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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현지에서 한류를, 파리 코리아센터 방문기

2023.07.11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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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코리아센터를 방문하기 위해 파리 시내를 관통하는 지하철에 탑승했다. 샹제리제에 가까워질 때 지하철 안내방송이 나왔다. 자국어인 프랑스어 방송 뒤에 “관광객 대상으로 소매치기가 많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뚜렷한 음성의 한국어 방송이 나왔다. 

처음엔 내 귀를 의심했다. 혹시 지하철 안에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인솔하는 가이드가 탑승한 게 아닐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지하철 칸에서 우리 가족을 제외한 한국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음 승차장에서도 같은 방송이 나온다. 비로소 그 방송이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방송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프랑스 파리의 지하철에서 평일 한낮에 한국어 방송이 나오다니! 한층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에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발걸음 가볍게 샹제리제 거리에 내렸다.

프랑스 파리의 중심가, 샹제리제 거리에 파리코리아센터가 입주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중심가, 샹제리제 거리에 파리 코리아센터가 입주하고 있다.

파리의 중심가에 해당하는 샹제리제에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샹송 ‘Les Champs Elysees’(오 샹제리제) 가사에도 나오듯 원하는 모든 것이 다 있다. 이른바 명품 거리로 알려진 곳이다. 이 거리에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파리 코리아센터(Centre Culturel Coreen)’도 있다. 나폴레옹 3세 때 파리 개조사업을 추진하면서 세워진 비슷비슷한 고풍스러운 건축물 사이에 우리의 태극기가 걸려 있다. 낯선 이국땅에서 건축물 정중앙에 내걸린 우리나라의 국기를 보니 그조차도 감격스럽다. 

파리 코리아센터는 유럽 한류의 거점 역할을 하는 곳이다. 마침 작년 11월 말에 유럽에 한국어, 한국 문화를 알릴 프랑스 거점 세종학당도 파리 코리아센터에 입주했다. 모국어를 자랑스러워하고 영어를 쓰지 않는 프랑스인들이 한국어, 한국 문화를 배우기 위해 센터에 몰려들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프랑스 현지에서 한류를 느껴보려고 이곳을 방문했다. 

평일 한낮인데도 파리코리아센터를 찾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평일 한낮인데도 파리 코리아센터를 찾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가끔 해외로 여행을 떠났던 적이 있다. 지난 2016년 1월 프랑스에서 만난 여대생들이 우리 일행에게 한국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바로 “Oh! BTS”를 외치면서 오른손 엄지를 들어 올렸다. 그때부터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고, 우리 일행에게 가이드를 자처하면서 반겼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집을 떠나면 집의 소중함을 알고, 국내를 떠나면 우리나라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더니 꼭 그랬다. 그때부터 7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K-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대중음악, 드라마, 영화, 게임 등 우리의 문화가 전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그 중심에 파리 코리아센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 코리아센터의 전신(前身)은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이다. 1980년 파리 에펠탑 근처에 문을 연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은 아파트 지하 창고를 개조해 지하 1층, 지상 1층을 쓰고 있었다. 지하에서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거나, 비가 올 때마다 빗물이 새는 등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프랑스에 한류 열풍이 불면서 확장 이전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고.

파리코리아센터 내 중정도 있어서 방문객들이 휴식처로 활용하고 있다.
파리 코리아센터 내 중정도 있어서 방문객들이 휴식처로 활용하고 있다.

