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왕의 즉위식 거행되던 창덕궁 인정전, 특별관람으로 살펴보다

심화 해설과 함께 창덕궁 내부에 담긴 조선왕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듣다
과거시험 낙방자들의 시험지로 만든 '일월오봉도 병풍'의 뒷이야기, 담당 학예사에게 듣다

2025.03.18 정책기자단 김윤경
글자크기 설정
목록

"창덕궁 인정전 내부 관람 오신 분들!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인정전 내부관람을 하러 모인 참가자들 .
인정전 내부 관람을 위해 모인 참가자들.

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은 창덕궁에서는 3월 한 달 동안 인정전 내부 관람을 운영하고 있다.

3월 31일까지 매주 수~일요일마다 하루 1~3회씩 열리는 행사는 두 가지로 진행된다.

수, 목요일은 전각 정규 해설과 연계해 한국어와 외국어(영, 일, 중)를, 금~일요일은 창덕궁 깊이보기(궐내각사)와 연계해 한국어만 들을 수 있다.

여기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참여 방법!

수, 목요일과 금~토요일 방식이 다르다.

수, 목요일은 전각 정규 해설 참여자를 우선으로 현장 참여로, 금~일요일은 궁능유적본부 통합 예약 누리집을 통해 사전 예약을 받는다(단, 65세 이상 5명에 한해 현장 참여도 가능하다).

현재 공사 중인 창덕궁 정문.
현재 공사 중인 창덕궁 정문.

공사 중인 창덕궁 정문을 지나 왼편에 있는 금호문으로 입장했다.

금호문에 들어가자, 인정전 내부 관람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였다.

내가 참여한 날은 주말이라 '궐내각사 깊이보기' 프로그램과 함께 인정전 내부 관람을 하게 된다.

참가자들은 잔뜩 찌푸린 하늘을 조마조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예약해도 비가 오면 내부 관람은 할 수 없어서다.

다행히 오전에는 비 소식이 없다는 소리에 참가자들은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는 우리 딸이 예약을 해줘서 같이 왔어요"

"밖에서는 봤지만, 내부 관람은 처음이에요. 오래전 아빠와 왔던 추억이 생각나 신청했어요"

"난 아침부터 기다렸어요"

옆에 있던 어르신은 인정전이 보고 싶어 일찍부터 왔다고 했다.

아빠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왔다는 여성은 한복을 입고 있었다.

늦잠을 부르는 주말 아침, 모녀가 함께 온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참가자들은 각자 대화를 나누다 해설사를 따라 인정전으로 향했다.

▼인정전 내부

인정문 앞에서 멈춰 설명을 들었다.
인정문 앞에서 멈춰 해설가의 설명을 들었다.

"여기가 인정문인데요. 이곳이 정말 중요한 장소거든요."

해설사는 인정전에 들어가기 전 인정문에 멈춰서서 말했다.

이곳에서 여러 왕이 즉위식을 거행했고 5일마다 조정의 관리가 임금에게 예를 올렸단다.

중간중간 설명을 들으며 인정전에 도착해 순서대로 입장했다.

들어서며 신발주머니를 받아 신발을 넣고 구비된 슬리퍼를 착용했다.

해설사는 정전 내부에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당부했다.

천장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참가자.
천장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참가자.

"인정전은 궁궐을 지을 때 중심이 되는 정전입니다.

외국에서 온 사신을 맞이하거나 왕의 생신, 세자나 세자빈을 책봉하는 행사 등 국가 의례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어요"

정전에 들어와 신기하게 쳐다보는 참가자들.
참가자들이 인정전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해설사의 말에 참가자들은 주위를 둘러봤다.

사진을 찍거나 고개를 빼 들고 천장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나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내부 관람은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커튼의 문양이나 건물 내에 새겨진 조각들 말이다.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자세히 보게 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런 점이 내부 관람의 묘미 아닐까.

특별히 창덕궁에서 볼 수 있는 노란 커튼.
창덕궁에서 볼 수 있는 노란 커튼.

특히, 다른 궁과 달리 창문마다 있는 노란 커튼과 전등이 시선을 끌었다.

이곳은 순종이 창덕궁으로 옮기며 수리하게 돼 근대적인 요소들을 볼 수 있다.

또, 천장에 그려진 봉황과 옥좌 뒤 일월오봉도에 관해서도 들었다.

올려다본 천장 속 봉황은 조각을 붙인 듯 보이나 실제는 철사로 고정해 매달아 놓았단다.

천장에 걸린 전등과 봉황에 주목하자.
천장에 걸린 전등과 봉황.

"인정전은 2단으로 된 월대 위에 있는데요.

월대가 크고 넓은 건 여기서 행사도 하지만, 이 건물이 가진 권위가 높다는 걸 간접적으로 표현한 거예요.

