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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한국문학 자료를 만나볼 수 있는 ‘한국문학의 맥박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11월 24일까지

2024.10.14 정책기자단 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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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라던 말을 곱씹게 된다. K-콘텐츠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유행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레이트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의 글로벌 K-뷰티 시장의 규모는 한화 약 24조 3,000억 원에 달할 거라고 예상된다는데, 숫자를 보면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그 파급력이 클 거라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 문화가 발전할 때마다 한국문학의 힘도 같이 생각해보게 된다.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글과 스토리의 힘 역시 매우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영화와 드라마, 웹툰 등을 통해서 널리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문학 작품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7년의 영문 장편 소설 ‘파친코’를 예를 들 수 있겠다. ‘파친코’는 식민 시대, 분단 시대, 전쟁, 독재 정치의 시기 등 여러 고난의 시절을 견뎌낸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우리만의 감성으로 풍성하게 그려내 호평과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시리즈로도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으니, 새로운 문화를 2차 창작해내는 문학의 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지금의 문학을 만들어낸 과거의 문학 작품들에도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과거의 문학 자료는 현재 문학이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귀중한 양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마침 국립한국문학관에서 법인설립 5주년을 맞이하여, 소장하고 있던 70여 점의 국내 유일본, 문인 친필원고 등의 자료를 공개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쉼 없이 발전해온 한국문학의 근원적 힘은 어디서 오는지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국립한국문학관이 소유하고 있는 자료 정보.
국립한국문학관이 소유하고 있는 자료 정보.

문학주간 2024년을 기념하여 열리는 이번 전시는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국문학의 맥박전’이라는 이름으로 9월 28일부터 11월 24일까지 열리고 있다. ‘문학주간 2024’는 더 많은 사람들이 문학에 관심을 갖고, 문학을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2016년부터 매년 열리는 국민참여형 문학 축제를 말한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한국문학의 맥박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한국문학의 맥박전.

해당 전시에서는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초판본,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학 판본인 이인직의 『혈의 누』 재판본, 최초로 공개되는 이상의 친필원고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국내 유일본 자료들을 모두 볼 수 있다.

작품을 읽는 것도 좋아하고, 직접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고, 문학 자체를 사랑하는 한 명의 독자로서 청와대 춘추관으로 이번 전시를 보러 갔다. 전시장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아 짧은 동선으로 여러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청와대 춘추관 앞에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청와대 춘추관 앞에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1부는 “위대한 시도”라는 이름으로, 한국 문학사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전시장이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중요한 문학사적 전환을 가져온 작품들이기에, 작품과 설명을 살펴보면서 우리 문학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문학 작품 및 전시장 설명을 읽고 있는 관람객.
문학 작품 및 전시장 설명을 읽고 있는 관람객.

최초의 한글 창작물은 무엇일까?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뮐새’ 읽어보지는 않았더라도 구절을 들으면 바로 무릎을 치게 되는, 그 『용비어천가』다. 1612년 『용비어천가』 판본이 전시되어 있어, 관람객들은 직접 해당 구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교과서나 전공서에서나 보던 판본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보니 마음이 묘했다. 

근대 최초의 신소설로 알려진 이인직의 『혈의 누』는 1908년 재판본으로, 근대 최초의 장편 소설로 알려진 이광수의 『무정』이 실린 1917년의 신문 자료도 만나볼 수 있었다. 

관람객이 이광수의 <무정>이 연재된 신문 자료를 읽고 있다.
관람객이 이광수의 <무정>이 연재된 신문 자료를 읽고 있다.

『혈의 누』는 1907년에 광학서포에서 발행한 첫 단행본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직 발견되지는 않아 이번 전시에 공개된 재판본이 가장 이른 판본이다. 이광수의 『무정』이 실린 신문 자료를 유심히 바라보던 한 관람객은 “예전에는 장편 소설도 신문에 연재되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근대 소설의 시작이나 다름없는 자료를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좋다”라고 소감을 말해주었다. 

