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유산'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이루고 있다.
유산은 우리가 앞으로 후손들에게도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유네스코는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란 국경을 초월할 만큼 독보적이며,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공통으로 중요한 문화 또는 자연적 중요성을 의미한다.
지난 7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 목록에 올렸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 과정을 담은 창의적인 선사인들의 그림과 6천여 년 동안 이어진 암각화 전통을 높이 평가했다.
나는 울산 시민이자 대한민국 정책기자단으로서 세계유산으로 거듭난 반구천의 암각화 현장을 직접 방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전국에 내린 폭우로 반구대 암각화 현장이 물에 잠겼다는 뉴스를 접했지만, 수몰된 현장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반구천 일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반구천 일원의 중심에 있는 암각화박물관에 방문했다.
암각화박물관은 국내 유일 암각화 전문 박물관으로, 반구천의 암각화를 소개하고 세계유산에 올리기 위해 노력한 곳이다.
울산역에서 암각화박물관까지는 차로 약 17분이 소요됐다.
진현마을 유적을 지나면 곧 박물관이 나온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KTX 울산역이나 언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383번 버스를 타면 된다.

암각화박물관 입구에서 경주 시민 최병종 씨 부부를 만났다.
최 씨는 "경주 석장동 금장대에도 암각화가 있는데, 울산에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암각화가 있다고 해서 나들이 삼아 와봤다" 라며 "오기 전에 유튜브로 미리 공부했는데, 박물관을 먼저 둘러보면 암각화 현장에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들렀다" 라고 말했다.
"점심으로 근처 언양읍에서 유명한 언양 불고기도 먹고 갈 예정" 이라고도 덧붙였다.
암각화박물관을 둘러보던 중, 박애경 울산문화관광해설사가 인터뷰에 응해 반구천 일대의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에 숨겨진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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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잡이의 전 과정이 묘사된 '반구대 암각화'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고래잡이 기록 때문이다.
박 해설사는 "세계유산에 등재된 34개의 암각화 중 고래 그림이 있는 것은 세 점뿐인데, 그중에서도 고래잡이의 전 과정이 새겨져 있는 유일한 사례가 반구대 암각화" 라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암각화가 단순히 고래를 묘사하거나 사냥 모습을 유추하게 하는 수준이라면, 반구대 암각화는 고래 탐색부터 사냥·인양·해체까지의 모든 과정이 바위 면에 모두 새겨져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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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화에는 귀신고래, 향고래 등 다양한 고래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특히 아기 고래와 엄마 고래가 함께 헤엄치는 귀신고래 무리 그림은 "실제로 관찰하지 않고는 절대 그릴 수 없는 생태적인 모습" 이라고 박 해설사는 강조했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향고래' 도 그려져 있다.
향고래는 머리가 뭉툭한 게 특징인데, 암각화박물관 건물이 이 향고래의 형태를 본떴다고 한다.
향고래의 모습을 알고 박물관 내부의 구조물들을 둘러보니 고래의 뱃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반구대 암각화 모형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당시 사람들은 어떻게 저 높은 곳에 그림을 새겼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해 박 해설사는 "아마 사다리를 놓고 그렸을 거라고 보고 있다"라며 "당시 사람들은 나무를 잘라 배를 만들고, 바다로 나가 고래를 사냥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춘 이들인데, 절벽 위에 그림을 그리는 건 충분히 가능했을 것" 이라고 답했다.

◆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육지 동물과 선사시대의 일상
반구대 암각화에는 고래 외에도 다양한 육지 동물과 당시 선사인들의 삶이 새겨져 있다.
줄무늬가 뚜렷한 아기 멧돼지·호랑이·표범·너구리·여우 등의 생생한 모습들이 눈길을 끌었다.

박 해설사는 "최근에는 활을 쏘아 사냥하는 장면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 전했다.

반구대는 당시 사람들의 실제 거주지와 꽤 떨어진 곳이라고 하는데, 왜 사람들이 이곳에 찾아와 그림을 그렸느냐는 질문에 박 해설사는 "이곳이 신성성과 제의성이 부여된 장소였을 가능성이 크다" 라고 답했다.
"고래사냥 후 무사 귀환을 기원했을 수도 있고, 후손들에게 각 고래의 특징을 교육하려는 목적이 있었을 수도 있다"라며, "아직 확실한 정답은 없지만,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앞으로 더 많은 학자가 연구를 이어갈 것" 이라고 덧붙였다.

