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한지를 접할 때마다 깊은 울림을 받았다.
그 울림을 딱 정의하긴 어려워도 한지의 정성과 역사는 오롯이 체감됐다.
그래서 한지로 만든 상장이나 명함, 메뉴판은 일반 종이와 달리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무더웠던 7월 오후. 북촌 한지 문화홍보관 한지가헌(韓紙家軒)에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그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자, 집 모양의 내부에 한지로 만든 발(簾)이 보이고 벽은 산세의 분위기로 물씬 풍겼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은 7월 3일부터 북촌 한지가헌에서 '백지의 서사 : 산세, 바람, 대지 (Hanji Odyssey: Mountain, Wind, Land)' 기획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이 전시에서는 한국 전통 한지 생산지인 괴산·전주·안동을 중심으로 각 지역 특색을 세 번의 전시로 펼쳐, 지역 및 한지의 특성을 탐구하고 한지의 미적 감각 등을 모색한다.
첫 번째 전시는 충북 괴산의 장인이 만든 한지로 두 젊은 작가가 소백산맥을 떠올리며 발(簾)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장인과 젊은 작가가 함께 우리 한지로 우리나라 자연을 표현한다는 사실이 뜻깊게 다가왔다.
관람객들은 아담한 공간을 은은하게 채운 한지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벽에 적힌 설명을 읽은 후 자세히 들여다보며 작품을 렌즈에 담았다.
이날 개막 행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 장동광 원장의 인사를 시작으로 기획자와 작가, 장인의 이야기로 진행됐다.
장동광 원장은 "한지가헌(韓紙家軒)이 한지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음속 집이자 사랑방으로 자리해 다양한 한지 예술을 선보이길 바란다" 라며 "천년을 간다는 한지로 우리 자연의 미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해외에서도 한지에 대한 세미나와 담론 등이 마련돼 있는 만큼 세계가 주목하는 한지를 더욱 널리 확산하도록 힘쓰겠다" 라고 밝혔다.
한지는 하반기인 9월 4일~9일 프랑스에서 2026년 유네스코 등재를 기원하는 전시와 세미나가 준비돼 있으며, 10월 15일~19일 독일에서 한지 에디션과 국제도서전 내 홍보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지를 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하나의 아늑한 공간을 꾸밀 수 있네."
"쿠션이 너무 포근해 보여."

간단한 식이 끝난 후 지하로 내려가 새로 꾸며진 한지 라운지를 감상했다.
관람객들은 한지로 만든 쿠션과 조명 등을 비롯해 예쁜 소품들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지가 주는 분위기는 과거와 현재가 적절하게 조화돼 편안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전시 관람 후,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관계자들에게 한지와 전시에 관해 물었다.
◆ 기획자가 말하는 '백지의 서사 : 산세, 바람, 대지 (Hanji Odyssey: Mountain, Wind, Land)'
"괴산·전주·안동은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한지 생산지예요. 그 생산지의 자연환경이 한지에 어떻게 녹아들었고 현대 기물의 형식으로 풀어 미래를 조망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이동훈 감독은 전시의 의의를 이야기하며 이번 '발(簾)'이 햇빛과 바람을 머무르게 하는 역할을 하는 점에서 한지의 특성과 닮았다고 말했다.
괴산의 신풍 한지는 산세가 품은 기운을 담아내고 있으며 작품들은 이런 산세의 기운으로 빚어진 한지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고 했다.
"뚜렷한 자기 세계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젊은 작가들이 한지를 활용하면 어떤 작품이 나올지 궁금했어요. 향후 신진 작가들이 한지를 어떻게 다룰지 볼 수 있는 점에서 '한지 사업 활성화'라는 취지도 담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에 한지를 다루지 않았던 작가들을 위주로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나무·섬유·금속·가죽 등 다양한 물성을 다루는 작가들이 한지를 만나 어떤 다양성을 선보일지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괴산 신풍 한지를 두 작가와 연결 지은 이유를 묻자, 나무 조형을 하는 임정주 작가는 산세의 굽이진 느낌을, 섬유 작업을 하는 임서윤 작가는 산세의 겹친 느낌을 잘 살릴 것으로 기대했다고 덧붙였다.

