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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더 바르고 아름답게 사용해볼까요?

2024.08.20 정책기자단 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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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팅이 무슨 뜻이지? 슈링크플레이션은 한국어야?”

누군가 내게 저렇게 물어본다면 ‘플러팅’의 뜻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슈링크플레이션’의 뜻풀이는 머뭇거릴 것 같다. 국문과 학생이 단어의 뜻풀이를 망설인다는 게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쏟아지듯 나오는 요즘 신조어는 봐도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 중에서 뜻풀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단어가 몇 개나 있나요? (출처: 국립국어원)
이 중에서 뜻풀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단어가 몇 개나 있나요?(출처=국립국어원)

요즘 젊은 세대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이게 한국어인지, 외래어인지, 외국어인지 뜻을 짐작할 수 없는 단어들이 참 많다. 나름 SNS도 활발하게 하고, 인터넷 검색 능력도 뛰어난 편이라고 자부하는 대학생인데도 신조어를 따라가기 힘들다. 새로운 단어의 뜻 하나가 익숙해질 즈음이면 새로운 신조어가 또 나오고, 또 나온다. 그래서일까, 범람하는 신조어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서는 국립국어원에서 진행하는 ‘언어 순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학생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바른 언어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언어 순화 운동이란, 범람하는 외래어를 언어 순화 대상으로 지정하여 우리말로 제시해 보급하는 사업이다. 

2023년에 순화된 신조어와 외래어의 목록. (출처: 국립국어원)
2023년에 순화된 신조어와 외래어의 목록.(출처=국립국어원)

많은 외래어가 언어 순화 운동의 대상이 되었다. ‘리플’은 ‘댓글’로 순화되었고, ‘벤또(bentô[辨當])’는 ‘도시락’으로 순화되었다. 이 기사를 읽는 사람들 가운데 ‘리플’, ‘벤또’라고 말하는 화자의 비중이 얼마나 있을까? 내 주변 친구들의 언어 습관만 떠올려봐도 리플이나 벤또라고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렇게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순화된 단어가 사람들의 인식에까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게 소수라는 점이 안타깝다. 

나는 꾸준히 ‘누리집’, ‘누리꾼’이라는 표현을 일상에서도 쓴다. 언어 순화 운동의 대상으로 ‘홈페이지’, ‘네티즌’의 표현이 바뀐 것인데, 내가 이런 표현을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쓰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본다. 

“역시 국문과네, 그런 말 국어 교과서나 아나운서나 쓰는 말 아니야?”

국문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외래어보다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더 널리 사용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늘 갖고 있다. 다듬은 말을 쓰려는 노력이 있기 전에 일단 어떤 말이 다듬어졌는지 알고 있어야 일상 언어로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마침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에서 올 상반기에 우리 사회에 유입된 외국 용어 스물세 개를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다듬었다고 한다. 

지난 2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에서 올 상반기에 우리 사회에 유입된 외국 용어 23개를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다듬었다. (출처: 국립국어원)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에서 올 상반기에 우리 사회에 유입된 외국 용어 23개를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다듬었다.(출처=국립국어원)

찾아보니 플러팅은 ‘호감 표시’로, ‘슈링크플레이션’은 ‘양 줄임, 용량 꼼수’로 바뀌었다. 이제 뜻을 한눈에 알아보기가 쉽다. 이처럼 한 번에 알아보기 어려운 외래어와 신조어를 순화어로 바꾸고 나면 언어를 사용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사라진다는 이점이 있다. 

이번 국민 수용도 조사 결과 스물세 개의 단어 중 가장 잘 바꿨다고 국민이 평가한 단어는 ‘가치 향상’이었다. 순화되기 이전의 단어는 ‘밸류업’이었다. 이처럼 우리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표현들이니, 외래어로 대체해서 쓰지 말고 최대한 우리말을 지켜서 표현해보면 어떨까 싶다.

이러한 다듬은 말은 국립국어원 누리집(www.korean.go.kr)의 ‘개선’ 항목의 ‘다듬은 말’ 항목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의 다듬은 말 항목에서 지금까지 다듬어진 단어들을 확인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의 다듬은 말 항목에서 지금까지 다듬어진 단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바뀐 단어들은 얼마나 있을까? 궁금해서 찾아 보았다. 1991년 순화 자료집부터 2002년 순화자료집까지 21,000여 개의 순화어를 종합한 국어 순화 자료집 합본 자료와 2004년부터 우리말 다듬기 누리집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듬은 말을 해당 화면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다듬은 말은 총 18,156건이다. 대외활동을 하면서 ‘역량 강화 교육’을 자주 듣는 편인데, 다듬기 전의 말이 ‘업스킬링(upskilling)’이었다는 게 놀라웠다. 

많은 외래어와 신조어들이 우리말로 순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국립국어원)
많은 외래어와 신조어들이 우리말로 순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출처=국립국어원)

언젠가 학교에서 ‘창작과 서브컬쳐의 미래’라는 단기 특강을 수강했는데, ‘서브컬처(subculture)’가 ‘비주류문화’로 순화될 수 있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역량 강화 교육’, ‘비주류문화’ 등으로 순화하면 그 단어를 아예 몰랐던 사람이라도 뜻을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에서 이번 국민 수용도 조사를 다시 살펴볼까? 

