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선 꽤 격렬해 보이는 청년세대 갈등, 과연 현실 개개인도 그럴까.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2시 홍대 근처 구름아래소극장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국민통합위원회가 주최한 '2025 세대·젠더 국민통합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사전신청으로 모집한 청년과 전문가들이다.

먼저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세대 및 젠더 갈등은 청년 세대가 더욱 크게 체감하는 문제입니다. 지금의 환경을 만들어 낸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청년들에게 미안함과 동시에 이 문제를 반드시 풀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지원 대통령실 청년담당관은 "세대·젠더 갈등은 어느 한쪽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경험과 감정을 충분히 나눌 대화 공간이 부족했던 사회적 문제"라며 "오늘 이 자리가 경험을 공유하고 공존의 해법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주제 발제는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과 천관율 기자(전 시사IN)의 발표로 시작됐다.
"데이터를 통해 온라인이나 공론장에서 생기는 갈등에 비해 청년 남녀들은 큰 공감대와 상호 존중의 토대가 잘 형성돼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먼저 정한울 원장이 '20대 남자' 프로젝트의 후속 연구로 진행된 결과를 말했다. 천관율 기자는 청년세대를 둘러싼 여러 오해를 풀어 주었다. 더욱이 제로섬이 아닌 윈-윈으로 나아갈 때 함께 풀 수 있는 문제가 더 많다고 말했다. 또 화합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성범죄 처벌 강화냐 무고죄 처벌 강화냐를 물으면 남녀 갈등이 극명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따로 물어보면 둘 다 70% 이상이 찬성하거든요. 제로섬 구도로 만드는 순간 갈등이 깊어지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고등학교만 나와도 제조업 대기업에 취업해 중산층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식은 남아있는데 할 수 없는 상황, 이것이 청년 세대의 좌절입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양승훈 교수(경남대)는 2030 남성이 느끼는 상실감을 거론했다. 마산·울산·창원 등 제조업 중심 지역에서 청년들을 연구해 온 그는 "현 청년세대들이 과거 아버지 세대가 수행했던 가족 생계 부양자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2030 남성의 태도 변화는 선진국형 개인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로서 느끼는 합리적 감정일 수 있다"라며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 결과 불만이 쌓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발제를 맡은 김조은 교수(KDI 국제정책대학원)는 스페인 사례를 통해 '급진적 정책의 역효과'를 경고하면서도 희망적 메시지를 전했다. 김 교수는 "배타와 혐오에 기반한 정책은 장기적 지지를 얻지 못한다"며 "남녀 어느 한쪽을 가해자 피해자로 규정하지 않는 포용적이고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부에서는 강민형 고려대 교수를 좌장으로 청년패널과 발표자들이 함께했다. 청년패널 이누리 씨는 "데이터를 보니 생각보다 이들이 합리적이고 온건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은 어디인가"라고 되물었다. 청년패널 이동수 씨는 "스페인 사례가 주는 시사점에 공감한다. 과연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중간층을 흡수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객석에서도 활발한 질문이 이어졌다. 여성 장애인의 이중 차별, 국민연금 세대 불평등, 기혼자 육아휴직이 미혼 청년에게 부담이 되는 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제기됐다.열띤 토론이 계속됐지만 시간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았다.
콘퍼런스를 마친 후 정한울 원장과 청년 패널들에게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

정 원장은 여론조사 전문가로, 2024년 한국사람연구원을 설립해 관공서, 정당, 언론사의 의뢰를 받아 여론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Q.이번 콘퍼런스에 참여하시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국민통합위가 2019년 저희의 연구 결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적지 않은 재정적 지원을 통해 후속 연구를 먼저 제안해주시고 연구 기간 내내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신 점을 보면서 통합위의 세대 및 젠더 갈등 해소를 위한 공적 책임감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Q. 현재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갈등 중 가장 시급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은?
이번 콘퍼런스가 세대갈등과 젠더갈등에 집중했기 때문에 이 문제들이 시급하다고 보지만, 청년 내부의 학력 격차와 학벌 차별 문제가 예전보다 등한시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세대와 젠더갈등 문제를 접근할 때 학력차별, 계층차별의 문제와 적극적으로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Q. 데이터로 본 청년 세대와 실제 만난 청년들 사이에 어떤 차이나 공통점을 발견하셨나요?
생각보다 청년세대가 상당히 큰 공감대와 상호존중의 토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상대 집단을 이해하려는 모습, 관용적 태도는 물론 심사숙고하면서 질의응답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려는 모습 또한 저희가 데이터에서 발견한 청년들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Q. 앞으로 청년 세대 연구에서 꼭 다뤄야 할 주제는?
세대 젠더 불평등이 수도권 집중 및 지역불평등과 어떻게 겹쳐 문제를 심화시키는지, 그 대응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 이 현상이 한국만의 현상인지 글로벌 현상인지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앞으로 세대 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 중요한 점은?
차이와 갈등 요인을 제로섬으로 바라보면 통합의 실마리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세대 차이와 세대 간 갈등 못지않게 세대 간 공통점과 공감대를 찾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청년들의 가치관과 태도는 한국사회 속에서 형성된 것이므로 윗세대들과 적지 않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 청년 패널 이누리 씨 (30대 여성)

