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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의 날, 화랑대 철도공원을 걸었다

2023.06.28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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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속 아이는 고개를 빼고 기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엄마는 기차 앞에 선 큰아이를 찍기에 분주했다. 

“아빠 따라 걸어 봐. 하나도 안 무서워.” 옆에서도 말소리가 들렸다. 아이가 철로에서 좀처럼 발을 내딛지 못하자 엄마가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아빠가 철로로 걷기 시작했다. 멈칫대던 아이는 무서움을 잊고 뒤따랐다. 

“오빠, 우리 다음엔 밤에 오자. 낮 풍경과 또 다를 거 같아.” 연인끼리 온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제는 다니지 않는 화랑대 철로를 가로질러 길고양이 한 마리가 건너갔다.

옛 화랑대 역이라는 표지판.
화랑대라 쓰여진 표지판.

6월 28일은 ‘철도의 날’이다. 철도의 날은 철도의 위상을 높이고 철도 종사자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생겨났다. 우리나라 최초의 정부 철도 부서 창설일이 1894년 6월 28일이란다.

곳곳에 조성된 정원들이 즐거움을 준다.
곳곳에 조성된 정원들이 즐거움을 준다.
화랑대 철도공원.
화랑대 철도공원.

‘철도의 날’ 화랑대 철도공원 만큼 어울리는 장소가 또 있을까. 이곳은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인 화랑대역이 폐쇄돼 한동안 버려진 장소였다. 지금은 커피를 마시며 책도 읽고 세계의 다양한 열차를 볼 수 있다. 폐열차 중간중간 보이는 조형물과 정원, 터널 등이 분위기를 한층 내준다. 책 하나와 물병 하나만 있어도 그림이 그려질 듯하다. 

미카5-56 뒤로 옛 화랑대 역사가 보인다.
미카 5-56 뒤로 옛 화랑대 역사가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이 지역과는 연이 많다. 그래도 정작 철도공원을 와본 적은 없었다. 화랑대 철도공원에 간다니까 지역 주민인 사무실 동료의 표정에 나타난 묘한 뿌듯함이 숨겨지지 않았다. 

눈앞에 철도공원이 펼쳐졌다.
눈앞에 철도공원이 펼쳐졌다.

400m 길이의 긴 공원에 들어섰다. 지금껏 달려온 열차들이 보인다. 이제는 숨 고르듯 우두커니 서있다. 그렇다고 주눅 든 모습은 아니다. 누가 열차는 달려야만 된다고 했나? 고요하게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맞고 있다. 열차의 이런 제2의 삶도 꽤 멋져 보인다. 

협괘열차와 내부.
협궤열차와 내부.

하늘색 협궤열차가 있다. 협궤열차는 일반 열차의 표준궤간보다 좁은 협궤철도에서 사용된 열차다. 증기기관차와 객차 2량으로 구성됐다. 교실 의자같은 빽빽한 내부가 왠지 엄숙해보인다. 

대한제국 최초의 전차 모형.
대한제국 최초의 전차 모형.

수풀 속으로 대한제국 최초의 전차 모형이 보인다. 1899년부터 1968년 11월까지 달렸단다. 조형물로 만들어진 기관사지만 움직이기라도 할 듯 활기차 보인다.

체코폐열차로 만든 트램도서관
체코 폐열차로 만든 트램도서관.

체코의 폐열차는 트램도서관이 됐다. 이국적이다. 오래전 열차는 누군가에게 멋진 풍경을 선사했을 테다. 돌고 돌아 원숙해진 열차는 이제 아이들이 넘기는 책을 지켜보고 있다.  

히로시마 전차. 양산을 쓴 여성이 신 여성같아보인다.
히로시마 노면열차.

히로시마 노면열차는 완만열차라고 적혀 있다. 완만열차라는 건, 운전사 한 명이 운임수수 같은 여러 일을 수행하는 열차다. 빨간 의자나 손잡이가 참 고풍스럽다. 곳곳에 벨을 누르라는 일본어가 적혀 있다. 눌러보면 다시금 그 풍경을 달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미카 증기기관차 2층에는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미카 5-56 증기기관차 2층에는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증기기관차 미카 5-56호에 오르니 탄수차의 흔적과 기차의 옛 사진이 전시돼 있다. 그땐 저렇게 증기를 뿜었구나. 얼마나 뜨거웠을까. 역사 속에서 잠시 석탄을 나르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노원기차마을과 타임뮤지엄도 즐길 수 있다.
노원기차마을과 타임뮤지엄도 즐길 수 있다.
1,2,3년 뒤에 보내질 우체통.
1, 2, 3년 뒤에 보내질 우체통.

이뿐만 아니다. 구경거리가 많다. 전시관으로 조성된 옛 화랑대역사와 타임뮤지엄, 노원기차마을 등을 구경하며 기차에 관해 많은 걸 보고 들을 수 있다. 또 빨간 우체통도 주목하자. 한곳에 쪼르르 세워져 있는데 1년 뒤, 2년 뒤, 3년 뒤에 도착하는 편지통이다. 단, 타임뮤지엄 엽서만 넣을 수 있다. 3년 뒤 난 오늘 여기에 왔던 일을 추억으로 떠올리게 될까. 길고 긴 철로 끝에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까. 

철도분기기(선로 방향을 전환하는 장치)와 옛 흔적들이 옛 기억을 떠올려준다.
철도분기기(선로 방향을 전환하는 장치)와 옛 흔적들.

서울과 춘천을 잇는 철길 경춘선은 우리 스스로 민족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건설됐다. 1939년 완공해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옛 화랑대역사는 근대 건축양식의 목조건축물 등록문화재 300호로 2017년 문화 공간으로 개방됐다. 2017년부터 화랑대 철도공원 조성계획이 세워지고 노원불빛정원, 트램도서관과 경춘선 숲길 갤러리 및 기차카페, 타임뮤지엄, 노원기차마을 등이 차례차례 개장됐다. 2022년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국토부 장관상을 받았다.  

옛 화랑대역.
옛 화랑대역.

국토교통부는 올해를 철도안전 원년으로 만들고자 지난 1월 ‘철도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모든 철도인이 안전제일을 목표로 안전문화 정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철도야말로 지역균형발전에 공정한 접근을 가져다주며 친환경에 앞장서는 교통수단이다. 

기다림 끝에서 다시 만나 교차되는 열차의 철로. 삶도 이럴까.
기다림 끝에서 다시 만나 교차되는 철로. 삶도 이럴까.

두 시간 넘게 공원을 돌며 천천히 걸었다. 해 저무는 걸 기다려 야경을 보고 싶었지만, 낮이 긴 6월이다. 야속하다. 일몰 30분 전에 켜진다는 불은 기약없다. 오늘따라 태양도 느리게 넘어가는 듯하다. 몇 번을 쳐다보며 아쉽지만 발길을 돌렸다. 다시 또 와야겠다. 저물어가는 석양을 뒤로 나의 작은 여행도 마무리를 지었다.



김윤경
정책기자단|김윤경
otterkim@gmail.com
한 걸음 더 걷고, 두 번 더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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