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사한 친정에 갔을 때였다. 아직 다 정리되지 않은 아버지 책상 위에 못 보던 작은 상자가 눈에 띄었다. 직사각형 남색 상자에는 ‘국가유공자 명패’라고 적혀 있었다.
![아버지 책상 위에서 본 상자.](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3.06/07/20230503_211209.jpg)
“아 전에 할아버지 명패 받았는데, 미처 문에 못 걸었구나.”
상자를 보이며 아버지가 답했다. “명패?” 심심해 하던(적어도 내 생각엔) 아이들은 처음 보는 상자를 보자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왔다. 상자 속에는 국가보훈부에서 보낸 편지와 명패가 들어 있었다.
![안을 열어봤는데 편지와 글귀가 적혀 있었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3.06/07/20230503_211249.jpg)
국가보훈부는 2019년부터 ‘국가유공자 명패 달아드리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유공자의 명예와 자긍심을 고취하고 사회적 예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34만 명의 독립, 호국, 민주 유공자들과 22만 명의 전몰, 순직 군경 등 유가족에게 순차적으로 명패를 달아드리고 있다. 나의 친할아버지는 6.25전쟁에 참전하셨다가 돌아가셨다. 사업 초반에 보훈처에 문의하자, 차례가 되면 명패를 달아준다고 했는데 코로나19가 일어나는 통에 잊고 있었다.
![국가유공자 명패 달아주기 상자에 함께 동봉한 편지.](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3.06/07/20230503_211338.jpg)
무엇보다 ‘국가는 할아버지(참전용사)의 숭고한 뜻을 잊지 않겠다’고 한 문장이 마음에 와닿았다. 아이들은 말로만 듣던 증조할아버지에 대해 명패를 통해 접하고 나니 좀 더 체감이 되는지 명패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국가유공자의 집이라고 쓰인 명패. 곧 아버지 댁 문에 달 예정이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3.06/07/20230503_213506.jpg)
명패는 깔끔한 회색 금속판에 파란 글씨로 ‘국가유공자의 집’이라고 쓰여 있었다. 또 호국보훈의 불꽃과 태극의 괘, 건, 및 훈장 등을 표현해 놓았다. 의미도 좋은데 디자인도 예뻐선지 좀 더 흐뭇했다. 이제 국가보훈부로 승격된 6월 5일부터는 새로운 디자인의 명패를 달아준다고 한다. 아직 받지 못한 유공자들은 새롭게 색을 입히고 국가보훈부라고 쓴 새로운 명패를 받게 된다.
![국가유공자 명패 상자 안.](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3.06/07/20230503_211259.jpg)
국가보훈부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유공자와 유족을 대상으로 다양한 혜택을 지원한다. 또 임시정부기념관에서는 ‘6.25전쟁 피난시절 교육의 일상’을 전시하며 김연경 선수와 토크버스킹, 호국보훈페스타, 호국보훈열차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물론 나도 예약해 다녀올 생각이다.
또 국민 인식을 고취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도 진행한다. ‘끝까지 찾아야 할 121879 태극기 배지 달기 캠페인’과 ‘제복근무자 감사 캠페인’ 등을 중점으로 추진된다. 난 예전 121879 태극기 배지 달기에 동참해 가방에 달고 다녔는데 의미있고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번에는 구성품이 더 풍성하고 맘에 들어 캠페인이 시작되면 참여할 생각이다. 아무래도 우리집 아이들부터 눈독을 들여선지 경쟁률이 만만찮을 듯싶다만.
![서울 송파구 상이군경회 소속 국가유공자들이 6월 1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립서울현충원 51묘역에서 베트남 전쟁에 함께 참전한 전우들의 묘비에 경례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3.06/09/sdfsadsfa.jpg)
또, 내가 주목한 캠페인은 제복근무자 감사 캠페인이다. 예전 누리집에서 참전용사에게 제복을 보내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번에 국가보훈부 SNS를 보니, 새 제복을 착용하고 화보사진을 찍은 참전용사들이 말하는 이야기를 쭉 읽어볼 수 있었다.
모델을 꿈꿨지만, 18세에 학도병으로 참가한 6.25 참전용사(김영환 어르신)는 말했다. 모델을 꿈꾸다 떨어졌는데, 이번에 이렇게 모델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또 외동딸로 아버지 몰래 참전하려다 들켰다는 6.25 참전용사(박옥선 어르신)도 말했다. “아버지를 설득하면서 참전했는데, 걱정할까봐 돌아서신 아버지의 눈물을 봤고 결국 임종도 지키지 못해 가슴 아팠다”라고. 모두 똑같은 흰 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할아버지는 어떤 꿈을 가진 소년이었을까. 그땐 어떤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생생한 사연들을 읽으며, 나 역시 우리 할아버지 사연이 궁금해졌다. 나라와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숙연해지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