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꾸준히 해온 나름의 취미가 한 가지 있다.
일기 쓰기다.
칸이 넓은 다이어리를 구매해서 매일매일 그날의 감정이나 있었던 일들을 기록했다.
간단하게 서너 줄만 남길 때도 있지만 어느 날은 다이어리의 한 페이지를 빼곡하게 채우기도 했다.
그 순간에는 사소하고 별것 없는 일상처럼 느껴지더라도 시간이 조금 더 흘러 다시 읽어보면 그날의 감정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고, 그 당시의 내 생각을 읽는 게 재미있기도 해서 어지간하면 매일매일을 기록해 왔다.
사실 기록하는 습관은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글로서 하루와 순간을 남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진으로 남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은 물건으로 남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기록들이 꾸준히 쌓이고 쌓인다면 '나'라는 한 사람을 읽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역사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록이 모이고 모여 이루어진 것이 역사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록, Memory of You' 전시도 이러한 맥락에서 열렸다고 한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해당 전시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하여 역사 속 기록물을 통해 국민의 기억을 되새기고, 공동체 정신을 담은 기록의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하루, 우리의 기록이 어떻게 역사가 되었는지 그 여정을 볼 수 있다는 소개에 흥미가 생겨 현장으로 찾아가 봤다.
국립청주박물관이 보여주었던 '기록의 여정' 전시에 광복 당시의 기록과 현대사의 주요 기록을 더해 더욱 확장된 이야기를 소개한다고 했는데,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국가기록원이 원본으로 보유하고 있는 1928년 관보 제1호와 제1회 총인구조사기념 우표 등이 최초로 공개된다고 하여 더욱 흥미가 생겼다.
현장에는 구석기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기록을 조망할 수 있는 여러 물건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아주 오랜 옛 시절부터 눈금으로나마 어떠한 기록을 남겨온 것을 보며, 그 당시에도 중요한 것은 남겨 놓고 싶었던 욕망이 존재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로웠다.

구석기 시대를 지나고, 조선 시대의 편지 기록을 지나쳐 왔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왕실 편지 기록이었다.
역사책에서 봤던 역사의 기록은 늘 당쟁 싸움의 현장과 혼란한 정치의 순간을 남긴 딱딱한 내용이었는데, 남아 있는 왕실 편지를 보니 소소한 일상도 있고 서로를 향한 애틋한 걱정과 사랑이 묻어 있는 것을 보며 격식과 근엄함 뒤에 숨어 있던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베트남 파병으로 헤어졌던 부부가 서로의 하루를 담아 일상을 나눈 수많은 편지를 보았다.
남편은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를 이렇게 시작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처음으로 당신에게 아내라고 써보기에 이 글을 다시 1번으로 정하겠습니다. 목이 메어 말도 못 하고 당신의 손을 놓은 것이 어제였군요…."
시간이 흘러도 선명한 손 글씨와 페이지를 빼곡하게 메운 문장 속에 그리움과 사랑, 다시 만나고 싶다는 소망이 새겨져 있어 찬찬히 바라보면서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공동기획전 현장에는 이러한 편지가 많이 남아 있었는데, 베트남 파병과 6.25 전쟁과 같은 아픔의 기록도, 되돌아오지 못할 죽음 앞에서의 깊은 비애가 드러나는 기록까지, 하나하나 느껴지는 절절함에 유심히 읽어보고 느끼게 되었다.
한편, 광복의 기쁨을 느껴볼 수 있었던 기록물들도 있었다.
광복 80주년이니 의미가 더 크게 느껴져 조금 더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해방을 기념하는 시집들이 따로 전시되어 있었다.

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시는 조지훈의 '산상의 노래'였다.
"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아 오래 잊었던 피리의 가락을 더듬노니"라는 구절을 읽으며 광복의 순간이 다가온 기쁨을 나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심훈의 '그날이 오면',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읽어보며 활자 한 자 한 자에 새겨진 광복을 간절하게 염원하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훈민정음 영인본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어째서 광복을 기념하는 기록물로 훈민정음이 남았을까 궁금해 설명을 들었다.
1946년, 조선어학회는 훈민정음 반포 500주년을 기념하여 '훈민정음 해례본'을 처음으로 영인했었다.
세종대왕릉에 영인본을 고하고, 33명의 주자가 덕수궁으로 달려와 영인본을 공개하는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나라를 되찾고, 우리의 글을 되찾은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는 기록과 영인본을 보며 그날의 기쁨과 벅찬 마음을 나도 함께 느껴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자료는 잃어버린 이름을 찾기 위해 남긴 기록물이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김광렬 선생이 50여 년 동안 치쿠호 지역의 307개 사찰을 방문하며 일제 강점기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사망자 기록과 유골 현황을 정리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냉담하게 반응했던 사찰 관계자도 그의 정성에 자료를 내어주었고, 그 덕분에 잊힐 뻔했던 희생자들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는 비하인드를 읽으며 감동을 받았다.
나만을 위한 기록을 넘어 누군가를 위해 온 마음을 담아 남긴 기록이라 그런 걸까.
더 많은 사람을 위한 기억의 통로가 된 기록을 느끼며, 우리가 남기는 모든 것들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힘이 된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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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에게는 기념하고 기억하고 싶은 날들이 있을 것이다.
깊은 감정을 느꼈던 순간부터 의미를 담은 순간까지.
전시된 편지, 물건, 시집, 일기장, 사진, 카메라를 살펴보며 과거의 감정도 생생하게 체험하고, 내게는 어떤 의미 깊은 이야기가 있을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기록, Memory of You> 전시는 7월 6일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고 한다.
역사의 중요한 순간과 우리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느껴보고 싶다면 전시를 보러 가보는 건 어떨까?
책에서 보는 역사를 넘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그날의 기록을 함께 느끼고 나눠보자.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누리집 (much.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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