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잘 몰랐던 걸까. 쌀에 관한 이야기다. 매년 8월 18일은 쌀의 날이다. 왜 8월 18일이냐고? 한자 쌀 미(米)를 풀어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한자 쌀 미(米)를 팔, 십, 팔(八, 十, 八)로 풀이한 것으로, 쌀을 생산하기 위해 여든여덟 번의 농업인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아 8월 18일로 지정했다.
올해로 ‘쌀의 날’이 10회를 맞았다. 우리나라 주식인 쌀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8월 12일부터 9월까지 농업인·소비자와 함께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열린다. 8월 18일 열린 쌀의 날 기념행사에 다녀왔다.
◆ 청계천에서 열린 ‘쌀맛나는 콘서트’
8월 13일. 어슴푸레한 청계광장. 퇴근 시간에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청계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청계광장에서는 제10회 쌀의 날 특집 ‘쌀맛나는 콘서트’가 열렸다. 콘서트는 라디오 채널 야외방송(고민타파 버라이어티 뜨거우면 지상렬)을 겸해 진행됐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도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즐거워했다.
“좋은 날이 되라고 ‘해브 어 나이스 데이’라고 하죠. 우리는 쌀의 날인 만큼 ‘해브 어 라이스 데이’라고 외쳐볼까요!”
진행을 맡은 방송인 지상렬이 말하자 청중들은 신나게 외쳤다. 무대 위에 차곡히 쌓아 놓은 쌀 포대가 풍성해 보였다.
“우리 쌀로 만든 주먹밥과 음료에요. 드시면서 행사를 즐기세요.”
광장 옆 노란 트럭에서는 SNS이벤트를 통해 주먹밥과 식혜를 제공했다. 행복米(미)밥차라 쓰인 노란 앞치마를 입은 직원들이 쌀의 날 홍보 인쇄물과 함께 주먹밥과 식혜를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한국의 쌀 간편식을 받아든 외국인은 엄지를 척 올렸다.
트럭 옆에는 가지런히 국내산으로 만든 쌀 가공식품들이 놓여 있었다. 사람들이 밥차를 궁금해하자, 한 직원이 사연을 신청받아 필요한 곳에 쌀 간편식을 전달한다고 알려줬다. 농협에서 우리나라 쌀 소비를 늘리고 건강한 식문화를 알리기 위한 취지로 하고 있다. 다른 트럭에서는 우유 대신 국산 가루쌀과 같은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안 음료를 나눠주고 있었다. 색깔은 우유와 비슷한데 고소하고 속이 편했다.
우리 쌀로 만든 주먹밥과 음료 등을 맛본 사람들. 든든해서였을까, 빗속에서도 관람객들의 함성과 박수소리로 행사장은 활기가 넘쳤다.
◆ 서울 서대문구 쌀 박물관, 가보셨어요?
쌀의 날을 맞아 쌀과 좀 더 친밀해질 계기를 찾기 위해 ‘쌀 박물관’을 찾았다.
“이걸 다 쌀로 만들었어요?”
지역별 쌀 음식 전시를 보고 있는 아이가 감탄했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니 지역마다 쌀로 만든 음식이 모형으로 꾸며 져 있다. 이런 음식이 있었나 싶다. 더해 그 지역에 가면 잊지 말고 먹어봐야겠다 싶었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쌀 박물관은 2012년 개관했다. 1층은 전시관으로, 2층은 쌀 체험 교육관으로 구성돼 있다. 1층에서는 쌀의 역사와 영양, 각 지역 쌀로 만든 음식과 문화 등이 소개돼 있다. 모형과 퀴즈, 영상 등을 통해 직접 체험해보니 쌀에 관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난 지금까지 밥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지만, 쌀의 가치를 다 몰랐던 듯 싶다. 어려서부터 알게 되면 더 밥을 잘 먹지 않을까. 그래선지 쌀 박물관 내에는 아이들이 유독 많았다. 선생님과 단체로 오거나 보호자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다. 그런 풍경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어디 음식 뿐일까. 벼농사를 지으며 쓰이는 도구들과 함께 청동기시대 발견된 흔적을 보여줘 흥미를 더한다. 또 세계에서 쌀을 뜻하는 말과 쌀로 만든 음식 모형이 있고 쌀에 관한 퀴즈도 도전해볼 수 있다. 혹 밥을 잘 안 먹는 아이가 있다면 단연 이곳을 방문해볼 것을 추천한다. 흥미롭게 쌀과 친해지면 밥에 대한 호기심도 커지고 밥맛도 한층 좋아지지 않을까. 몇 년 전 우리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 쌀의 날 기념 이벤트
쌀의 날 전후로는 소비자와 함께하는 쌀 소비 촉진 행사도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당일인 8월 18일에는 성심당, 이성당, 김영모 제과점 등 전국 32개 유명 제과점(91개 지점)에서 가루쌀빵 구매인증 이벤트가 열렸으며, 모두의 아침밥(아침밥먹기 캠페인)이란 이름의 할인행사도 진행중이다. 8월 19일부터 9월 8일까지 전국 GS25 매장에서 6시~9시까지 쌀 간편식(도시락·김밥·주먹밥)구입 시 500~1천 원을 할인 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안타깝게도 최근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내 주위만 봐도 수긍이 간다. 힘들 때면 ‘밥심’이라 말했었던 할머니와 아이들은 입맛은 다르다. 또 그런 세대를 반영해 쌀 역시 많이 변화해 왔다. 얼마 전 해외에서 냉동 김밥이 인기를 끌었고 가루 쌀로 만든 빵과 쌀 아이스크림, 쌀 파스타 등 쌀 가공식품도 다양해 졌다. 소화 장애를 일으키지 않는 글루텐 없는 쌀. 모든 사람이 쌀에 관심을 가지고 건강한 식생활을 누리면 좋겠다. 8월 18일 쌀의 날, ‘해브 어 라이스 데이’다!
◆ ‘쌀의 날 기념, 모두의 아침밥 캠페인’
기간 : 8.19 ~ 9.8(예산 소진 현황에 따라 조기종료 또는 연장운영 가능)
내용 : GS25 편의점에서 아침시간대(06~09시)에 김밥, 도시락, 주먹밥 등 쌀 간편식 21종 구매시 도시락 1,000원, 주먹밥·김밥 500원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