괴산·안동·전주 한지의 차이점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지역의 대표성을 담고 싶었어요. 괴산은 몇 안 되는 닥나무 생산지인데요. 닥나무가 그 마을의 맑은 산과 물에서 자라 한지에 윤기가 나요. 반면 안동 한지는 광활한 평야의 결을 머금고 있어 좀 더 견고하죠. 전주는 노령산맥의 기류를 타고 흐르는 요소나 풍류가 스며들어 한지에서 부드럽고 유연한 감각이 느껴집니다." 라고 말했다.
공예에서 한지가 갖는 특장점에 관해 그는 대부분 공예가 서양에서 유래해 전파되었다면 한지는 오랜 시간 우리나라에서 문화를 형성해 독창성을 가진 몇 안 되는 재료라고 피력했다.
그렇지만 한지는 종이라 한정적인 면이 있다는 걸 아쉬워했다.
더해 오는 겨울 열리는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이번 3개 전시를 묶어 특별관 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 두 작가가 말하는 '산세의 형상(Shapes in Mountains)'
"저는 이 작품에서 저희가 산세의 능선에서 본 자연 곡선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사실 관람객이 어떤 기능이나 목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감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오랫동안 나무 작업을 해 온 임정주 작가는 한지를 처음 활용해 봤다며 개인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소재였다고 토로했다.
최종 디자인 확정부터 제작까지 단 2주라는 시간과 한지의 건조, 형태 변형, 수축률 등 예상치 못한 특성들로 작업 과정이 험난했다고 고백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소재를 통해 관람객들과 마주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지역 한지를 알리는 이번 전시를 제안받고는 무척 기뻤어요. 발은 숨기고 보이는 매개체 역할을 하잖아요. 한지라는 소재가 딱 어울리는 것 같아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임서윤 작가는 2015년부터 섬유 작업을 해왔다.
그는 주로 삼베나 모시, 명주 같은 전통 직물을 다루면서 한지를 부재료로 사용했기에 비슷한 성질을 가졌다고 생각했으나 실제 작업에서 큰 차이를 느꼈다고 말했다.
"섬유는 굉장히 유연한데, 한지는 유연성이 전혀 없고 찢어지거나 구겨지기 쉬웠어요. 그런 한지를 온전히 활용하고자 바느질로 보완했어요."
그는 괴산 답사 때 본 안개 낀 산세의 오묘한 분위기를 작품에 반영했다.
그는 "전통 공예는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현대에 가장 발전된 공예의 형태가 결국 전통 공예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며 "더 많은 사람이 열린 마음으로 자유롭게 작업해 한지 문화가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라고 강조했다.
◆ 장인이 말하는 한지
"우리 조상들이 한지와 나무·흙 속에서 사셨잖아요. 세월이 지나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우리 역시 한지와 자연 속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지를 통해 우리 역사가 내려오고 있는 만큼 한지가 활성화되길 바라지요."
안치용 장인(괴산 신풍한지)은 3대째 괴산에서 전통 한지 제작 기술을 유지 계승하고 있다.
그는 괴산 지역 한지만의 특징으로 중부 지역의 닥나무와 천연수를 사용한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최근 한지 산업이 어려운 점을 안타까워하며 한지의 교육과 활용을 통해 젊은 작가들이 한지에 더 많은 관심을 두길 당부했다.
◆ 한지가헌에서 무엇을, 어떻게 즐겨볼까?

전시 시작은 7월 3일부터 8월 3일까지 열리는 '산세의 형상(Shapes in Mountains)'이다.
이 전시는 괴산의 산세를 담은 신풍한지를 조명하며 임정주, 임서윤 작가가 만든 '발(簾)' 작품을 선보인다.
두 번째 전시는 8월 14일부터 9월 21일까지 '바람의 기운 (Spirit of Wind)'이 예정돼 있다.
전주 지역 바람의 결을 주제로 스튜디오 포와 곽철안 작가가 시공을 넘나드는 '부채(扇)'와 '풍경(風磬)'을 한지로 재해석해 전시할 예정이다.
마지막 전시는 9월 30일부터 11월 16일까지 이어지는 '대지의 결 (Textured by Land)'이다.
안동 지역의 풍요로운 대지의 결을 담은 한지를 김준수, 안성규 작가가 현대적인 '합(盒)'으로 구현한다.

이 외에도 새로워진 한지 라운지에서 한지의 다양한 공예품 전시 및 책갈피 만들기(여름 시즌), 한지 인화소 (7월 매일 선착순 10명 무료) 등을 즐겨볼 수 있으며 전시 기간 내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에는 특별 강연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다.
특별 강연은 총 5회에 걸쳐 '천년의 한지, 현대 공간의 한지, 현대 문화와 세계 속의 한지'로 네이버 예약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7월 30일은 경북 문경 전통 한지 김춘호 전승 교육사가 전통 한지의 뿌리와 기술에 관해 들려준다.
◆ 한국공예문화진흥원(KCDF)의 전통 청년창업 공모
한편 한국공예문화진흥원(KCDF)에서는 7월 29일까지 '2025 오늘 전통 청년 예비창업 공모전'을 진행한다.
1차 심사에서 50팀을 선정해 오늘 전통 예비창업 아카데미를 교육하며 최종 30개 팀에게 총 4천 4백만 원을 수여한다.
우수 전통 문화 사업 아이템 및 예비 창업자를 지원하며 전통 문화산업의 확산과 성장을 위한 취지다.

한지는 닥나무를 채취해 찌고 삶은 후 껍질을 벗겨 두드리는 등 장인의 손길이 백 번 이상 가야 해 백지라고도 한다.
그렇게 정교하고 세심한 과정을 거쳤기에 오랫동안 보존이 되고 그 가치가 두드러진다.
더욱이 한지를 생산하는 지역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종이의 무게는 어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한지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지형, 예술을 모두 담은 결정체가 아닐까.
2026년 한지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되길 소망하는 큰 이유다.
☞ 2025 오늘전통 청년 예비창업 공모전 자세히 보기
☞ 연계 프로그램 및 참여 신청: 한지가헌 인스타그램(instagram.com/hanji.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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