Q. 청년 패널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청년 세대가 갖고 있는 성평등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오해를 알고 싶었고 그들이 느끼는 불만의 원인이 궁금해 참석하게 됐습니다.
Q. 콘퍼런스를 통해 청년세대 갈등 해소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셨나요?
제가 여성이라 남성 생각들에 관해 알게 되었는데요. 생각했던 것보다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이런 논의가 계속되려면 청년 당사자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주변 청년들이 기회를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문제의식을 가진 청년들은 말을 하고 담당기관은 들어야 합니다. 또 대회, 일회성 행사보다는 일상으로 스며드는 정책을 통해 해결하도록 담당기관이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Q. 국민통합위원회에 바라는 역할은?
이번에 정한울 원장님, 천관율 기자님의 연구조사에서 도출된 결론처럼 지금 시행되고 있는 정부 정책의 언어를 수정하는 과업을 수행해도 좋을 듯합니다. 일회성 행사보단 후속활동이 있는 지속사업을 염두에 두고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청년 패널 이동수 씨 (30대 남성)

Q. 어떤 계기로 콘퍼런스 청년 패널로 참여하게 되셨나요?
청년DB를 통해 공고를 확인한 후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국민통합위원회 측에서 참석 제안을 주셨고 소중한 기회라 생각되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20대와 40대 사이에 놓인 '30대'라는 시선에서 바라보는 갈등은?
청년정책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쓰이는 시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청년세대를 단일한 존재로 뭉뚱그려 파악하곤 합니다. 저는 청년세대 안에도 다양한 집단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청년이 여러 주체이기에 해법 또한 단일한 해결책이 아닌 다층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정확한 상황 분석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Q. 스페인 사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저는 Vox라는 정당이 빠르게 성장하고 빠르게 지지기반을 잃은 점이 인상 깊었는데요, 그만큼 스페인 정치는 사회적 인식을 역동적으로 반영하는 구조를 갖췄다고 보여집니다. 이는 갈등이 제도 밖 사회갈등으로 커지기 전에 정당이라는 제도권 안에서 표출되고 해소된다고 느꼈습니다.
Q.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려면 어떤 통로가 필요할까요?
청년세대가 제도에 진입할 길이 열려야 합니다. 청년세대의 사회적 입장을 정치에 반영하기 위해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입법부에 청년들이 진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인위적인 할당제보다는 각 정당의 당헌당규가 청년들과 새 인물들에게 열리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당은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인 만큼, 조직 구성도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청년기본법의 취지에 따라 행정부에서도 청년 당사자들과 함께하는 실질적인 청년 당사자 거버넌스를 의제의 성격에 맞게 구성하는 노력을 해주어야 합니다.
Q. 청년세대 갈등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특정 성별인 청년을 위한 정책보다는 특정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관점에서 여러 정책을 수립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청년과 뜻을 함께하다 보면 옆에 다른 젠더의 청년들이 있을 거고, 그런 경험들과 환경들이 노출되는 것이 결국 피상적인 젠더의식을 벗어나 현실의 사람을 보게 만들 거라 생각합니다.
Q. 오늘 콘퍼런스에 참여하면서 가장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나 관점이 있다면?
온라인 커뮤니티가 제 생각과 다르다고 느끼면서도 이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나 대규모 연구가 없어 확신을 가지기 어려웠습니다. 그에 대한 확신을 데이터에 기반해서 얻을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수확입니다. 대다수 청년은 극단적인 이념보다 양가적인 고민을 하는 중간층이라는 점이 희망적이었지만, 동시에 스페인 사례처럼 정치제도가 이를 적절히 수용하지 못한다면 갈등이 극단적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경각심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Q. 정부가 청년세대 갈등 해소를 위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일회성 행사 개최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 그 결과를 접근하기 쉬운 방법으로 체계적인 기록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날 가장 중요한 발견은 참가자들의 모습이었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눈빛, 공감을 표현하고 질문을 통해 배우려는 자세. 청년들은 이미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지 않을까.
청년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제로섬 프레임으로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함께 풀 수 있는 과제부터 하나씩 찾아가는 것이다.
콘퍼런스는 끝났지만 대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청년들은 이미 준비되어 있고 이제 사회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걸어갈 차례다.
☞ (보도자료) 국민통합위원회, 12월 17일, 「2025 세대·젠더 국민통합 컨퍼런스」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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