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드디어 운전면허증을 반납한다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일흔이 넘은 연세라 늘 고령 운전을 노심초사했던 딸로서는 굉장히 반가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수년 전 하던 사업을 정리하며 아빠의 차도 함께 팔았지만 아빠는 늘 운전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 눈치였다. 몇 달 전, 내가 오래된 애마를 팔 때도 당신에게 넘기라며 진담 섞인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나는 하루빨리 아빠의 운전에 대한 미련을 싹둑 잘라내고 싶었다. 지인의 어머님이 80대에도 운전을 하시는데 고령이라 인터넷으로는 자동차 보험 가입이 안 될 뿐더러, 보험료도 굉장히 비싸고, 크고 작은 사고를 매번 처리하는 데 고충을 겪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화재보험사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2026년 고령자 교통사고가 2021년보다 20% 넘게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 기간 고령 운전자 사고 증가율은 25.8%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는 것이다.
나는 아빠가 운전면허를 반납하시겠다는 소식에 얼른 방법을 찾아봤다. 아빠가 거주하고 계신 인천광역시의 경우 1년 이상 인천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만 70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에게 10만 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전엔 경찰청에 운전면허증을 반납하고 지역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인센티브를 신청해야 했는데, 지금은 아빠가 직접 행정복지센터에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면 취소 처리와 함께 선불 교통카드를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이 시행되고 있었다.
사실 아빠는 나름 교통편이 잘 되어 있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차가 없어도 큰 불편함은 없다. 번거로움이 좀 있긴 하겠지만, 대신 특별히 시간을 내서 운동하지 않아도 생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10~20분 거리의 병원이나 마트 등을 오가는 일은 어르신들의 건강에도 좋다.
하지만 문제는 교통편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은 지역이다. 이에 정부에서도 고령자 운전면허증 반납제도와 더불어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교통약자들을 위한 100원 택시로 충남 아산, 보령을 비롯해 전남 순천, 인천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운행 중이다. 또 운행 노선을 미리 정하지 않고 수요에 따라 운영하는 수요응답형 대중교통도 대중교통이 취약한 지역의 고령 인구를 위한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0%를 넘어선 초고령 시대에 접어든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한다 한들 인간의 노화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순발력이 떨어지고 시야는 흐려지니 운전 실력이 젊은 시절을 못 따라가는 건 당연지사다. 나의 편의를 위해서 운전을 고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아빠가 자차를 없앤 후엔 한여름이나 유난히 추운 날, 부모님께 전화를 해본다. 혹시 외출하실 일이 있는지, 그러면 내가 시간 맞춰 가겠노라고 말이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는데, 땡볕에 버스를 기다리고 땀 흘리며 거리를 오갈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제 운전이 더 위험한 연세가 되어버린 것을. 그래도 안전한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명진 uniquekm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