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헌법재판소 맞은편에 ‘전통주 갤러리’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설립한 우리 술 소통공간인데 6월 한 달 동안 ‘술 품질인증제 특별전’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보았다.
술은 예로부터 우리네 삶에 함께했다. 유교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였던 제사를 위해서나 손님 접대를 위해서도 술은 꼭 필요했다. 무엇보다 지친 노동의 현장에서 휴식과 허기를 채우는 역할도 무척 중요했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빚어 대소사에 쓰이던 술이 이제 무형문화재 보유자나 대한민국 식품명인 등 일정 자격을 가진 이가 법률에 따라 제조한 ‘전통주’로 되살아나고 있다. 정부에서는 ‘우리 술 품평회’를 통해 더 발전된 전통주 생산을 독려하고 술 품질인증제도로 좋은 제품을 믿고 마실 수 있도록 보증한다. 술 품질인증은 술의 품질과 원료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품질인증을 받은 경우는 가형, 그 가운데서도 100% 국내산 농산물이 주 원료와 누룩 제조에 쓰였을 경우 나형으로 인증을 받는다.
전통주 갤러리에서 먼저 상설시음회에 참여해보았다. 상설시음회는 네이버 예약을 통해 신청하면 되는데 한 달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다. 예약한 시간이 되자 신청자들이 하나둘 갤러리를 찾았다.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술잔과 물, 퇴주잔 등이 놓였다.
6월에는 ‘여름과 함께 내 맘에 들어온 6월의 우리술’이라는 주제로 시음회가 진행되고 있는데 탁주와 약주, 과실주, 증류식 소주까지 골고루 나왔다. 처음 시음한 ‘나누우리 생막걸리’와 이어진 ‘숲향벼꽃 술도깨비’는 같은 탁주지만 주재료와 첨가물이 각각 달라서 묘한 차이가 있었다. 이름도 참 예쁜 술이었다.
제주도의 ‘오메기술’과 전북 고창에서 빚은 ‘복분자음’, 그리고 증류식 소주 ‘청혼 레드25’까지 각각의 술이 저마다의 맛과 빛깔, 향으로 잔에 담겼다. 참여자들은 실시간 QR코드를 통해 각각의 술에 대해 품평을 남기기도 했다.
품질인증을 받은 술은 대부분 우리 땅 곳곳에서 자란 곡물로 빚는다. 우리 기술과 온도와 전통으로 빚는다. 이 땅에서 살아온 시간이 문화로 이어진다. 각각의 술이 어느 지방에서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까지 얘기를 들으며 마시다 보니 오랫동안 모르고 살았던 멋이 살아나는 느낌도 들었다.
처음 찾아간 전통주 갤러리였는데 꽤 편안한 공간이었다. 특히 6월 한 달 열리는 ‘술 품질인증제 특별전’에서는 정부 인증을 받아 그만큼 품질을 신뢰할 수 있는 198개의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품질인증 대상은 탁주(막걸리)와 약주, 청주, 과실주, 증류식 소주 등을 망라한다. 이제 우리도 꽤 풍요로운 술 목록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우리 전통주가 이렇게 다양하게 많다는 걸 처음 알았다. 때와 장소에 따라 가장 어울리는 전통주를 구입하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무척 넓어졌다.
6월 행사 기간에는 상설시음회 말고도 시음이 가능하다. 매주 금, 토요일마다 예약 없이도 술 품질인증을 받은 전통주를 시음할 수 있다. 전통주 갤러리가 북촌에 있다 보니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데 술에 관한 이야기까지 곁들여 반응이 무척 좋다고 한다. 행사 기간에 품질인증 제품을 3만 원 이상 구매하면 사은품도 있다. 가끔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은품을 뽑을 수도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한식문화공간 이음’에는 전통주 갤러리 말고도 한식 갤러리와 이음카페, 식품명인체험관과 도서관 등 여러 시설이 있다. 북촌이나 창덕궁, 운현궁 등을 찾아올 때 일부러라도 들러 다양한 한식 문화를 접하며 여유 있게 차 한 잔 즐겨 봐도 좋은 곳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이선미 rosie8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