또 인정전 건물에 있는 문이 노란색이잖아요.

다른 곳은 붉거나 청색이 많지만, 대한제국 순종은 황제라고 불렀어요.

노란색은 황제를 상징하는 색이죠."

해설사가 차근차근 설명을 하고 있다.
해설사가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궐내각사 깊이보기'는 그 명칭처럼 왕실 업무와 관련된 관청들을 다니며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된다.

인정전을 나와 미로처럼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향실, 약방, 선원전, 검서청 등을 둘러봤다.

해설은 마치 역사 속으로 들어간 듯 흥미로웠다.

혼자 궁을 찾아도 좋지만, 최소 한 번은 해설을 듣는 걸 추천하는 이유다.

참가자가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참가자가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1시간 넘게 다녔을까.

인정전 내부 관람을 포함한 해설이 마무리됐다.

더욱이 즐거운 건 3월 인정전에 이어 4월과 5월에도 특별한 내부 관람이 이어진단다.

이러다 나, 궁에서 살게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만큼 흥미가 넘친다.

내부 관람과 관련해 궁금한 점을 담당자에게 물었다.

다음은 궁능유적본부 창덕궁관리소 이상희 주무관과의 일문일답

Q. 인정전 내부 개방 후 더 많은 분이 찾으시나요?

A. 아무래도 주말 예매율이 높아졌고 전에 비해 노쇼(예약부도)가 적어진 듯해요.

Q. 내부 개방의 취지가 궁금한데요.

A. 건물을 이해할 때 실제 들어가 내부에서 바깥 풍경을 보고 내부를 어떻게 사용했을지 상상해 보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는 내부 개방을 통해 국민들이 문화유산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글로 읽는 것과 또 다르게 직접 체험해서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인정전 내부 관람을 마치고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다.
인정전 내부 관람을 마치고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다.

Q. 인정전 내부 관람 시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보면 좋을까요?

A. 인정전 외부는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내부는 왕의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거잖아요. 내가 조선시대 왕이 됐다는 생각으로 인정전 창문을 통해 인정문과 앞쪽까지 바라보면 좀 색다르게 느껴지겠죠.

Q. 내부 관람 참가자들은 어떤 점에 만족도가 높았나요?

A. 가까이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커튼의 문양이 어떤지, 조명기구가 어떻게 걸려 있는지 알 수 있고요. 천장의 봉황도 자세히 볼 수 있고 어탑 안쪽에 있는 천장은 내부에서만 볼 수 있어 좋아하셨어요.

Q. 3월에 이어 4월과 5월에도 내부 개방이 준비돼 있다고요.

A. 4월에는 규장각 내부, 5월에는 검서청 내부 관람 기회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심화 해설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건물 하나 정도는 내부에 들어가 앉아보거나 사진을 찍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거든요. 저희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는 만큼 매달 예약하셔서 와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일월오봉도에서 발견한 낙폭지(과거시험 낙제 답안지)

옥좌 뒤편에 위치한 일월오봉도.
옥좌 뒤편에 위치한 일월오봉도.

일월오봉도는 조선시대 궁궐 정전 옥좌 뒤에 놓인 해와 달, 다섯 봉우리, 소나무 등이 그려진 병풍이다.

물론 창덕궁 인정전에도 있다(현재 인정전에 있는 일월오봉도는 모사로 원본은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다).

그런데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일월오봉도가 환경 등에 손상이 있어 전면 해체 보존 처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 왕실에서 제작한 일월오봉도에 과거 시험 답안지를 사용했다는 점이 발견됐다.

그것도 무려 1840년 시행된 과거시험의 낙폭지란다(당시 재활용을 했다는 점도 신기하고 내가 과거 시험을 볼 수 없었다는 점도 안심이다).

이 연구를 통해 국가유산청 문화유산 보전 과학센터에서는 2022년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 보존 처리 과정에 관한 연구 결과를 담은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 보존 처리'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존 처리에 관해 궁금한 점을 국가유산청에 문의하니 일월오봉도 병풍의 보존 처리를 직접 담당했던 정희원 연구사로부터 답변이 왔다.

다음은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 정희원 연구사와 일문일답.

Q. 일월오봉도의 보존 처리 과정이 궁금한데요.

A. 손상 상태 확인 후 일월오봉도의 제작 재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적외선 촬영을 통해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밑그림을 찾았고요. 이후 화면 비단을 병풍틀로부터 해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약해진 배접지(화면 뒤에 붙여 화면을 지지하고 보강하는 종이) 대신 새 배접지를 붙였습니다. 또 손상되어 탈락한 화면은 동일하게 짜인 비단을 채워 넣어 주변의 화면과 색을 맞췄고요. 병풍틀은 재사용이 어려워, 새로운 목재틀을 제작해 여러 차례 종이를 배접하고 병풍틀을 연결, 화면을 다시 붙여줬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쪽 사방을 비단으로 꾸미고 금박의 꽃문양을 붙여 장황 작업을 하며 마무리했습니다.

