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소대 (의용소방대)분들과 삼계탕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의소대요?"
소방서 행사에 가면 늘 주위에서 함께 했던 이들이 있었다.
의용소방대다.
처음 의용소방대에 관해 들었을 때 잘 몰라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 보면 난 의용소방대를 문자가 아닌 행동으로 먼저 알게 된 듯 싶다.

의용소방대는 '의용소방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화재 진압, 구조, 구급 및 화재 예방 활동에 관한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 단체이다.
이들은 재난 현장을 비롯해 지역 순찰, 일손 돕기, 장애인 시설 봉사 등 다양한 지역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것뿐일까.
지난해 경기도 북부 의용소방대에서는 국내서 가장 오래된 목재 완용 펌프를 발견해 문화유산 등록에 이바지하는 등 다방면으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우리나라 의용소방대 역사는 생각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
소방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용소방대는 1890년대 일본인이 자발적으로 만든 소방조를 기원으로 명칭이 변경된 후, 전국에 설립됐다고 한다.
그렇지만 의용소방대의 날이 법정기념일이 된 건 오래되지 않았다.
오는 3월 19일은 '제4회 의용소방대의 날'이다.
의용소방대의 날을 앞두고 종로 소방서 의용소방대 여성 대장으로 활동하는 김은자 의용소방대장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제가 보는 소방관 이미지요? 제가 의용소방대를 하기 전·후로 많이 달라졌죠. 이전에는 소방관 하면 불을 끄러 출동한다는 생각만 했었는데요. 의용소방대에 들어오니 소방관은 늘 생존이 걸린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이 체감됐어요."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소방관에 관해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의용소방대에 들어와 가까이서 소방관들을 보며 그 상황을 알게 됐고 용감하다는 생각과 함께 감사한 마음이 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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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떻게 의용소방대에 들어왔을까.
의용소방대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지인의 권유에 따라 지원하게 됐다.
의용소방대원은 어떤 생활을 할까.
의용소방대원이 되면 여러 교육을 받는다.
소방학교나 소방서에서 하는 교육 등 이론과 실습 등을 하는 정기교육에 매달 참여해야 한다.
65세 정년까지 할 수 있으며 혜택이라면 자녀의 장학금 일부를 지원받는다.
또 자원봉사 개념인 만큼 월급이 아닌 소정의 출동 수당만 제공되므로 대부분 본업이 따로 있다.
종로 의용소방대의 경우 김 대장은 요식업을 하고 있고 또 다른 대원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거나 개인사업을 하는 등 비교적 시간이 자유로운 자영업자들로 구성돼 있다.
그렇지만 의용소방대를 하게 되면 소방 자격증(3년 이상 근무 시 2급 소방 안전관리자 시험 자격 부여) 등 혜택이 있어 요즘은 퇴직을 앞둔 사람들도 관심을 보인단다.

"저희는 화재 상황에 따라 돕고 있어요. 소방차가 잘 진입하도록 차선 정리를 하고 화재가 좀 더 클 때는 교대하는 소방대원의 휴식이나 영양 섭취 등에 신경을 쓰며 돕고 있고요. 평소에는 지역에서 화재 예방 캠페인이나 소화전 등을 점검하며 순찰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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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은 산불이 많이 일어나는 시기다.
화재로 기억나는 일을 묻자, 그는 조심스레 2023년 발생한 '인왕산 화재'를 떠올렸다. 당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축구장 21개 면적의 임야가 불에 탔다.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고 한참 지난 후에 갔지만 여전히 산 위가 매캐했다. 잔불 제거로 고생하는 소방대원들에게 간식을 전해주면서 현장을 살펴봤다.
산불이 무서운 건 불길은 잡았지만, 다시 불붙기가 쉬워 잔불 제거를 확실히 해야 한단다.
지난해 소방서장 제안으로 체육대회 대신 인왕산을 찾았다.
화재 후 1년 만이었다.
당시 수관을 계속 이으며 힘들게 올라갔는데 이를 줄이고자 중간중간에 파이프를 박아 물을 끌어 올리는 조치를 해놓았다고.
무엇보다도 화재 당시 새카맣게 탄 나무에서 잎이 돋는 게 눈에 들어왔다.
생명의 소중함과 화재 예방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같이 간 모두가 아무 말 없이 숨죽여 봤다.

