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고립·은둔 청년들의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해 전담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부처로 지난 4월, 4개 시도(인천, 울산, 충북, 전북)를 고립·은둔 청년 및 가족 돌봄 청년 전담 시범 사업 실시 지역으로 선정했다. 8월에는 이 지역들에 ‘청년미래센터’를 개소하여 해당 청년들에게 초기 상담과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나는 재학 중인 대학교 포털에서 우연히 이 사업을 알게 되어,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청년ON' 누리집(http://mohw2030.co.kr/)에서 고립·은둔 자가 진단을 해보았다. 평소 성격상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지내왔기에, 모든 청년이 나처럼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가 진단 결과, 나의 고립·은둔 상태에 '빨간' 신호가 감지 되었다는 문구가 떴다. 혼자 지내는 게 편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자가 진단을 통해 내가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던 고립 상태를 깨닫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나는 울산광역시에 있는 청년미래센터에 방문해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지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방문 당일, 청년미래센터 고립·은둔팀 홍국진 팀장과 가족 돌봄팀 석미진 팀장이 인터뷰에 협조해 주었다.
홍 팀장은 청년미래센터가 개소된 지 두 달 정도 지난 현재, 기관 홍보와 청년들의 심리 상담 및 식사 제공 등 시급한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자가 진단을 통해 발견한 나의 고립·은둔 상태
자가 진단에서 예상보다 높은 고립·은둔 점수를 받은 내가 실제로 고립이나 은둔 상태에 해당하는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홍 팀장은 “고립과 은둔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며, “단기적인 고립감은 누구나 느낄 수 있지만, 이것이 장기화될 경우 사회와의 연결이 끊어지고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홍 팀장은 자가 진단 결과에 대해, “자가 진단 결과는 청년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고립 상태를 인식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가 진단 결과가 반드시 고립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만약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언제든 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고립과 은둔의 차이에 대해 “고립은 사회적 관계가 적거나 의미 있는 대인 관계가 부족한 상태를 의미하고, 은둔은 고립이 심화되어 외부와의 접촉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태에 놓인 청년들에게는 각각의 상황에 맞는 개입이 필요하며, 이들이 다시 사회성 있는 상태로 나아가고자 할 때 청년미래센터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는 ‘고립’과 ‘은둔’이라는 단어가 다소 부정적으로 느껴져, 해당 청년들이 쉽게 센터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홍 팀장은 실제로 청년들이 이러한 용어 때문에 센터 방문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더 친숙한 표현을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 팀장도 이에 동의하며, “고립·은둔 청년 또는 가족 돌봄 청년이라는 용어가 낙인 효과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두 팀은 청년들이 부담 없이 센터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울산청년미래센터는 고립·은둔 청년들을 대상으로 정서 건강 개선, 일상생활 복귀, 공동생활 가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현재 정서 건강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매주 월요일에 아로마 테라피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청년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청년복합공간과 공동생활가정
울산 청년미래센터는 청년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할 예정이다. 센터 5층에 있는 ‘청년복합공간’은 청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또한, 청년들에게 안전한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공동생활가정’도 운영할 예정이다. 이 공간은 LH 임대주택을 활용해 운영될 예정이며, 올해 말 입주가 계획되어 있다. 공동생활가정은 고립·은둔 청년이나 긴급하게 가정에서 분리가 필요한 청년들에게 제공된다.
가족 돌봄 청년을 위한 지원
청년미래센터는 고립·은둔 청년뿐만 아니라, 가족 돌봄 청년들을 위한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석 팀장은 “현재 약 62명의 가족 돌봄 청년이 센터에 접수했으며, 이 중 12명은 연 200만 원의 자기 돌봄비를 지원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족 돌봄 청년 중 자기 돌봄비 대상에 해당하는 청년들에게는 정서적 지원과 함께 재정적 지원도 제공되는 것이다. 자기 돌봄비를 지원받는 청년들은 돌봄 코디네이터와 함께 자기 돌봄 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가족 돌봄 청년들은 센터를 통해 금융, 주거, 법률, 일자리 등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아픈 가족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힐링 프로그램도 추진되고 있어, 명상이나 산책과 같은 활동을 통해 청년과 가족이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석 팀장은 고립·은둔팀과 가족 돌봄팀이 별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석 팀장은 “두 팀이 연계하여 청년들에게 물질적, 정서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센터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울산청년미래센터 공식 블로그(https://blog.naver.com/foryouth_ulsan)와 SNS 채널(https://instagram.com/foryouth_ulsan)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상호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식
울산 청년미래센터는 다양한 유관 기관과 협력해 청년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내가 방문한 날, 센터에서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병원 등 지역 내 여러 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협약식이 진행되었다. 이 협약을 통해 센터는 지역 내 자원을 연계해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예정이다.
홍 팀장은 “청년미래센터는 울산 지역 내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자 한다”라며, “청년들이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센터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취재를 통해 고립·은둔 청년과 가족 돌봄 청년을 포함한 취약 청년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 역시 고립감이 심화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두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 언제든 센터를 방문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시범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사회적 연결이 단절된 청년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취약 청년 지원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