Q. 일월오봉도 병풍에 낙폭지를 사용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제도화된 종이 재활용 방식이 조선시대에 존재하고 있었어요. 종이 사용이 증가해 물자가 부족하게 된 걸로 생각되는데요. 낙폭지 역시 두껍고 질긴 종이라서 병풍틀이나 옷의 심지 등에 재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Q. 다른 문화유산에도 낙폭지를 사용한 예가 있었는지요?

A.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는 활옷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활옷은 왕실 여성의 예복으로 안쪽에 옷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종이심이 존재하거든요. 종이심의 표면 글자를 확인해 알게 됐습니다. 또 고문서나 서책 등을 재사용한 예도 종종 찾아볼 수 있고요.

참가자들이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고 있다.
참가자들이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고 있다.

Q. 보존 처리 과정에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요?

A. 일월오봉도는 제작 이후 여러 차례 보존 처리를 거치며 원래의 장황 형태를 잃게 됐는데요. 관련 전문가 자문과 옛 기록, 다른 유물 등을 통해 최종 회장의 형태를 결정지을 수 있었습니다. 일월오봉도 화면 보존 처리는 현재 상태를 더 지속하는데 목적을, 회장 부분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Q. 이번 일월오봉도 병풍 보존 처리 과정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일월오봉도 화면 해체 시 병풍틀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온 문서류는 조선시대의 낙폭지였고요. 배접지를 하나하나 벗겼을 때 1960년 신문지도 발견됐습니다. 사용된 재료들을 확인하면서 켜켜이 쌓여 온 시간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 창덕궁 인정전 내부 관람 상세 보기


김윤경
정책기자단|김윤경
otterkim@gmail.com
한 걸음 더 걷고, 두 번 더 생각하겠습니다!
공공누리 출처표시의 조건에 따라 자유이용이 가능합니다. (텍스트)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 전부를 보유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정책브리핑 공공누리 담당자 안내 닫기
기사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제37조(출처의 명시)
① 이 관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 다만, 제26조, 제29조부터 제32조까지,
제34조제35조의2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1. 12. 2.>
② 출처의 명시는 저작물의 이용 상황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하며,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이 표시된 저작물인 경우에는 그 실명 또는 이명을 명시하여야 한다.
제138조
제138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1. 12. 2.>
1. 제35조제4항을 위반한 자
2. 제37조(제87조 및 제94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위반하여 출처를 명시하지 아니한 자
3. 제58조제3항(제63조의2, 제88조 및 제96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하여 저작재산권자의 표지를 하지 아니한 자
4. 제58조의2제2항(제63조의2, 제88조 및 제96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하여 저작자에게 알리지 아니한 자
5. 제105조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저작권대리중개업을 하거나, 제109조제2항에 따른 영업의 폐쇄명령을 받고 계속 그 영업을 한 자 [제목개정 2011. 12. 2.]
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이전다음기사

다음2006년생이라면? '청년문화예술패스' 신청하고 공연 무료로 즐겨요!

정책브리핑 게시물 운영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게시물은 삭제 또는 계정이 차단 될 수 있습니다.

  • 1. 타인의 메일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 또는 해당 정보를 게재하는 경우
  • 2.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경우
  • 3.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시키는 경우
  • 4. 욕설 및 비속어의 사용 및 특정 인종, 성별, 지역 또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용어를 게시하는 경우
  • 5. 불법복제, 바이러스, 해킹 등을 조장하는 내용인 경우
  • 6.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 또는 특정 개인(단체)의 홍보성 글인 경우
  • 7. 타인의 저작물(기사, 사진 등 링크)을 무단으로 게시하여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글
  • 8. 범죄와 관련있거나 범죄를 유도하는 행위 및 관련 내용을 게시한 경우
  • 9. 공인이나 특정이슈와 관련된 당사자 및 당사자의 주변인, 지인 등을 가장 또는 사칭하여 글을 게시하는 경우
  • 10. 해당 기사나 게시글의 내용과 관련없는 특정 의견, 주장, 정보 등을 게시하는 경우
  • 11. 동일한 제목, 내용의 글 또는 일부분만 변경해서 글을 반복 게재하는 경우
  • 12. 기타 관계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 13.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히단 배너 영역

정책 NOW, MY 맞춤뉴스

정책 NOW

저출생 극복 나도 아이도 행복한 세상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MY 맞춤뉴스 AI 추천

My 맞춤뉴스 더보기

인기, 최신, 오늘의 영상 , 오늘의 사진

오늘의 멀티미디어

정책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