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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의 한글 실험 프로젝트,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

AI 시대, 글쓰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전시(11.19~3.22)

2025.12.12 정책기자단 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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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창작을 전공하면서 글과 멀어질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스스로 글을 써내는 힘을 길러놓아야 했기에 자연히 AI와는 데면데면한 사이로 남았다.

합평 시간에 만나는 동기들 역시 AI를 쓸 필요를 잘 못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으로는 마냥 안 쓴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미래에 함께 공존하게 될 도구로서 함께 발전하는 사이로, 어떻게 하면 새로 나타난 이 AI 도구를 '잘'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종종 느낀다.

그러던 중에 국립한글박물관의 한글 실험 프로젝트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쓰기, 도구, 행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특히 쓰기와 도구의 관계에 주목하고 살펴보고자 제5회 한글 실험 프로젝트,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 전시를 마련했다고 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의 제5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글자감각' 전시.
국립한글박물관의 제5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글자감각' 전시.

전시 내용을 살펴보니 도구를 감각으로 전환해 신체, 기능, 물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시도했다고 한다.

즉, AI와 같은 새로운 도구가 우리의 쓰기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질문을 제시한 프로젝트이다.

해당 전시는 23팀의 작가와 디자이너가 협업하여, AI와의 접목을 시도한 시각, 공예, 제품, 공간, 미디어아트, 설치 등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고 한다.

문화역 서울 284 RTO에서 '글자감각'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문화역 서울 284 RTO에서 '글자감각'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내용이 흥미롭게 느껴져 전시가 열린다는 서울 중구 '문화역 서울 284 RTO'에 가보았다.

입구에 가까워지는 때부터 쓰기나 쓰기 도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유명한 문장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우리의 글쓰기 도구는 우리의 사고를 형성하는 데 한몫하지" 라는 문장과 「쓰기의 감각과 생각하는 인간」의 "쓰기의 감각은 생각과 함께 호흡한다" 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전시작 중 [쓰기의 감각과 생각하는 인간]의 문구.
전시작 중 [쓰기의 감각과 생각하는 인간]의 문구.

쓰기가 단순히 우리의 손과 팔을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라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고 만들어가는 행위라는 것을 다시 한번 짚어준 느낌을 받았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흰 글씨가 쓰인 검은 판이 여러 개 배열된 작품을 바로 마주할 수 있었다.

[계속 나의 언어로 쓰는 지극히 주관적인 이유] 중 일부.
[계속 나의 언어로 쓰는 지극히 주관적인 이유] 중 일부.

[계속 나의 언어로 쓰는 지극히 주관적인 이유] 작품은 AI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과정에서도 나만의 쓰기와 나만의 언어를 고집하는 이유를 담아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글쓰기 태도를 찬찬히 살펴보며, 손으로 직접 창작한 글이 가지는 가치를 느끼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흔적 사전]이 길게 나열되어 있다.
[흔적 사전]이 길게 나열되어 있다.

[흔적 사전] 역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손으로 글을 창조하는 시대가 사라지고 난 뒤의 미래를 상정하여, 그 미래의 독자들이 마주하게 될 과거의 기록을 사전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쓰기와 관련된 여러 가지 행위의 의미와 종이, 원고지, 텍스트 커서 등 오늘날의 쓰기 도구가 지닌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이 작품을 보며 오히려 내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쓰기 행위나 쓰기 도구가 지니는 의미를 한 번 더 생각 해보고, 나에게 있어 이 행위들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관람객이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관람객이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SF 소설가로 유명한 김초엽 작가의 [사각의 탈출]도 이번 전시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해당 작품은 짧은 소설을 전시한 것으로, '한글이 아주 먼 미래에 등장한 특수한 쓰기 도구에 유리하다면?' 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하여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사각의 탈출] 중 내용 일부.
[사각의 탈출] 중 내용 일부.

사고 언어를 한글로 표현하도록 설계된, 폐기 위기에 놓여 있는 AI '네모'와 의식에 불과한 '네모'를 물성을 지닌 쓰기 도구인 '사각'으로 바꾸고자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흥미롭게 읽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을 감상했다.

전시실 내부로 들어가자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여러 가지 작품 중에 특히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을 한번 소개해보겠다.

커다란 디지털 화면 3개 앞에 로봇 팔 하나와 키보드가 놓여 있다.