◆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에 새겨진 기하학적 문양들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에는 독특하게도 신석기 시대부터 신라시대까지의 흔적이 확인된다.
박 해설사는 "사실적인 그림을 그렸던 신석기 시대를 지나 청동기 시대에는 추상적인 표현들이 등장한다" 라고 설명했다.
청동기 시대에는 본격적으로 농경이 시작되면서 태양을 나타내는 동심원과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마름모를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에 남겨진 신라시대의 흔적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의 아래쪽에는 여러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주로 신라시대 화랑들의 이름이 남겨져 있다고 한다.
특히 '법민랑(法民郞)'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는데, 박 해설사는 "법민은 문무대왕으로 알려진 '김법민'으로 추정된다"라며 "그가 왕자 시절 화랑으로 활동하며 이곳을 찾아 이름을 새긴 것으로 보인다" 라고 설명했다.
신라시대 수도였던 경주에도 신성한 장소들이 많았는데 왕실 사람들이 굳이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에 대해 박 해설사는 "천전리 일대가 예로부터 신성성과 제의성을 지닌 장소로 알려졌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라고 했다.

암각화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실제 암각화가 있는 현장으로 가보기로 했다.
박물관에서 살펴본 두 암각화를 모두 보고 싶었지만, 폭우로 인해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는 접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반구대 암각화만 관람하기로 했다.

반구대 암각화로 가는 길에는 소나무·굴참나무·졸참나무·은사시나무가 늘어서 있었다.
나무 그늘을 따라 걷다가 두꺼비 한 마리를 마주치기도 했다.
암각화박물관에서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까지는 걸어서 약 20분이 걸렸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반구대 암각화는 물에 잠겨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박 해설사는 "현재 사연댐의 수문이 없어 비가 많이 오면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데, 환경부 주관으로 공사가 계획되어 있다" 라며,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 3개를 설치해 암각화가 잠기지 않도록 할 예정" 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는 2030년에 마무리될 계획이며, 공사 진행 상황은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금 상황으로는 비가 더 이상 오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암각화가 드러나려면 약 한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세계유산 등재 후, 이어지는 관람객의 발길
기자가 방문한 7월 23일 오전에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서울·인천·수원 등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들이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를 찾았다.
전망대에서 만난 최 모 해설사는 "최근 반구대 암각화가 잠겼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관람객 수가 줄긴 했지만, 오히려 물에 잠긴 모습을 보려고 찾는 분들도 있다" 라고 전했다.
이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후에는 주말 기준 하루 750명, 비가 오는 평일에도 200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라며, "4월부터 9월 사이에는 오후 4시쯤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시간대에 햇빛이 알맞게 비춰서 암각화가 가장 선명하게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최 해설사는 "쓰레기 투기나 무분별한 주차로 인한 민원이 있다" 라며, "이곳은 마을 도로가 협소해 차량 통행이 어렵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주차 시 서로 배려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라고 당부했다.

◆ 울산관광택시 김봉성 기사 인터뷰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울산관광택시' 스티커가 부착된 택시를 마주쳤다.
울산관광택시는 관광객의 교통 편의를 개선하고 맞춤형 관광을 활성화하고자 운영하는 서비스라고 한다.
3년째 울산관광택시를 운행 중이라는 김봉성 씨는 "손님이 원하는 곳이면 호텔, 공항, 관광지 어디든 예약 시간에 맞춰 간다" 라며 "4시간에 8만 원, 8시간에 16만 원인데, 지원금 덕분에 실제로는 절반만 내면 된다. 8시간에 8만 원으로 울산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다" 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이번에도 서울에서 내려온 관광객을 태우고 이곳에 왔다" 라며,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울산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 라고 덧붙였다.
6월까지는 예약이 꽉 찰 정도였다고 한다.

반구천 일대와 암각화박물관을 둘러보며 울산의 숨겨진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동안 울산은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발전하게 된 줄로만 알았는데, 암각화박물관을 관람하고 나니 울산이 수천 년 전부터 사람들이 정착하며 살기 좋은 터전이었음을 알게 됐다.
하지만 폭우로 암각화 현장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하루빨리 사연댐 공사가 마무리되어 날씨와 상관없이 소중한 세계유산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여름에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를 찾아 울산 여행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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