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방학을 맞은 중학생을 둔 엄마는 벌써부터 이런저런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방학이라 엄마 입장에서는 다음 학년을 대비해서 미리 선행도 좀 시키고 싶고 부족한 공부도 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지만 아들은 11시쯤 느지막이 일어나 밥을 먹고는 치우지도 않고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디 이런 것이 남 일일까? 아들과 함께 두 달이나 되는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5학년이 되며 사춘기가 왔는지 아들은 점점 더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데 과연 평화로운 방학을 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넘치던 때… 나처럼 이 긴 방학을 어찌 보내야할지 막막한 이들을 위한 엄청난 희소식이 학교에서 들려왔다. 이름하야 ‘2023 교육회복 겨울방학 프로그램’이다.

2023년도에 부족했던 아이들의 학습을 겨울방학을 이용해 보충해주겠다는 것이다. 프로그램도 너무나 다양하고 알차다. 학부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어, 수학은 물론 좋은 건 알지만 혼자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독서 프로그램과 건강증진 프로그램도 있다. 게다가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교육부 및 17개 시도교육청, 한국과학재단에서 주관하는 무료 코딩 프로그램까지 열린단다.
학교에서 하는 교육회복 프로그램이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아이가 늘 가던 학교에서 친구들과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는 추첨을 통해 이번 겨울방학에 영어와 건강증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지난 방학 때도 약간의 재료비만 내면 할 수 있는 도서관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태권도장의 줄넘기 특강, 학원에서 하는 방학 특강에 ‘다른 친구들이 다 가서 안 가면 서운한 여행’까지 다니느라 가뜩이나 가벼운 지갑이 아주 홀쭉해졌었다. 그러니 교육부에서, 학교에서 이렇게 다양한 학습·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집에 있다 보면 늦잠 자고 퍼져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방학을 앞두고 부랴부랴 오전에 하는 농구나 축구, 수영, 줄넘기 같은 방학특강을 알아보곤 한다. 나또한 방학을 이용해 수영이며 줄넘기 등을 가르치느라 사교육비가 만만찮게 들었었다. 같은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지인들 또한 이번 방학은 좀 수월하겠다면서 칭찬 일색이다.
이렇게 나를 비롯한 학부모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는 교육회복 프로그램은 교육부 주도로 2021년 하반기부터 실시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심리·정서, 사회성, 신체건강 등 교육 결손을 적극적·종합적으로 극복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것은 아마도 교육회복 가운데 교과학습 결손을 보충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사실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아이 학교에서 교과 단원이 끝날 때 보는 단원평가 시험지를 보면 정말 아주 기본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100점 맞는 친구들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걸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결손이 생각보다 크다는 느낌을 받곤 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이 학습에 대한 태도가 잡히지 않아 단원이 끝날 때마다 모든 과목의 시험을 꼭 봐 달라며 선생님께 부탁을 했다는 학부모도 있다고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공부가 다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부를 통해 성실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 아이들에겐 짧고, 학부모들에겐 긴 이 겨울방학이 교육부의 교육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교과는 물론 건강, 독서 등으로 다양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명진 nan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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