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속 친구 목소리는 경쾌했다. 오랜만에 듣는 음성이 밝아 나 역시 흐뭇해졌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아이 안부도 물었다. 마지막으로 본 게 중학생 땐가 싶었는데, 이번 달에 훈련소에 간단다. “벌써 군대 가?”라고 물으니 훈련만 받는단다. 의아해하자, 친구가 답했다. 

“일학습병행제를 하고 있거든. 평일에는 회사 다니고 토요일에는 대학교 가고.”   

일학습병행제가 뭐냐고 묻는 내게 친구는 도제식 교육훈련제도라고 설명해줬다. 친구의 아이는 특성화고에 다니면서 일학습병행제를 선택했단다. 내겐 아직도 그 아이의 어릴 적 모습이 아른한데, 벌써 독립해 자기 꿈을 향해 가고 있다니 대견스러웠다. 또 친구가 아이의 뜻에 따라 일찍 사회로 보낸 결정도 멋져 보였다.    

일학습병행제는 독일과 스위스식 도제제도를 한국의 실정에 맞게 설계한 도제식 교육훈련제도다. 기업에서 먼저 사람을 채용해 NCS(국가직무표준) 기반 현장 훈련을 실시하고, 공동훈련센터의 보완적 이론 교육을 통해 숙련 형성과 자격 취득까지 연계한다. 이 제도는 크게 재직자 단계와 재학생 단계로 구분된다.

친구 아이가 하는 재학생 단계는 특성화고, 전문대, 4년제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선 채용된 후 현장 직업훈련(OJT)을 받고 학교에서 이론 교육인 현장 외 훈련(OFF-JT)을 받게 된다. 재직자 단계는 입사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기업에서 현장 훈련을 받으며 현장 외 훈련을 병행한다.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잘 다녀. 자기가 원하는 일이라 좋아하네.” 

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훈련을 마쳤고 일학습병행 자격을 받았단다. 친구 이야기를 듣고 일학습병행제에 관해 흥미가 생겨 찾아보니, 좋은 점이 꽤 많아 보였다. 

기업이나 근로자 서로 만족해한다는 이야기가 이해가 됐다. 기업에서는 체계적인 현장 훈련과 사업장 외 교육 훈련을 통해 신입사원의 업무 숙련도를 높여 현장 맞춤형 핵심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근로자는 국가자격과 학위 취득은 물론 체계적인 직무 훈련이 가능하다. 또 남학생의 경우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특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 기준 기업 1만7000여 곳, 학생 11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0년 8월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학습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가자격인 일학습병행 자격의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또 행정 절차 간소화, 우수기업 인증제 등을 통해 기업 참여를 촉진하고 있으며, 미래 유망 직종 훈련을 확대하거나 잡마켓을 도입해 학습근로자가 적성과 진로에 맞는 기업을 찾도록 하고 있다. 

“처음에 월급 받았다며 봉투를 내미는데, 받을 수가 있어야지.”   

매달 받은 월급을 저축하고 자기 몫은 따로 낸다는 친구의 말에 다 키웠구나 싶어 든든했다. 일과 동시에 학습도 하는 건,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원하는 분야에서 일과 연관된 공부를 하니 능률이 오른다고 말한다. 서로 상생해서 도움과 만족을 주는 이 제도가 더 정착되고 더 많이 시행되길 기대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어도 모범답안은 다양하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 모범답안을 일학습병행제로 찾은 친구의 아이와 그 길을 가는 모든 이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고용노동부 누리집 : http://www.moel.go.kr/policy/policyinfo/young/list4.do
한국산업인력공단 누리집 : https://www.hrdkorea.or.kr/1/1/2/4
일학습병행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run_learn_hrd
한국산업인력공단 고객센터 1644-8000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