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눌러!”
인터넷 서버 시간을 알려주는 페이지에서 8시 정각을 알리자마자, 친구와 함께 공연 예매 누리집의 새로고침 버튼을 눌렀다. 우리 둘 다 좋아하고 있는 가수가 3년 간의 공백기를 가진 후 드디어 완전체로 컴백해 콘서트를 여는 날이었다.
너무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콘서트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티켓을 잡을 확률을 높이려고 일부러 팬클럽까지 가입한 우리였다. 티켓 오픈 버튼을 누르자 아니나 다를까, 흰 화면이 뜨면서 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다는 안내 문구가 나왔다. 암묵적 규칙 하나, 흰 화면에 당황스럽다고 새로고침을 연타하면 망한다.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한참의 로딩을 거쳐, 예매하기 창과 좌석 선택 창을 거쳤다. 침착하게 결제 버튼 클릭, 나는 환호성을 질렀지만 동시에 친구는 신음을 터뜨렸다. 나만 성공한 것이다.
내일도 일반 예매 티켓이 열리긴 한다. 그렇지만 잡을 수 있는 확률은 팬클럽 전용 티켓 오픈보다 훨씬 적다. 좌절하던 친구는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한 건지 검색창에 티켓팅에 성공한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고, 또 한 번 좌절하고 말았다. 어느 카페 글에, 자신이 티켓팅을 하느라 들인 수고비까지 덧붙여 티켓을 양도하겠다는 글이 우르르 올라온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원래 티켓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금액을 보며 기함하다가, 해당 판매자의 기존 게시글을 눌러보고는 결국 분노했다. 일반 팬들의 공연 예매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암표 거래상이었기 때문이다.

암표 거래상들은 일반 팬들과는 달리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원래 콘서트 티켓은 1인 1매로 구매 수량이 정해져 있는데, 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웃돈을 얹어서 되판다. 친구는 물론, 나 역시도 티켓팅을 힘들게 성공하거나 마음 졸이면서 실패하는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에 보자마자 속상한 마음부터 들었다.
이에 문체부에서는 ‘공연법’ 일부 개정을 거쳐 암표 뿌리 뽑기에 나섰다. 지난 3월 22일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연 입장권을 구매하고 부정된 방법으로 되파는 이들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1973년에 제정된 경범죄 처벌법에 암표와 관련된 처벌법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는 현장에서 이뤄지는 암표 매매에 대해서만 2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기에 온라인상에서 거래되는 암표에 대한 단속과 처벌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개정된 공연법은 콘서트 티켓에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다. 스포츠 경기 입장권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부정 판매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국민체육진흥법’의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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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법률 시행에 맞춰 공연 및 프로 스포츠 암표 통합신고 누리집(www.culture.go.kr/singo)도 문을 열었다. 마침 카페에서 암표 거래를 하는 판매자를 보았기에 직접 신고하려고 누리집에 방문했다. 나는 콘서트 티켓의 암표를 발견했으니 문화예술분야 온라인 암표 신고 버튼을 눌렀다.
암표 신고는 온라인에서만 가능하며, 유선 및 메일 신고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신고 접수를 할 때, 좌석번호나 예매번호가 특정되지 않을 경우 유효한 접수 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의하면 좋겠다. 또한 좌석번호 또는 예매번호가 명시된 링크 주소나 이미지 파일을 꼭 첨부해야 한다. 방법 역시 간단하다. 신고자 정보에 나의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등을 기입하고 암표가 거래되고 있는 공연 정보를 입력한다.
내가 본 거래 사이트가 어딘지, 티켓의 정가와 암표 판매가는 얼마인지도 기입해야 한다. 또한 좌석번호나 예매번호 중 하나는 반드시 기입해야 하며, 암표 판매자 정보와 신고 내용, 암표 거래가 되고 있는 현장 증빙 첨부파일도 함께 제출하면 신고가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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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 거래가 암암리에 쏟아지고 있는 마당이라, 행사 주최 측에서 일일이 대응할 수 없는 만큼, 팬들도 암표 거래 현장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움직여 신고할 필요가 있다. 대중문화와 스포츠 분야의 질서 유지 및 발전을 위해서라면 암표는 근절되어야 하는 존재이다. 문체부에서도 암표를 근절하고 암표로 인한 폐해에 대한 경각심을 더 많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도록 관련 영상을 제작하고 배포하는 등, 여러 캠페인을 연중 펼친다고 한다.
공연과 경기는 누구나 즐겁고 행복하게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열리는 것이 아닌가. 암표 거래 현장을 보면 즉시 공연 및 프로 스포츠 암표 통합신고 누리집(www.culture.go.kr/singo)으로 신고해 암표 근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수록 힘을 함께 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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