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나무와 함께 삶의 생기가 자라나는 6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지난 6월 1일부로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된 것. 일각에서는 사실상 ‘엔데믹’이 선언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엔데믹’은 영어에서 ‘풍토병’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의미로 쓰이게 됨을 반영하여 ‘엔데믹’을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감염병 주기적 유행’을 선정했다. 즉, 코로나19를 감기나 독감처럼 사라지지 않는 감염병으로 보고 그와 같이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위기단계가 하향 조정되면서 우리의 일상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먼저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적용됐던 7일 격리 의무가 5일 격리 권고로 바뀌었다. 의료기관과 감염취약시설에서도 방역당국이 부여하는 격리 의무는 사라졌으나 입원 환자나 감염취약시설 입소자에게는 ‘자발적 동의’에 따른 격리 조치가 유지될 수 있다.
격리에 따른 생활지원제도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격리 권고 전환 이후에도 입원·격리 참여자에 대한 생활지원비 및 유급휴가 비용 지원은 당분간 지속하고 지원 기준·금액은 현행대로 유지한다. 격리 참여를 희망한다면, 보건소의 양성 확인 문자에 안내된 인터넷 주소로 접속하거나 보건소에 전화 또는 대리 방문하여 양성 확인 문자를 받은 다음 날까지 격리 참여자 등록을 신청하면 된다.
의원과 약국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는 전면 권고로 바뀌었다. 다만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입소형 감염취약시설에서는 당분간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한다. 흔히 동네병원이라고 하는 ‘의원’ 말고 간판에 ‘병원’이라는 표기가 적힌 의료기관에 방문할 때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쓰면 된다. 또 PCR 검사를 위한 선별진료소는 계속 운영되지만 임시선별검사소 운영은 중단된다.
지난 3일 토요일 오후, 위기단계 완화에 따른 현장 분위기가 궁금해 한 대학병원에 방문했다. 병원 안에는 직원, 방문객, 환자 등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으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만난 병원 관계자는 “가끔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줄 알고 들어오는 분이 있지만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씀드리면 곧바로 병원 내에 있는 약국으로 가 마스크를 구매해 착용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에 따른 큰 혼선은 없다는 반응이었다.
대학병원에서 나와 의원급 병원으로 향했다. 의원급 병원 내에서는 20% 정도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벗은 사람도 쓴 사람도 서로를 개의치 않고 자기 차례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내가 방문한 병원은 신경외과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비교적 높은 진료 과목을 가진 의원급 병원에서는 여전히 내원객의 마스크 착용률이 높다고 한다.
현장 분위기를 살펴보던 중, 코로나19가 극성일 당시 심한 복막염으로 쓰러진 때가 떠올랐다. 구급차에서 열을 측정했을 때 40도에 가까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되어 격리시설로 이동했고, 곧바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음성. 그제야 나머지 검사를 받고 수술했고 입원하는 동안에는 보호자 없이 격리된 채로 생활해야 했다. 당시를 돌이켜보니 지금의 일상회복이 더 없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마스크 없는 일상은 점점 더 안정을 찾을 것이고, 한때 움츠러들었던 사람들은 더욱더 활동적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그늘에서 여전히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 않고 싶다. 지금의 일상을 충분히 즐기는 것과 동시에 손씻기와 같은 위생수칙을 잘 지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나름의 노력을 계속하려 한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오인애 okin11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