[기획향]이라는 이름의 작품이다.

로봇 팔은 손에 붓을 쥐고 있다.

붓을 쥔 손으로 키보드와 패드를 눌러, 디지털 화면 속의 생성형 AI에게 움직임을 명령한다.

그러면 인공지능은 문자도를 닮은 한글 타이포그래피와 이미지를 출력한다.

로봇 팔과 붓, 키보드, 패드와 AI가 함께 하는 [기획향].
로봇 팔과 붓, 키보드, 패드와 AI가 함께 하는 [기획향].

언젠가 먼 미래에는 첨단 기술이 직접 움직여 창작하게 되는 날이 올까, 상상하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기어이 AI가 직접 창작하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새로운 창작자로 거듭나게 될까?

[함께 쓰는 즐거움]이라는 이름의 귀여운 작품도 있었다.

여러 가지 몽당연필, 고양이 형태의 연필이 모양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전시 해설에 따르면 이는 재료의 감촉과 형태에 주목하여 만든 작품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로서의 연필을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한다.

연필을 활용한 [함께 쓰는 즐거움].
연필을 활용한 [함께 쓰는 즐거움].

내가 귀엽다고 느꼈던 연필들은 각각 아빠, 엄마, 아이, 고양이, 아기 고양이 연필 모양으로, 서로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어 가족이 연결된 모양과 쓰기를 통해 마음이 전해지는 과정은 닮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언젠가 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을 본 적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써내지 못할 것을 알고 있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지나치게 커서 아예 글을 쓸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고 했다.

[명언곡]이라는 작품을 보며 그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었다. 

[명언곡]은 쓰기를 소리로 표현한 작품이다.
[명언곡]은 쓰기를 소리로 표현한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쓰기의 행위를 소리에 담아 표현한 작품으로, 설명에 따르자면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쓰는 동안, 매 획을 완전히 동일하게 긋지 못할 경우 실패로 간주'하되, 실패하더라도 문장을 계속해서 따라 쓰며 발생하는 소리를 채집해 재가공한 것이라고 한다.

즉, 이러한 실패가 계속 이어지더라도 문장을 완성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제시한 작품이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특히 퇴고 없이 한 번에 완벽한 글을 쓰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 것이다.

나에게 있어 해당 작품은 여러 번의 실패와 고쳐쓰기 과정이 있어야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

쓰기 공간을 제시한 [마음을 쓰다] 작품.
쓰기 공간을 제시한 [마음을 쓰다] 작품.

아직 AI는 스스로 완벽한 글을 쓰지 못한다.

AI가 쓴 글도 우리가 끈기 있게 퇴고해야 비로소 매끄러운 글이 된다.

AI가 얼마나 더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쓰기를 향한 우리의 끈기는 사라지면 안 된다고 느끼게 만든 작품이었다.

[금속 문구류 시리즈]는 사람과 쓰기 도구의 긴밀한 관계성을 표현했다.
[금속 문구류 시리즈]는 사람과 쓰기 도구의 긴밀한 관계성을 표현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의 학예연구사 인터뷰에 따르면, "해당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앞으로 AI가 보여줄 새로운 글쓰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 이라고 한다.

그 인터뷰처럼 내가 감상한 작품들은 모두 새로운 쓰기 도구로의 AI와의 공존, 그리고 AI가 발전하는 상황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쓰기의 의미와 글자의 감각을 전달하고 있었다.

올해 봄과 여름 SNS에서는 독서와 글쓰기에서 멋을 찾는다는 의미의 '텍스트 힙'이 크게 유행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온라인 예매 조기 매진을 이루는 등 엄청난 호황을 맞이했다는 기사도 연이어 발표되며 독서와 쓰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식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와 더불어 저조한 문해력으로 인해 간단한 문장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는 뉴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자기소개서 한 편 혼자 써내지 못해 AI로 쓴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글자의 질감을 떠올리고, 쓰기 방식과 읽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떠올려 보는 것이 유의미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AI가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우리의 쓰기 방식은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연필, 붓, 펜, 소리, 디지털 기기 등 쓰기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도구를 통해 우리에게 있어 쓰기 방식과 쓰기 자체가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지 살펴볼 수 있어 무척 의미 깊었다.

전시는 3월 22일까지 열린다.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둘러보고 오는 건 어떨까?


한지민
정책기자단|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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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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