국민 수용도 조사 결과. (출처: 국립국어원)
국민 수용도 조사 결과.(출처=국립국어원)

위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많은 이들이 언론에서 사용하는 외국어를 일상 생활에서 접하고 있었지만, 응답자의 과반인 57.0%는 낯선 외국어가 대화나 글의 문맥 파악에 있어 방해가 된다고 답했고, 55.4%는 언론에서 사용하는 외국어에 대해 거부감이 느껴진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보면 문맥 파악을 쉽게 하고 언어 사용에 대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혼합된 외국 용어가 우리의 일상 언어에 완전히 자리 잡기 이전에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순화어를 잔뜩 만들어 놓아도 사용할 의지가 없다면 아무런 빛을 볼 수가 없다. 다듬은 말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두고, 일상에서도 사용하려고 하면서 구어와 문어로 틈틈이 사용해야 단어의 생명이 살아난다는 것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단어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내가 그 단어의 올바른 뜻을 알고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어의 뜻풀이를 제대로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영어를 배울 때 인터넷 영어사전에 검색해보았던 것처럼, 국어 역시 마찬가지다. 단어의 뜻을 모르면 사전을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우리말이라 그런지, 아니면 사전의 풀이가 전문적이고 어렵다고 느끼는 건지, 실제로 국어사전을 찾아가며 단어를 익히려는 사람들의 비중이 많지 않다. 나는 사전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을 소개해주고 싶다. 

우리말샘에 들어가면 바로 단어를 검색할 수 있는 항목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말샘에 들어가면 바로 단어를 검색할 수 있는 항목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말샘은 ‘이용자 모두가 함께 만들고 누리는 우리말 사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오픈형 사전이다. 일반 사전과는 다르게,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용자 모두 주체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말샘에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말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도 대폭 실려 있고, 자신이 가진 한국어 지식을 나눌 수 있도록 편집이 개방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외래어 등을 검색해보면 뜻풀이가 상세하게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우리말샘)
외래어 등을 검색해보면 뜻풀이가 상세하게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출처=우리말샘)

내가 단어를 새로 등록하면 이후 전문가의 감수를 거쳐 단어의 뜻풀이가 안정적으로 등록된다. 

최근에 신규 등록된 단어들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단어들을 함께 볼 수 있다. (출처: 우리말샘)
최근에 신규 등록된 단어들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단어들을 함께 볼 수 있다.(출처=우리말샘)

나도 문법 강의에서 나오는 과제나, 외부 과제를 해결하면서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을 굉장히 많이 참고하고 있고, 시간이 남을 때면 우리말샘에 종종 단어를 등록하면서 사전과 단어, 단어의 의미와 친해지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우리말샘은 오픈형 사전이기 때문에 단어 뜻을 검색하는 것 외에도 직접 집필에 참여해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출처: 우리말샘)
우리말샘은 오픈형 사전이기 때문에 단어 뜻을 검색하는 것 외에도 직접 집필에 참여해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출처=우리말샘)
우리말샘에서는 내가 직접 단어를 등록하고, 용례와 뜻풀이도 함께 작성해볼 수 있다.
우리말샘에서는 내가 직접 단어를 등록하고, 용례와 뜻풀이도 함께 작성해볼 수 있다.

우리말샘을 자주 들여다보고, 다듬은 말도 살펴보고, 표준국어대사전 등도 찾아보면서 계속해서 단어에 노출되다보니 바른 언어 생활이나 적재적소에 필요한 단어를 골라내는 능력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신조어의 범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가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상. 멈출 수 없는 파도와 같은 신조어와 외래어의 세계에서 바른 한국어 사용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요즘이라고 느낀다. 나는 지금 우리 언어 사용 실태를 서핑에 비유하고 싶다. 우리는 한국어가 모국어인 화자라서, 한글 맞춤법과 뜻풀이 등에 대해서는 무척 익숙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커다란 신조어 파도가 다가와도 서핑 보드를 꺼내 들고 파도를 타고 놀 수 있다. 다만 넘어지지 않고 파도를 잘 견뎌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기존 언어 습관이 너무나 중요해진다. 파도 속에서 중심을 잘못 잡으면 보드에서 미끄러지는 것처럼, 바른 언어 습관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았더라면 올바르게 우리말을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언어 파괴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말이 우리의 미래다. (출처: 국립국어원)
우리말이 우리의 미래다.(출처=국립국어원)

언어는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지켜야 한다. 그러니 유행한다고 해서 무조건 외래어와 신조어를 받아들이지 말고, 경각심을 가지고 다듬은 말을 찾아보고 사용하며 사전과 친밀해지는 화자가 되길 바란다.


한지민
정책기자단|한지민
hanrosa2@naver.com
섬세한 시선과 꼼꼼한 서술로 세상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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