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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들은 이렇게 훈련한다고? 스포츠과학의 비밀을 만나다

태릉에서 올림픽공원으로 옮긴 ‘한국스포츠과학원’에 다녀왔어요

2024.10.31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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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전 세계가 올림픽에 열광했다. 우리 집도 다르지 않았다. 가족들과 밤을 잊은 채 파리올림픽 경기를 보며 응원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모든 경기가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 양궁의 묘미를 좀 더 알게 됐다. 양궁 선수들은 천리안을 가진 걸까.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작은 과녁에 10점을 쏘던 실력은 참 경이로웠다. 특히 슛오프까지 갔던 김우진 선수의 개인 결승전은 내가 다 조마조마해 실눈으로 봐야했다. 무엇보다 경기에 재미를 더해준 건, 활을 쏘던 선수들의 실시간 심박수였다.(분명 긴장한 내 심박수가 훨씬 높았으리라). 경기 중 선수들의 안정된 심박수를 보며 그 담대한 모습에 놀랐다. 지난 2020년 도쿄올림픽 때부터 표시된 심박수는 직접 선수들에게 부착하지 않고 측정 가능하다.     

새로 개원한 한국스포츠과학원.
새로 개원한 한국스포츠과학원.

첨단 장비를 통해 선수들의 약점과 실수를 찾아 이를 보완하고 역량을 키우는 것, 바로 스포츠과학이다. 예전 스포츠는 ‘정신력과 체력의 싸움’이라고 했다. 지금에서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게 아닐까. 스포츠 경기에 과학 기술도 함께하고 있다. 앞서 말한 양궁에는 실시간 심박수 측정 기술을 비롯해 슈팅로봇 등이 선수들의 연습을 돕는다.

한국스포츠과학원 내부.
한국스포츠과학원 내부.

얼마 전 44년 만에 태릉에서 올림픽공원 신청사로 이전한 한국스포츠과학원을 찾았다. 한국스포츠과학원은 국내 유일 체육종합연구기관이자 케이(K)-스포츠 선도 연구기관이다. 스포츠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가대표 선수에게 기술, 체력, 전술, 심리 등 종합적인 스포츠과학 지원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또 주요 종목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체육발전과 개개인 역량강화를 위해 종목별 담당 연구원을 두고 지원하는 등 다양한 스포츠과학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현장 견학 가능

이곳에서는 단체를 중심으로 견학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 현재 개원 직후로 분주하지만, 최대한 응대하려고 하고 있다. 견학을 신청하려면 누리집을 참조해 문의 전화를 해보자. 

▶ 누리집 바로가기  https://www.sports.re.kr/front/customer/tour/requestList.do?menu_seq=726 

견학 순서는 먼저 영상을 본 후 운동역학실험실과 운동생리학실험실을 둘러보게 된다. 운동역학실험실에서는 동작분석을, 운동생리학실험실에서는 체력측정을 한다. 스포츠과학원은 크게 체력, 기술, 영상, 심리 파트로 구성돼 측정 및 분석 등으로 수행하고 있다. 

운동역학실험실 

“운동역학실험실은 크게 동작분석존과 보행분석존으로 돼 있어요.”

먼저 운동역학실험실로 이동한다.
먼저 운동역학실험실로 이동한다.
운동역학실험실 내부.
운동역학실험실 내부.

실험실에 들어서자 김지현 실험실 책임자가 반갑게 인사했다. 두 개의 존으로 나눠진 공간에 여러 장비가 보였다. 먼저 스포츠 과학에 관한 영상을 시청한 후 설명을 들었다. 

적외선 카메라와 반사마커 및 관성센서

“모션캡처와 AI(인공지능)을 이용해 선수의 움직임을 분석할 수 있어요”

관성센서를 사용해 야외경기 종목들을 체크하고 있다.
관성센서를 사용해 야외경기 종목들을 체크하고 있다.
사격의 경우,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사격의 경우, 일정한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김지현 책임자가 위쪽 적외선 카메라를 가리키며 작은 반사마커와 관성센서를 보여줬다. 실내에서는 반사마커를 선수들 신체 곳곳에 부착해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다. 예를 들어 사격의 경우, 이를 분석해 선수들이 흐트러지지 않고 끝까지 일정한 자세를 유지하는지 알 수 있다. 주로 동계올림픽 경기 같은 야외종목은 카메라 설치가 어려워 관성센서를 사용해 분석한다. 

지면반력기

지면반력기.
지면반력기.
역도에 관한 분석을 보며 설명해줬다.
역도에 관한 분석을 보며 설명해줬다.