2019년 11월 20일, 약 800억 원을 들여 지금의 샹제리제 거리로 이전했다. 한류에서 확산된 K-콘텐츠를 향한 현지인들의 수요를 충족하면서 국가의 위상을 드러내기 위해 접근성이 뛰어난 파리의 중심지로 이전한 것이다. 파리 코리아센터는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 소더비와 크리스티 등 미술품 경매사, 각종 갤러리 등이 밀집한 중심지에 있다.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중앙 정원을 둘러싼 ‘ㄷ’자형 건물 전체를 쓰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 양국의 문화예술 교류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 해외 주재 한국문화원에,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관광공사 해외 지사를 함께 입주시켜 ‘파리 코리아센터’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과거완 달리 더 통합적으로 한국을 홍보하겠다는 취지였다. 파리 코리아센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2006년), 중국 베이징·상하이(2007년), 일본 도쿄(2009년)에 이어 다섯 번째 코리아센터이다. 유럽 지역에서는 파리 코리아센터가 최초다.

파리 코리아센터에서는 매년 한국문화관광대전 ‘테이스트 코리아’를 개최한다. ‘테이스트 코리아’는 한국의 문화, 관광 미식을 알려주는 축제와 같은 행사이다. 매년 새로운 주제를 정해 한식과 한국의 우수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현지에 소개하고, 이를 통해 한국 문화와 관광에 관한 관심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대규모 복합 문화행사이다. 작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연등회’를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전시는 물론이거니와 사찰 음식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올해는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홍보하기 위해 부산을 주제로 하고 있다.

프랑스 현지인들은 오랜 전통의 한국문화를 알기 위해 파리코리아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프랑스 현지인들이 오랜 전통의 한국 문화를 알기 위해 파리 코리아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프랑스 현지인들의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은 점점 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연등회를 주제로 한 전시에 3개월에 6만여 명이 방문했을 만큼 프랑스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수치는 파리 시립미술관 연간 방문객 수보다 더 높다고 하니 프랑스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프랑스 현지에서도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센터에서도 프랑스 현지인들에게 2030 부산엑스포 및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주로 현지인들이 단체로 많이 방문하고 있단다. 또한 학교와 협업해서 학생들이 단체로 방문하고 있다. 한류 열풍의 인기를 반영하듯 센터를 꾸준히 찾아주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프랑스 출신의 인턴이 프랑스 현지인들에게 '부산'을 주제로 한 전시공간을 안내하고 있다.
프랑스 출신의 인턴이 프랑스 현지인들에게 ‘부산’을 주제로 한 전시공간을 안내하고 있다.

센터의 지하 1층에 한국문화체험관, 공연장, 1, 2층에 전시공간, 3, 4층에 도서관, 5층에 한식체험관이 있다. 로비에 잠시 앉아 있으니 프랑스 현지인들이 삼삼오오 방문하고 있었다. 프랑스 출신의 인턴이 도슨트가 되어서 프랑스 현지인들 대상으로 전시공간을 안내하고 있다. 

1, 2층 전시공간의 주제는 ‘부산’이었다. 전시 기간이 끝나면 주제가 바뀐다. 센터는 한국관광공사 파리지사,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부산광역시와 협력해 2030 세계박람회 개최 후보 도시이기도 한 ‘부산’의 역사, 문화, 예술 등을 알리고 있다. 

올해의 테이스티 코리아 행사는 '부산'을 주제로 해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의 테이스티 코리아 행사는 ‘부산’을 주제로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2023년 올해 제5회를 맞는 ‘테이스트 코리아’ 행사는 국제박람회기구(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 이하 BIE) 본부가 위치하고, 매년 총회가 개최되는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부산’을 주제로 한 문화행사를 통해 부산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유치 지지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제1전시실에서 부산의 역사를 빛바랜 흑백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1전시실에서 부산의 역사를 빛바랜 흑백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1전시실에서는 부산의 역사를 소개한다. 국립민속박물관, 부산박물관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본 전시에서는 그동안 쉽게 볼 수 없던 역사 자료와 유물을 한자리에 모아서 보여주고 있다. 입구에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 만한 영상이 대형 LED 스크린을 통해 나오고 있다. 

부산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통해 부산의 눈부신 발전상을 표현하고 있다. 빛바랜 흑백사진으로 부산 자갈치 아지매로 상징되는 여인들의 생활력 강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부산의 먹거리도 있다. 냉면, 만두, 어복쟁반, 밀면 등등, 실향민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이 부산에서 성행했음을 보여준다. 

