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제 입 모양을 보시고 정답을 적어주세요."
담당자가 이렇게 말하며 문을 닫고 유리창 너머로 나를 보며 입 모양을 지어 보였다. 입의 모양을 따라 알아 맞히려고 했으나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2월 3일은 '한국 수어의 날', 2월 9일까지는 한국 수어 주간이다. 한국 수어는 우리나라 농인(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사용하는 고유한 형식을 지닌 '보이는 언어'를 말한다.
'한국 수어의 날'을 맞아 전국 최초로 청각장애체험을 해볼 수 있는 서울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을 찾았다. 청각장애체험관은 지난 1월 19일 이곳 복지관 4층에 마련됐다. 청각장애를 체험해 보고 장애에 관한 이해와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취지다. 체험은 영상체험관, 소통체험관, 청각장애이해관, 동행결심관 총 4개 관으로 이뤄져 있으며 기관 누리집, 전화 등으로 방문 예약이 가능하다.
"헤드셋을 착용하시고 영상을 봐주세요. 이 영상이 청각장애인에게는 이렇게 보이거든요"
영상체험관에는 청각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옆에 있는 헤드셋을 착용했다. 영상 속 내용은 무척 바빠 보이는데 소리가 없으니 꽤 답답했다.
바람이나 비 오는 소리, 차 다니는 소리 등 우리가 생각하는 대화만이 아닌 작은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건, 적막할 뿐 아니라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여기는 소통체험관인데요. 청각장애인은 소통할 때 수어와 필담, 입 모양으로 소통하는 구화 등을 사용합니다."
영상을 본 후 소통체험관으로 이동해 독화체험을 했다.
유리창 너머로 담당자는 뭔가 말했으나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입 모양을 유추해 종이판에 '기지'라고 썼으나 정답은 '의지'였다.
담당자는 청각장애인과 구화를 할 때 입 모양을 또박또박하며 크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각장애이해관으로 갔다.
벽에는 '농아인의 날', '한국수어의 날' 등에 관한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한번 쭉 읽어본 후, 앞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청각장애 인식개선 퀴즈를 풀어볼 수 있었다.
청각장애인은 모두 말을 할 수 없다는 건 o일까, x일까? 정답은 x. 청각장애인도 경우에 따라 말을 할 수 있다.
뒤편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조 공학 기기가 놓여 있었다. 영상전화기, 자막안경, 화재경보기. 방문 초인등 등이었다.
화재경보기는 연기를 감지하면 소리가 아니라 빨간 불이 켜진다. 초인등 역시 벨 소리가 아닌 불이 반짝거렸다.
담당자는 이용자들이 초인등을 사용하며 꽤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동행결심관은 청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함께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곳이다.
이런 결심의 증표로 자신의 귀 사진을 찍어 출력한 후 커다란 귀 모양이 그려진 벽에 붙였다.
이어 책상에 앉아 지화 명함을 만들었다. 지화는 수어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말하는데 책상에는 지화로 표시된 도장이 있었다.
작은 명함 종이 위에 내 이름을 하나씩 찍었다. 점자 명함은 만들어 봤지만 지화 명함은 처음이었다.
책상 앞에 놓인 좋은 소리 저금통은 청각장애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소리를 적어 넣게 돼 있었다.
나도 자연 속 소리를 종이에 적어 투명한 통 안에 넣었다. 다른 종이에는 보글보글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 소리와 힘내라는 소리 등이 적혀 있었다.
체험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청각장애를 이해하고 한국수어를 알기에 충분했다.
수어는 손짓으로 의미를 전하는 '보이는 언어'이다. 그러기에 손의 모양이나 위치, 움직임. 손바닥의 방향 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또, 한국 수어는 우리나라 농인이 사용하는 수어로 한국어와도 다르고 나라마다 다르다. 농인이 아닌 사람들이 한국 수어를 모르듯 농인에게 한국어는 외국어 같달까, 문법 체계가 다른 외국어로 들린단다. 한국 수어는 2016년 2월 3일 한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로 인정받았으며 2020년 12월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올해는 5번째 맞는 한국 수어의 날이다. '한국 수어의 날'과 한국 수어 주간을 맞아 한국 수어가 어떤 의미인지 좀 더 많은 이들이 알게 되면 좋겠다. 더욱이 이를 통해 농인들이 자유로이 소통하면서 좀 더 편안한 생활을 누리길 기대한다. 체험을 마치고도 계속 떠오른 문장이 있었다. '들리지 않는 세상에 산다는 건, 소란스러운 일상이나 안전한 삶에서 동떨어진 삶을 사는 것'이라는 영상 속 문구다.
▶ 서울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 누리집 바로가기 : http://sd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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