바닥을 보자 지면반력기가 눈에 띄었다. 얼핏 보면 그냥 바닥에 놓인 금속판처럼 생긴 체중계지만, 지면반력기는 전, 후, 좌, 우의 무게가 표시된다. 김지현 책임자는 모니터를 보며 차근차근 알려줬다. 가령 역도의 경우 오른쪽으로 무게가 쏠리면 오른쪽 화살표가 더 길게 표시된단다. “이 분석을 보고 선수 자신도 모르는 결점을 발견할 수 있죠. 불균형한 게 습관일 수도 있고 부상 부위가 아직 완치되지 않았을 수도 있거든요” 라는 그의 설명에 수긍이 갔다.  

보행 분석기

보행분석기.
보행분석기.

그 옆으로는 레일처럼 생긴 보행 분석기가 놓여 있었다. 이 장치는 재활병원에서 임상 목적으로 쓰기도 한다. 육상 경기장에서 트랙에 깔아주고 달리면 초반부터 어느 지점에서 가속도를 냈는지 등을 알 수 있다고. 

직접 보행기에 관해 체감해보고 결과물을 받았다.
직접 걸어 체험해보고 분석 결과를 받았다.

이외에도 깔창센서 등 다른 장치들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또 보행 분석을 하는 트레이드밀에서 직접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바닥에 압력판이 있어 걸음에 대한 압력이나 보폭, 앞·뒤꿈치 균형 등을 분석할 수 있단다. 안내에 따라 일정 시간 제자리에서 걷자 잠시 후 화면에 내 걸음이 분석돼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나비 모양이 예쁘게 나오면 균형잡힌 걸음이라고 했다. 실제 마비 증상이 있는 사례를 보니 나비 모양이 깨져보여 확실히 구별됐다.   

운동생리학실험실 

운동생리학실험실.
운동생리학실험실.
체력 장비들이 놓여진 운동장(그라운드).
체력 장비들이 놓여진 운동장(그라운드).

운동생리학실은 입구 오른쪽에 있다. 평소 외부인은 출입금지나 견학시 들어갈 수 있으니 신청해보자. 얼핏 체력 측정을 한다길래 간단한 줄 알았다. 물론 선수들인 만큼 일반인과 다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해도 말이다. 직접 와보니 셀 수 없는 측정 기구들과 장치들이 있었다. 내부 공간에는 선수들에게 정보를 주는 포스터들이 벽에 부착돼 있으며 운동장을 중심으로 근기능 측정실, 운동 생화학실험실 등 각 연구실이 있었다. 운동장에 놓인 기초체력을 측정하는 기구들은 이전과 달리 수기가 아닌 컴퓨터에서 자동으로 카운팅해준다. 진천선수촌에 국가대표들이 입촌하면서 이곳은 주로 입촌하지 않은 꿈나무 및 후보 선수들을 지원이 많다. 

“네? DNA도 측정한다고요?”

운동생화학 실험실.
운동생화학실험실.

운동생화학실험실에서 선수들의 DNA를 채취해 유전자 검사를 통해 분석을 한다. 언젠가 예전 TV프로그램 중 운동선수 자녀들이 이곳을 찾아 DNA 검사를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스포츠과학연구실 한권석 책임자가 안내하며 이야기해줬다.   

절단 장애인들도 클렌트 등을 이용해 측정이 가능하다.
절단 장애인들도 클렌트 등을 이용해 측정이 가능하다.

신체측정실에 가보자 장애인국가대표를 위한 설비도 잘돼 있었다. 신체가 절단된 장애인 선수들은 누워서 클렌트를 이용해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클렌트는 집게처럼 잡을 수 있도록 생겼을 뿐 측정분석은 비장애인과 같다. 또 패치를 부착해 측정하기도 한다. 

운동부하측정실 

“예전에 박지성 선수가 마스크 끼고 뛰시는 거 보셨어요?”

오랴전 박지성 선수가  착용해 화제가 된  트레이닝 마스크.
오래전 박지성 선수가 착용해 화제가 된 트레이닝 마스크.

한권석 운동생리실 책임자가 이야기를 꺼내며 심폐 체력을 측정하는 트레이닝 마스크와 장치를 보여줬다. 산소량과 이산화탄소량을 측정을 해줘 산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 수치를 볼 수 있단다. 

쳄버의 외부 구성.
쳄버의 외부 구성.
많은 사람에게 호기심을 선사한 쳄버.
많은 사람에게 호기심을 선사한 쳄버.

이곳에서 가장 내 시선을 잡았던 건 가중환경구현장치인 챔버였다. 마치 우주선처럼 생겨 눈에 확 들어왔다. 이 장치는 압력을 이용, 두 가지 환경을 만들어낸다. 압을 넣으면 해저 10m, 압을 빼면 고산지대처럼 된다고. 각각 환경변화에 따라 내부에서는 트레드밀이나 사이클을 타며 외부에서는 모니터링을 하게 된다. 필자가 내외부를 번갈아 쳐다보며 신기해하자 책임자는 견학 온 사람들 대부분이 이 장비를 가장 흥미로워한다고 말했다. 