제2전시실에서 부산의 문화예술을 보여주고 있다. 탈놀이 야류에 사용된 각종 탈이 전시되어 있다.
제2전시실에서 부산의 문화예술을 보여주고 있다. 탈놀이 야류에 사용된 각종 탈이 전시되어 있다.

제2전시실에서는 부산의 문화예술을 소개한다. 부산은 예로부터 문화예술 또한 매우 발달했다. 탈놀이인 야류를 비롯하여 학춤, 가야금 산조 등 전통예술을 보전· 전승하고 있다. 부산은 또한 시대에 따라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섞이며 고유의 문화를 형성해내기도 했다. 한국전쟁 시기 전국에서 몰려든 문화예술인들이 집결했고, 부산항을 통해 이국의 문화도 유입되었다. 

1950년대 피란예술인들의 사랑방과도 같았던 부산 다방의 모습을 실제로 재현하고 있다.
1950년대 피란 예술인들의 사랑방과도 같았던 부산 다방의 모습을 실제로 재현하고 있다.

피란 예술인들의 사랑방이었던 1950년대 부산의 다방을 재현한 특별한 전시실도 실물의 형태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또한 부산의 대표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를 소개하는 코너를 만들어 프랑스인들에게 영화제 및 한국의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부산의 현재 모습을 담아낸 미디어아트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다양한 부산의 현재 모습을 담아낸 미디어아트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부산의 현재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현대 예술작품을 전시하여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부산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부산을 주제로 한 한·불 NFT 작가들의 협업 작품을 전시하여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부산의 다양한 콘텐츠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다.

언어와 문화는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언어를 고려하지 않고 문화를 이해할 수 없으며, 문화를 배제하고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한류 열풍의 하나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 추세를 반영한 것이 전 세계에 산재한 세종학당이다. 2023년 6월 현재 기준 전 세계 세종학당은 85개국 248곳이 지정되어 있다. 파리 코리아센터의 2층에 프랑스 거점 세종학당이 입주하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도 체험하고 있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국어 학습으로 이어져 세종학당의 한국어 강좌 수강생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국어 학습으로 이어져 세종학당의 한국어 강좌 수강생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어 강좌뿐만 아니라 한국어 겨루기 대회를 열어서 학습자들에게 한국어 학습 의욕을 고취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5월부터 7월까지 프랑스, 이집트, 베트남, 미국 내 4개소 세종학당에서 순차적으로 ‘글로벌 우리말 겨루기’ 예선 녹화를 진행하고 세종학당별 예선을 통과한 우승자 및 준우승자는 오는 9월, 서울 KBS에서 열리는 ‘글로벌 우리말 겨루기’ 본선 진출권이 주어진다고 한다. ‘글로벌 우리말 겨루기’ 본선은 10월 9일(월) 한글날 특집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지난 6월에는 ‘2023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개최해 우수한 실력을 선보인 2명을 뽑아 10월 9일 한글날을 기념하는 한글주간에 한국에서 열리는 세종학당 우수학습자 연수에 초청할 예정이다. 

파리 시내에서도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을 열망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파리 시내에서도 ‘2030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을 열망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파리 코리아센터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 한국을 알리는 첨병인 셈이다. 센터가 주관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면서 한국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센터야말로 한국의 외교사절이라 할 수 있다.

다음 날 오페라 가르니에 앞 회전교차로에서 잠시 정차된 차량을 보았다. 차량 옆면에 ‘World EXPO 2030 BUSAN KOREA’라고 쓰여 있었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열망을 프랑스 파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외에서 애쓰는 분들의 염원이 모여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소식이 들려올 거라 확신한다.     




윤혜숙
정책기자단|윤혜숙
geowins1@naver.com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저만의 감성으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이메일 연락처: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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