관람객이 전시장을 거닐며 문학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관람객이 1부 전시장을 거닐며 문학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부에서는 근대 문학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명한 시인들의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박태원의 <천변풍경>이 전시되어 있다.
박태원의 <천변풍경>이 전시되어 있다.
노천명의 작품집이 전시되어 있다.
노천명의 작품집이 전시되어 있다.

백석의 따스하고 정겨운 평안도 사투리가 담긴 원고지부터, 「자화상」이라는 동일한 테마를 통해 상실의 시대를 그려 나간 노천명, 윤동주, 서정주의 언어를 읽어볼 수 있다.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판본이 전시되어 있다.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판본이 전시되어 있다.

그 외에도 김동인의 『감자』처럼 강렬한 개성을 가진 소설의 판본도 함께 볼 수 있다. 마침 전시장에서 만난 고등학생 관람객은 “얼마 전 문학 수업 시간에 『감자』의 일부분을 배웠다”라고 말하며, “실제 작품을 보니까 생생하게 문학을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서 좋다”라고 덧붙였다. 

김동인의 <감자>가 전시되어 있다.
김동인의 <감자>가 전시되어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판본의 크기가 작아 놀랐다던 학생은 3부에 있는 고전 문학 작품들을 보면서도 눈을 반짝거렸다. “시대의 맥을 잇다”라는 이름의 3부는 고려부터 조선까지의 문학 자료를 나열해놓고 있다. 

어린이 관람객이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연주된 거문고 소리를 듣는 체험을 하고 있다.
어린이 관람객이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연주된 거문고 소리를 듣는 체험을 하고 있다.
고려부터 조선까지의 희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고려부터 조선까지의 희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단군신화가 최초로 기록된 1512년 본의 『삼국유사』부터, 조선 강호문학의 대가라고 알려진, 고전 교과서와 국어 모의고사나 수능에서 자주 등장하는 윤선도의 작품이 모여 있는 『고산유고』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윤선도의 <고산유고>가 전시되어 있다.
윤선도의 <고산유고>가 전시되어 있다.

나 역시도 『삼국유사』와 『고산유고』를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기에 “이 판본이 여기에 있다고?”를 연발하며 전시를 즐겼다. 

관람객이 전시된 희귀 자료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관람객이 전시된 희귀 자료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홍길동전 판본이 전시되어 있다.
홍길동전 판본이 전시되어 있다. 누렇게 바랜 종이에도 선명한 글씨를 볼 수 있다.

내가 이번 전시에서 특별히 기대하고 왔던 건 이상의 유고(遺稿)인 「황의 기-작품 제2번」이다. 해당 작품에는 무제 시 두 편, 「1931년 작품 제1번」, 「황의 기」, 「작품 제3번」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이한 점은 1960년과 1966년에 『현대문학』에서의 번역본과 1976년과 1986년에 『문학사상』에서의 번역본으로만 발표되었을 뿐, 일본어 원문이 공개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원본조차 실물로 공개된 적 없기에 이번 전시에 그의 친필 일본어 원고가 공개되었다고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보러 갔다. 

이상, 노천명, 박종화 등의 친필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이상, 노천명, 박종화 등의 친필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현대시 수업을 들으며 그의 일본어 시라고 알려진 작품들을 여럿 읽었고 분석했지만, 그의 작품이 여러 차례의 번역을 거쳐 전해지고 있다보니 해석의 미묘한 차이 때문에 난해함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미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데, 일본어로 쓰여 타인에 의해 한글로 번역되었다는 이유로 몇몇 작품은 소외되고 있기까지 해서 아쉬운 마음도 늘 갖고 있었다. 물론 일본어를 잘 읽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세월이 오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생하게 살필 수 있는 그의 글씨를 보며, 작가의 창작열은 시대를 뛰어넘어 전해질 수 있는 힘이라는 걸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이상의 일본어 친필 원고가 전시되어 있다. 일본어를 잘 읽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세월을 이겨내고 여전히 생생한 그의 글씨를 보며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의 일본어 친필 원고가 전시되어 있다. 일본어를 잘 읽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세월을 이겨내고 여전히 생생한 그의 글씨를 보며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오른쪽으로 향하면 영상 코너가 있다. 대표적인 근현대 문학 자료를 카드 칩에 담아, 홀로그램 영상을 통해 더 크고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둔 코너인데, 전시를 보러 온 어린아이들도 카드 칩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반복하며 문학 작품 고화질 영상에 푹 빠져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관람객이 카드 칩을 활용해 희귀 문학 자료의 고화질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관람객이 카드 칩을 활용해 희귀 문학 자료의 고화질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어린이 관람객을 데려온 부모 관람객은 “영상을 통해 재미있게 구성해놓은 코너가 있어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문학을 접할 수 있어 좋다”라고 소감을 남겨주었다.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희귀자료를 고화질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어 나 역시 즐겁게 감상하고 왔다.