신입소방대원의 트라우마도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그는 화재진화 후 정리된 현장을 봤지만, 현장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다.
언젠가 근처 여관에서 화재로 인명 피해가 났단다.
서울로 두 아이와 놀러 온 여성이 어린 자녀를 끌어안고 발견됐다.
"어쨌든 숨진 두 사람을 분리해야 하는데, 그 모습이나 마음이 어떻겠어요."
그런 일을 하는 소방대원의 트라우마 또한 상상도 못 하게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뒤에서 소방대원을 도울 일을 찾았다.
화재 진압 후 조금이라도 푹 쉴 수 있게 준비하고 여름에는 삼계탕을, 겨울에는 김장으로 소방대원에게 조금이나마 감사를 표한다고.
그는 "이런 게 사람 사는 냄새가 아닐까요?"하고 말했다.

"늘 그렇게 생각해요. 의용소방대원이 매번 화재를 보는 것도 아니고 소명 의식과 의용소방대라는 존재감을 느끼려면 우리가 도울 일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거죠. 신기하게도 우리가 열심히 봉사하면 또 다른 봉사단체에서도 함께 해주더라고요."
의소대 대장이 되고 다양한 일을 추진했다.
정년퇴직자들에게 공로패를 드리거나 생일을 챙겼고 쪽방촌에 삼계탕을, 소방서에 김장을 해오기도 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당시에는 마스크를 사람들에게 나눠 주거나 코로나19 검사 줄을 세우며 일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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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엄두도 못 냈어요. 장사만 해도 힘든데 봉사 일까지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생각을 바꿨어요. 지금보다 좀 더 부지런해져 보자고. 더 일찍 가게에 나와 일했죠. 물론 가족들의 도움도 컸어요. 제가 활동할 때는 남편이 가게를 봐줬죠. "
비정기적으로 출동을 하거나 교육이 많아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가족들의 도움이 없으면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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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듯한 일도 많았다.
의용소방대 활성화 추진 및 코로나 예방접종센터 봉사활동, 화재 예방 홍보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제2회 의용소방대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도 받아 가족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간혹 엄마가 너무 바쁘다고 투덜거렸던 자녀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무척 자랑스러워했다고.
"대장이나 임원들은 제복이 주어지거든요. 언젠가 제복을 입고 신호등이 깜박거리는데 평소처럼 건너려고 보니 창피스럽더라고요. 제복의 힘이랄까요. 왠지 규칙이나 질서를 더 잘 지켜야겠구나 싶었죠."
무엇보다 의용소방대 활동을 통해 그가 배운 건 마음이 넓어진 점이다.
이전에는 본인이 외모를 꾸미거나 돈을 써야 사람들이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단다.
그렇지만 봉사를 하다 보니 내 마음의 넓이만큼 사람들이 내 품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단다.
의용소방대를 하며 사회봉사를 했지만 스스로 좀 더 성장했다는 점이 의미 깊다고 했다.
이웃에게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내가 먼저 살피는 소방관의 정신이 스며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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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모이면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의용소방대를 이끌어 왔다.
그의 생각이 통해서일까?
종로 소방서 의용소방대원들 모두가 서로 존중하며 화목하고 모범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 그는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선한 영향력이 계속 이어지리라고 믿고 있다.

나 역시 의용소방대가 마을의 안전을 더 생각하고 또 지역에 맞는 봉사를 더 생각하다 보면 지역사회가, 나아가 우리나라가 더더욱 좋아지리라고 믿는다.
의용소방대의 날을 맞아 지역을 지키는 우리의 이웃, 의용소방대의 노고를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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