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유치원 졸업식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졸업 가운을 입고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빠 사랑해요 내 작은 마음 모두 드릴게요. 엄마 고마워요 이제는 내가 지켜 줄게요.’(‘행복의 날개’ 가사 중)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아이를 임신하고 낳아 키워온 시간이 머릿속에 필름처럼 지나갔습니다. 산부인과에서 아기의 심장 소리를 처음 들었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제 몸에 두 개의 심장이 뛰고 있다니 신비로웠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행복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피곤해도 아이가 방긋 웃으면 피로가 풀렸습니다. 더불어 주위의 관심과 도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초등학교에 입학했네요.
육아를 하면서 좋았던 일, 힘들었던 일들이 함께했습니다. 좋았던 일이요? 첫 번째, 웃을 일이 많아요. 아기는 ‘까꿍’만 해줘도 웃을 때가 있죠. 아기는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정말 사랑스럽거든요. 천사처럼 자는 아기를 떠올려보세요. 아이와 함께 길을 다니면 바라보며 미소짓는 분들을 만날 수 있어요.
두 번째, 이해의 폭이 넓어져요. 신생아를 키우면서 기억나지 않았던 부모님의 보살핌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신생아가 잠을 오래 자는데요. 한번에 쭉 이어서 자지 않습니다. 위가 작아서 수시로 먹어야 하거든요. 밤 중에 아기 울음소리에 깨서 수유를 하고 기저귀를 갈아요. ‘어머니 마음’ 노래에 나오는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를 직접 체험했습니다.
세 번째, 뿌듯함을 느껴요. 누워만 있던 아기가 뒤집고 걸어요. 옹알이만 하던 아기가 처음 “엄마”라고 불렀을 때의 감동을 기억합니다. 아이와 어린이 치과에 가서 X-레이를 찍었어요. 영구치가 잇몸 속에서 나오려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격했어요. 이렇게 아이를 키우면서 좋았기에 인류가 이어져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좋기만 하진 않았습니다. 힘들었던 거요? 첫 번째, 체력 소모가 있어요. 아이를 임신했을 때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좋을 때’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임신했을 땐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몸이 무거워서 다니기가 힘들었거든요. 아이를 낳고 나니 잠자고 화장실에 가고 밥을 먹는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가 어려웠어요. 아기를 늘 돌봐야 하기 때문이었죠. 특히 남편 퇴근이 늦거나 출장을 갔을 때 특별히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두 번째, 낯설어서 어려워요. 막달에 진통이 와서 산부인과에 갔어요. 분만대에 누워 저에게 힘을 주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 도움을 받아 겨우 자연분만했어요. 둘째를 낳을 때는 이렇게 쉽게 나오는구나 하고 당황했어요. 하하하^^. 모르는 길을 처음 갈 때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잖아요. 지금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4교시 하는 날은 12시 40분에 끝나요. 유치원 다닐 때는 오후 4시쯤 왔거든요. 맞벌이의 경우 학교에서 하는 돌봄교실이 안 되면 사교육을 여러 개 하는 현실이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세 번째, 우울한 감정이 들 때가 있어요. 저는 임신하면서 몸무게의 앞자리 수가 바뀌었어요. 아기를 낳았는데도 살이 별로 안 빠져서 슬펐던 기억이 나네요. 집으로 아기를 안고 돌아오니 약간 막막한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막내라서 갓난아이를 키우는 걸 곁에서 본 기억이 거의 없거든요. 기저귀 가는 것조차 낯설었어요.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일이 줄어들기도 해요. 아이를 키우면서 만난 관계는 핸드폰에 ‘누구 엄마’로 저장된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그래서 나의 이름을 잃어버리는 데서 오는 우울함이 있었답니다.
올해부터 정부에서 ‘부모급여’를 지급해준다고 합니다. 만 0세(0~11개월) 자녀를 둔 부모에게 매달 70만 원, 만 1세(12~23개월) 자녀를 둔 부모에게 35만 원씩 지급해준다고 합니다. 제가 첫째를 낳았던 2016년에도 지원금이 있었는데요. 부모급여보다 지급하는 금액이 적었습니다. 부모급여로 경제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어 환영합니다.
아울러 난임 지원도 고맙습니다. 서울시에서 태어나는 아이 10명 중 1명이 난임 치료를 통해 나온다고 하는데 서울시에서 올해부터 난임시술비 지원 소득 기준을 폐지한다는 소식이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돌봄교실’이 안 되면 사교육으로 가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하교 후 학교 앞에서 바로 학원 버스를 타는 아이들도 여럿입니다. 아이들은 뛰어노는 게 좋다는 데요. 하교 후 놀이터에 가서 놀다 보면 아이들이 학원에 간다며 하나둘 사라집니다. 아이가 어울려 마음껏 놀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면 정말 좋겠습니다. 참고로 지역아동센터에서 아동을 위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근처에 있으면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함을 기억하며 저부터 다른 사람의 육아에 도움을 주겠다 다짐합니다. 행복의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한지혜 soulofaqu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