희귀문학 자료와 관련된 영상 자료도 함께 볼 수 있었다.
희귀문학 자료와 관련된 영상 자료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영상 코너를 뒤로하고, 둥근 방 형태로 만들어진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채만식의 『탁류』를 만날 수 있다. 채만식의 『탁류』는 1937년 10월부터 1938년 5월까지 조선일보에서 연재되었던 소설인데, 1939년 10월에 박문서관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여러 판본이 존재하는 작품이지만, 이번 전시에 등장한 『탁류』는 초판본이자 국내 유일본이라고 한다. 

채만식의 <탁류> 초판본. 바래버린 원고에도 불구하고 글씨는 선명하다.
채만식의 <탁류> 초판본. 바래버린 원고에도 불구하고 글씨는 선명하다.

5부, ‘문학의 울림’ 코너에 전시된 『탁류』를 보며, 누렇게 물든 원고지와 여전히 선명한 먹색의 글자가 먼저 눈에 띄었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여전히 생생하게 우리에게 전달되는 문학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를 다 둘러보고 나오자, 바깥 한구석에 마련된 테이블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책갈피 만들기 체험행사 코너였다. 

어린이 관람객이 문학 작품 스티커를 활용해 책갈피를 여러 개 만들고 있다.
어린이 관람객이 문학 작품 스티커를 활용해 책갈피를 여러 개 만들고 있다.

전시장에 소개된 희귀문학 자료의 글귀 중, 소장하고 싶은 구절이 적힌 마스킹테이프를 골라 문학 자료가 그려진 우표 스티커와 함께 나만의 책갈피를 만들 수 있는 체험행사였다. 나도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골라 스티커를 이리저리 붙여보며 책갈피를 만들었다.

전시장 밖에서 나만의 책갈피를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전시장 밖에서 나만의 책갈피를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전시장을 둘러보고 끝나는 건 아니다. 문학주간 2024와 함께 하는 연계프로그램도 여럿 마련되어 있다. 서윤후 시인과 김화진 소설가가 한국문학의 대표 작품을 낭독하는 <문학의 울림: 소리로 읽는 문학> 프로그램이 지난 9월 28일에 열렸고, 전시된 대표 작품을 영어, 불어, 일본어로 라이브 음악과 함께 관찰하는 <언어의 파동: 세계 언어로 듣는 한국문학> 문학 체험 프로그램도 10월 26일에 열릴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이 가는 사람들이라면 찾아가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 문학은 여러 사회적 격동과 고난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오고 있는 영역이다. 시대의 흐름을 담기 위해 여러 사조와 장르에 도전하며 다양한 실험을 거치고 있다. 그것이 곧 문학이 가지는 가능성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상상과 창작, 공감과 연대의 힘은 더욱 중요해지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힘의 근원을 찾을 수 있는 곳은 결국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전시와 문학주간을 즐겨보며 우리 문화의 근원과 상상의 힘을 곱씹어보면 어떨까? 



한지민
정책기자단|한지민
hanrosa2@naver.com
섬세한 시선과 꼼꼼한 서술로 세상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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