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엔 여름날 같았던 게 엊그제인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렇게 겨울이 다가오면 어른들은 김장이라는 숙제를 앞둔 학생들처럼 마음이 조급해진다. 지금이야 반찬이고 뭐고 사 먹는 집이 많아졌다지만 아직도 김장은 대한민국 주부들의 큰 연례행사다.
![5일 서울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배추가 판매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3.11/14/sdfdsfdsdsf.jpg)
나는 대형마트가 지척이고, 그 맞은편엔 전통시장이 있는 동네에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북적이는 시장통이나 상인들이 내놓은 물건들을 보면 명절은 물론이고 대보름, 복날 등 조상 대대로 챙겨야 하는 대소사를 저절로 알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11월 초부터 시장 입구에 소금이 쌓이기 시작하더니 속이 꽉 찬 배추에 실한 다발무, 각종 젓갈들까지 들어차니 이제 또 김장철이 됐구나 몸소 느끼게 된다.
![정부에서는 민생안정을 위해 김장재료 수급안정 대책을 다양하게 마련했다.(출처=KTV)](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3.11/13/ppofffffd(1).jpg)
그러나 문제는 가볍기만 한 주머니 사정이다.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지속되고 올 여름엔 장마와 태풍 폭염까지 휩쓸고 갔으니 농산물 가격은 치솟을 수밖에 없을 터. 그래서 이달 초 농식품부에서는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김장재료 수급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 할인지원과 유통업체 자체 할인을 연계해 최대 50~60% 저렴한 가격으로 주요 김장재료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김장에 필요한 농산물 1만1000톤과 천일염 1만 톤을 시장에 공급하고, 농수산물 할인지원을 위해 올해 245억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나이만 먹었지 요리엔 영 솜씨가 없는 나는 올해도 여전히 친정엄마, 엄마의 친구 분과 함께 김장을 하기로 했다. 김장은 이렇게 여럿이 모여 함께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공동체 중심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바 있다.
나는 짐꾼 노릇을 충실히 하며 엄마와 친구 분을 따라 시장 구석구석을 누볐다. 새삼 ‘김치에 이렇게 많은 제철 재료가 들어가는구나’ 감탄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의 활약이 돋보인 부분은 바로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이다.
![충전식 온누리상품권을 이용하면 간편하게 10%를 절약할 수 있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3.11/13/ppof.jpg)
엄마와 친구 분은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전통시장 상인들은 현금을 사용해야 좋아하신다면서 현금 사용을 원칙처럼 생각하고 계셨다. 그러나 때가 어느 때인데… 나는 두 분의 휴대폰에 온누리상품권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드리고 충전하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각각 50만 원을 충전한다고 하셔서 해드렸는데, 통장에서 45만 원만 빠져나가는 걸 보더니 너무나도 좋아하셨다. 왜 안 그럴까? 요즘처럼 돈 쓸 일 많은 시기에 10%라는 돈을 절약할 수 있으니… 충전식이 아닌 지류상품권 또한 올해 말까지 1인당 월간 30만 원까지 이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한편, 나처럼 전통시장을 이용하지 않고 대형마트를 이용하더라도 작년보다 저렴하게 김장을 할 수 있다. 바로 ‘농수산물 할인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채소류는 최대 50%까지, 천일염은 30%, 새우젓, 멸치액젓, 굴 등 수산물은 최대 60%까지 할인이 된다고 하니 가까운 전통시장이나 마트에 들러 가격부터 확인해보면 어떨까 싶다.
![김장은 공동체 문화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3년 세계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출처=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3.11/13/ppofff.jpg)
나는 짐꾼과 기사 노릇을 충실히 마치고 엄마와 친구 분이 배추를 절여놓으면 우리 ‘김장 용사’들은 다시 만나기로 했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다. 이 수고로운 김장이라는 일을 우리 엄마들은 왜 기어이 하는가?
어쩌면 사 먹는 게 더 편리하고 저렴하겠지만 이렇게 모여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세대 간에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이런 일이 아니면 또 언제 있을까. 유네스코가 김장문화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닐까. 새삼 김장이라는 것이 참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김장을 마치고 나면 ‘아이고 허리야~’ 소리가 절로 나오겠지만 말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명진 nanan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