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은 공공공간과 건축물, 공공시설물 및 용품, 시각 이미지, 서비스를 포함하여 공공영역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디자인을 말한다. 즉, 도시 경관, 도시 기반 시설, 표지판, 광고판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공간이 공공디자인의 영역에 포함된다.
정부는 ‘공공디자인 진흥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따라 수립된 제1차 ‘공공디자인 진흥 종합계획’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공공디자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종합계획에는 5대 추진전략이 포함되어 있는데, 범죄 예방과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생활안전을 더하는 공공디자인’, 고령자와 장애인 등 누구나 이용하기 편리한 ‘모든 이를 위한 공공디자인’, 길 찾기 쉬운 도시를 만들고 각종 시설의 이용 편리성을 증진하는 ‘생활 편의를 더하는 공공디자인’, 도시의 품격을 저해하는 시설물을 개선하고 야간 조명 디자인을 통해 도시 전반의 품격을 높이는 ‘생활 품격을 높이는 공공디자인’, 공공디자인 교육을 확대하고 전문 인력 양성, 연구개발 기반을 조성하는 ‘기초가 튼튼한 공공디자인’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공디자인 종합정보시스템(https://publicdesign.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2년부터 공공디자인 사업을 홍보하고 대중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공공디자인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 행사는 2024년 10월 25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리며, 올해로 3회를 맞이하는 이번 행사는 ‘지역 활성화를 위한 공공디자인’을 주제로 진행된다. 지역 협력 도시로는 대전광역시가 선정되었으며, 전국의 기관, 기업, 단체가 공공디자인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토론회와 학술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행사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누리집(https://festival.publicdesign.kr/2024/)과 공식 SNS 계정(https://www.instagram.com/publicdesignfestival/)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누리집에서는 전국 공공디자인 거점 지도를 확인할 수 있어 내가 살고 있는 울산광역시의 공공디자인 거점을 찾아보았다. 울산에는 울산도서관, 울산안전체험관, 태화강 국가정원, 울산 반려동물 문화센터 ‘애니언 파크’,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 '베이커스 바오밥'으로 총 다섯 곳이 공공디자인 거점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나는 그중 울산도서관과 베이커스 바오밥에 방문해 보았다.
울산도서관은 원래 위생처리장 시설이 있던 부지에 2018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위생처리장은 특성상 시민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공간이었고, 부지 앞을 흐르는 여천천은 도시와 부지를 단절시키는 경계로 존재했다고 한다. 울산광역시는 이곳에 울산도서관을 건립하여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여천천은 도시와 자연을 연결하는 요소로 활용되었고, 도서관 내외부에는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이 조성되었다. 또한, 울산도서관은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적인 건축물로도 인정받았으며, 고령자나 장애인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울산도서관을 방문해 보니, 딱딱한 분위기의 도서관이 아니라 활기찬 분위기로 조성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통로에 단차가 없고, 경사로가 잘 갖춰져 있었으며 경사로 옆에는 안전을 위한 손잡이가 연속적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또한, 건물 내 출입구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다양한 이용자들을 배려한 세심한 요소들이 유니버설 디자인을 실현한 좋은 사례로 느껴졌다.
울산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대출하거나 열람하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문화 공간으로의 기능도 수행하고 있었다. 1층 전시실에서는 근현대 잡지 특별전, ‘잡지, 광고를 보다’가 열리고 있었는데, 개화기부터 1990년대까지의 잡지 속 광고를 통해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였다. 3층 자료실에서는 대중의 관심도가 높은 주제를 소개하는 ‘테마가 있는 도서전’이 진행되고 있었고, 이 공간 역시 휠체어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경사로가 잘 마련되어 있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좌석 또한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고, 공간의 배치와 동선도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울산도서관이 시민들의 문화와 여가 생활을 풍부하게 해주는 중요한 공공디자인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방문한 베이커스 바오밥은 사회적 기업인 ‘맑은기업’이 운영하는 카페다. 맑은기업은 종이 제품을 제조하는 친환경 기업이자 장애인 기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카페에 들어가기 전, 잘 가꾸어진 실외 정원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정원에는 김후철 작가의 정크아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폐품을 재활용하여 만든 정크아트 작품인 ‘식빵’과 ‘천년의 바오밥 나무’는 카페의 이미지와도 잘 어우러졌고, 환경 문제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었다. 실외 공간에는 아이들을 위한 모래 놀이터와 반려동물과 동반하는 방문객을 위한 펫존도 마련되어 있었다.
카페 내부로 들어서자, 커다란 통창을 통해 보이는 논밭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실내에는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전용 화장실, 수유실이 마련되어 있어 장애인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도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방문한 한 시민은 “장애인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는 카페는 흔치 않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베이커스 바오밥은 단순히 빵과 커피를 제공하는 카페가 아니라, 지역 사회와 자연,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공공디자인의 모범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이전에는 명확하게 알지 못했던 ‘공공디자인’ 개념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공공디자인은 단순히 장식적인 요소를 넘어 우리의 일상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걷는 길이나 대중교통 시설, 거리 곳곳의 표지판이나 벤치, 도심 속 공원까지 모두 공공디자인의 결과라는 점도 배울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이전에 무심코 지나쳤던 시설물에서 공공디자인 요소들을 찾아보며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공공디자인 페스티벌은 공공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다양한 사례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행사 기간(10.25.~11.3.) 동안 전국의 공공디자인 거점에 방문해 보고, 각 지역에서 열리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 공공디자인 페스티벌2024 누리집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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