각종 장비들.
각종 장비들.

이렇게 선수들이 다양하게 체력측정 한 결과를 각 선수단 지원팀에 보내면 분석 연구원들이 비교 조사 후 피드백을 하게 된다. 

다음은 김지현·한권석 책임자와의 일문일답. 

Q : 이곳에서는 주로 어떤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지. 

A : 패럴림픽을 포함한 올림픽 등 종목 관계없이 체육회 선수들로 요청 들어오면 분석을 하고 있어요. 국가대표선수, 후보선수, 청소년대표선수를 비롯해 국민체력측정도 하고 있고요. 이곳에서 초등학교 꿈나무 선수들 체력 측정을 하고 있는데요, 이후 향상된 데이터를 수집해 훗날 이 선수가 국가대표가 되면 생애주기에 관한 데이터가 모아지죠.  

Q : 선수들이 측정 및 관리를 받기 위해 꼭 이곳으로 와야 하는지요.

전국에 한국스포츠과학원의 분원들이 있고요. 진천선수촌 내에도 있어 대부분 그곳에서도 하고 있습니다. 단 요트 등 현장 종목은 현장으로 나가거나 근처 여건되는 곳에서 하기도 합니다. 근대5종은 승마가 있지만 진천선수촌은 승마장이 없어서 국군체육부대에서 훈련을 하지요. 또 저희뿐만 아니라 협업해서 측정하는 경우도 있어요. 

Q : 장애인 선수에게도 요청이 온다면서요. 

A : 네. 패럴림픽에 나가는 선수에게 요청이 왔어요. 보통 저희가 사이클 페달이라고 하면 이렇게 번갈아 교차해 가면서 돌리는데 핸드사이클은 양팔을 같이 돌리거든요. 그래서 얼마나 좌우의 힘을 동일하게 주느냐가 관건이었는데요. 왼쪽이랑 오른쪽의 힘의 차이가 좀 다르더라고요. 여기서 동작 분석을 해서 안장의 높이라든지 기울기 같은 거 조정하며 교정을 했었어요. 

Q : 진로체험으로 오는 학생들이 많다면서요. 

A : 많은 아이가 운동을 좋아하니 이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도 많죠. 그렇지만 이 분야로 진로하는데 필요한 물리, 수학 이야기를 하면 어린 학생들은 수학이 싫다고 고개를 흔들기도 해요. 물론 고등학생들은 좀 알고 있고 선택을 해서 그런지 유심히 보고요. 

Q : 스포츠에 과학을 접목하며 어떤 면에서 좋아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A : 일단은 과거에는 이 선수가 어떤 상태인지, 어디가 부족한지 이런 점을 잘 몰랐었죠. 지금은 측정을 통해서 어디가 약하고 어느 부분을 보강해야한다는 사실을 자세하게 알수 있죠. 

Q : DNA 분석을 통해 좀 더 자세히 나오는 측정이 있나요?

A : 예를 들어 쉽게 생각하면 이 유전자가 좀 더 있으면 근력 수준이 높다거나 이 유전자 타입이 많으면 근지구력이 좀 더 좋다 같은 그런 게 연구돼 있어요. 이를 통해 부상에 관한 예측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한국스포츠과학원에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높인다.
한국스포츠과학원에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높인다.

2025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 관련 예산은 1조 6,164억 원에서 1조 6,751억 원으로 증가했다. 차세대 국가대표 지원을 늘려 국가대표로 이어지는 선수층을 두텁게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 선수 대상 꿈나무 특기 장려금을 확대해 전체 대상의 30% 수준에 불과했던 지원 규모를 2025년부터 50%까지 늘려 정책 체감도를 한층 높인다는 계획이다. 

2025년 체육 분야 예산 설명 카드뉴스.(출처=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체육 분야 예산 설명 카드뉴스.(출처=문화체육관광부)

평소 운동 경기를 좋아해서 어느 정도 스포츠 과학을 알고 있었지만, 이곳은 그 예상을 뛰어넘었다. 직접 들여다보니 많은 사람의 노력이 모여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말을 체감할 수 있었다.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할수록 불가능을 넘는 도전도 생기지 않을까. 이전 같으면 할 수 없다며 포기했던 선수들이 과학을 통해 더 많은 도전을 하게 되길 바란다. 또 이곳을 방문해 체험해보며 훗날 이 분야로 진로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 한국스포츠과학원 견학신청 바로가기(전화요망)

https://www.sports.re.kr/front/page/pageView.do?menu_seq=725&page_seq=132 


김윤경
정책기자단|김윤경
otterkim@gmail.com
한 걸음 더 걷고, 두 번 더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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