상하지 않았나. 그리고 난 경제효과 1조 이상을 넘겼다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의 한결같은 모습에 나 역시 맑아졌다.
광화문광장에 있는 손흥민, 황의조 선수의 입간판. |
무엇보다 우리 마음을 강타한 건, 카타르 월드컵의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였다.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오른 태극전사들의 노력이 한없이 자랑스러웠다.
비단 나뿐이랴. 전 국민이 기쁨에 울고 웃었다. 광화문에서, 각 가정에서 따로 또 같이 우리는 같은 마음이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보낸 용기에 한 해의 어려움을 잠시 잊었다. 특히 손흥민 선수의 책임감에 안쓰러우면서도 응원과 감탄을 쏟아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관광 홍보에 기여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손흥민 선수 등에게 ‘2022 한국관광의 별’ 특별상을 수여했다.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응원 장소. 이곳에서 우리는 웃고 또 웃었다. |
우주로 가는 대한민국
올해는 좀 더 하늘을 많이 본 해 같다. 6월 누리호가 우리 기술로 우주에 날았다. 8월에는 달 탐사선이 대국민 공모로 선정된 다누리란 이름으로 달을 향해 올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 달 탐사국이 됐다.
다누리가 보내온 지구(왼쪽)와 달 사진.(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
탐사선 설계와 조립, 시험, 발사에서 교신, 임무 수행 등 모든 일이 모험이었다. 다누리는 우주에서 영상과 사진을 보내왔다. 난 다누리가 보내준 방탄소년단의 끊김 없는 ‘다이너마이트’ 영상을 보며 감격했다. 왠지 우주에서 역할을 하는 다누리가 대견해 미소가 지어졌다. 다누리는 12월 27일, 예상보다 이틀 빨리 달 임무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다누리의 궤적.(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
과기정통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이 함께 만든 다누리 누리집(https://www.kari.re.kr/kplo)에 들어가면, 관련해 자세하게 볼 수 있다.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도 좋겠다. ‘천체 사진 구경만 하다가 드디어 우리도 달에 갈 수 있는 도전과 능력에 감동의 눈물이 납니다.’ 누군가가 쓴 응원의 댓글이 내게도 와 닿았다.
2023년을 맞아 광화문광장에 서있는 복 토끼. |
올 한 해 하루하루는 우리 모두에게 도전인 날들이었다. 누가 뭐래도 열심히 살아왔다. 한 해를 꿋꿋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