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개정된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의거해 올해 1월 1일부터 공동주택 입주자는 2년마다 1회 이상 세대 내 설치된 소방시설을 직접 점검해야 한다. 미 이행 시에는 입주자 및 관리자에게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번 해부터 바뀌었다는데 4개월이 훌쩍 지났음에도 전혀 모르고 있던 상황… 관리사무소에서 보낸 안내문을 받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소방시설 외관 점검표’는 모든 세대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우편함을 통해 배부되었다. 소방청에서 제작한 영상을 보고 난 뒤 점검을 실시, 점검용 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대상인 공동주택은 층수가 5층 이상인 주택을 말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집의 위험과 안전을 스스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방청과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에서 공지한 내용을 확인해 보니, 이해하기 쉽게 개요부터 주기, 점검 방법, 고지사항 등 붙임 문서가 2개나 되는 분량으로 꼼꼼하게 적혀 있다. 2년마다 자체점검을 해야 하기에 안내 설명서를 버리지 말고 보관했다가 다시 활용하라고 당부하였다.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 온 지 어느덧 6년이나 되었는데 소방시설을 내가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이번이 처음. 공동주택에 살면서 매달 관리비를 내고 있기에 관리소만 믿었던 게 사실이다. 주기적으로 점검할 때 사이렌이 잘 울리는지 확인하는 모습을 그저 눈으로 보기만 했을 뿐이다. 

그래서 남편은 물론 초등학생 아이까지 집에 있는 시간에 맞춰 온 가족이 함께 자체점검을 실시해 보았다. 화재 사고란 어느 날 갑자기 예고 없이 찾아온다. 혹시 아빠 엄마가 집에 없을 때를 대비해서라도 우리집에 화재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아이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리라.  

가장 먼저 동영상을 시청해 보았다. 소방청TV에서 제작한 ‘공동주택 소방시설 세대점검 방법’을 검색하면 11분 30초 정도 되는 영상이 나온다.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공동주택 화재 사고,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을까? 소방청 조사에 따르면 화재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소방시설 사전점검이라고 한다. 공동주택에서 불이 났을 경우, 소방시설 작동 오류로 인해 초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큰 불로 번지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방시설법이 개정된 것.

공동주택의 준공 연도와 구조에 따라 설비가 다르기 때문에 집집마다 점검해야 할 소방시설의 종류가 다를 수 있다. 이는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확인하면 된다. 항목을 보면서 외관을 점검한 뒤 정상과 불량으로 표시하는데 우리 아파트의 경우, ▲ 자동확산 소화기 ▲ 완강기 ▲ 피난구용 내림식 사다리 ▲ 경량 칸막이가 없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 외 항목인 ▲ 소화기 ▲ 주거용 주방 자동소화장치 ▲ 스프링클러 ▲ 화재감지기 ▲ 가스누설 경보기 ▲ 대피공간까지 총 6곳을 점검하게 되었다.

소화기, 자동확산 소화기, 주거용 주방 자동소화장치, 스프링클러는 소화설비다. 이것이 1차적으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작은 불이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는 것. 복도에 있는 소화기부터 살펴보았다. 설치 장소는 습기가 있거나 직사광선이 있는 곳은 피해야 하며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안전핀이 잘 체결되어 있는지 지시압력계가 정상인 녹색 범위에 있는지 확인했다. 

스프링클러는 각 방, 거실, 주방, 보일러실에 있다. 헤드가 변형되거나 손상된 건 없는지 챙겨야 할 개수가 꽤 많다. 경보설비에 해당되는 자동 화재탐지기와 가스누설 경보기의 경우, 불량일 때 각각 연락해야 할 곳이 달랐다. 이런 정보도 미리미리 체크한 덕에 급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 

대피공간인 방화문은 문이 비틀리거나 바람이 새진 않는지 확인했다. 그동안 이곳은 여분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서늘하기도 해 쌀통과 물통을 뒀었는데 대피통로 확보를 위해 말끔하게 정리했다. 비워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긴 했지만 청소하는 걸 여러 차례 미뤘던 게 사실. 자체점검으로 마음가짐까지 새롭게 다잡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주방 자동소화장치를 확인할 차례. 안내문에는 ‘전원’과 ‘열림’에만 불이 들어와야 하는데 우리집은 ‘압력 누설’에도 불이 들어와 있다. ‘에이, 설마 우리집에 불량이 있을라고…’ 안일한 생각에 울린 작은 경고가 아니었을까? 당황스러운 마음에 관리소에 문의해 보니, 주방식 자동소화장치가 노후되어 교체할 때가 되었다는 안내를 받았다. 

가정용 주방 자동소화장치는 보통 8년에서 1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데 집에 있는 건 2013년에 만들어졌다. 때마침 시의적절하게 발견된 것. 노후된 장치는 교체할 예정이다. 소방시설 자체점검표는 불량 사항에 대해 조치를 취하고 난 뒤에 제출해야 한다. 확인부터 수리, 교체, 정비가 필요한 경우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시설을 점검한 김에 공통주택 화재 시 행동요령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 1층에 안내문이 있어서 오며 가며 읽어보고 있긴 하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학습이 되니까 말이다. 

일단 불을 발견하면 “불이야” 하고 큰 소리로 외쳐서 다른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 화재 경보 비상벨을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해서 옥외로 대피한다. 코와 입을 젖은 수건으로 막아 연기를 마시지 않도록 한다.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경우 대피공간으로 피해야 한다. 화재나 연기로부터 60분 이상 보호해 주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소화기 사용법, 화재 신고 요령, 심폐소생술을 익히는 방법 등 미리 알고 있어야 할 정보가 많다. 그러고 보니 화재 시 대피요령에 적힌 것과 소방시설 자체점검 안내문에 있는 내용이 유사하다. 올해부터 첫 시행되는 만큼 안내에 따라 점검하면서 우리집의 안전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정책기자단|안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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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책기자단 안선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