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을 며칠 앞두고 있던 날, 아이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점수가 높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공부했다는 아들. 평소보다 유달리 서론이 길어 원하는 것을 분명히 말해보라고 했더니 새로운 휴대전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새로운 휴대전화가 왜 필요한지 다시 물어보자, 터치가 잘되지 않고 데이터 속도도 친구들보다 많이 느리다는 아들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처음 휴대전화를 사준 지도 벌써 4년이 넘었다. 당시에도 최신 기종을 구매해 준 것은 아니었기에, 인터넷 사용이 잦은 요즘 청소년의 특성을 고려하면 불편함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긍정적으로 고민해 보겠다고 답한 뒤, 이튿날 몇 곳의 대리점을 직접 찾았다.
현명하게 휴대전화를 구매하려면 발품을 파는 것이 필수라고들 한다. 흔히 '성지'라고 불리는 곳까지 찾아다닐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편은 아니지만, 관내 대리점 서너 곳을 돌아다니며 할부원금과 부가서비스 유지 조건 등을 비교한 뒤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에서 휴대전화를 바꾸곤 했다.
.jpg)
그렇게 첫 번째 대리점에서 간단한 상담을 마치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때, 예상보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한 발짝 떨어진 채 응대를 기다렸다. 내 앞에서는 휴대폰 개통 시 왜 안면인식을 해야 하느냐며 대리점 직원에게 항의하는 고객이 있었고, 직원들 역시 난처한 듯 "조금 더 알아보겠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며칠 전 인터넷 언론을 통해 앞으로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식이 필수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났다. 해당 기사 댓글에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부터, 국가가 생체 정보 수집을 일괄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가득했다. 당시에는 나 역시 왜 굳이 개통 과정에서 생체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당장 나나 가족이 휴대폰을 바꿀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해 가볍게 넘겼던 것 같다.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아이의 휴대전화를 바꿔야 했고, 때에 따라 나 역시 2년 넘게 사용한 휴대폰을 교체할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시행하려는 정책이 무엇인지, 왜 추진되는지, 국민의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자리를 옮겨 카페로 이동한 뒤 해당 정책의 내용과 시행 배경을 먼저 찾아보았다.
정부가 본격적인 시행을 예고한 정책은 '휴대전화 개통 시 본인인증 강화'에 관한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단순히 생체인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개통 시 제출한 신분증 사진과 실제 인물이 동일인인지 실시간으로 대조하는 안면 인증 절차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개통 절차가 강화되는 것이다.

대리점 등을 방문해 개통하는 대면 개통의 경우, 기존에는 요금제와 휴대전화를 선택한 뒤 가입신청서를 작성하고 신분증을 제출하면 대리점에서 스캐너를 통해 신분증 사실 여부를 확인한 후 개통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신분증 제출 이후 진위 확인 과정에서 안면인증을 통한 본인 확인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휴대전화 개통 과정이 길어져 다소 불편해졌다고 느낄 수 있는 이 정책, 도대체 왜 시행되는 것일까? 정부 보도자료와 관계 부처 설명을 종합해 본 결과, 본인인증 강화의 가장 큰 이유는 보이스 피싱을 비롯한 휴대전화를 매개로 한 각종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보이스 피싱을 비롯한 각종 피싱, 문자결제사기 범죄는 분기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대규모 조직이 검거되었다는 소식도 자주 들려올 만큼, 관련 범죄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퍼진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보이스 피싱 피해액이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하자,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고민해 온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생체인식을 통한 본인확인 강화는 지난 3월 발표된 보이스 피싱 범죄 대응 강화 방안과 8월 정부 합동 발표인 보이스 피싱 근절 종합대책의 이행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며, 국정과제 23번 '국민의 안전과 보편적 삶의 질 제고를 위한 AI 기본 사회 실현' 중 '피싱, 문자결제사기 등 디지털 민생범죄 대응 강화'에 따라 시행되는 정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보이스 피싱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아본 경험이 있고, 언론을 통해 접한 피해 사례들을 심각하게 느껴왔기에 정부의 본인확인 강화 취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휴대전화 개통 현장에서 직접 마주한 직원들과 국민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공감대가 크지 않아 보였다.
앞서 언급했듯 안면인식을 왜 해야 하느냐며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부터, 휴대전화를 개통하려면 반드시 안면인식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계도기간이라 원하지 않으시면 오류 등으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처리해 기존 방식으로 개통을 도와드릴 수 있다"라고 답하는 대리점 직원까지, 아직 제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jpg)
온라인 커뮤니티는 부정적인 반응이 특히 많았다.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만 인증 대상에 포함되어 해당 신분증이 없는 사람들은 제도에서 배제된다는 점, 그리고 정부가 근절해야 할 범죄 예방의 부담을 국민에게 과도하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눈에 띄었다. 참고로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국가보훈증, 장애인등록증, 외국인등록증 등으로 인증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는 한 대리점의 이슈 상황으로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아이와 내 휴대전화를 교체할 수 있었다. 개통을 마치며 현장 직원에게 본인확인 강화 제도에 대한 분위기를 묻자, 하루에도 열 명 정도는 인증 여부를 문제 삼으며 제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개통을 서두르는 경우가 있다며, "본격 시행 전 계도기간인 만큼 충분한 홍보가 병행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라는 개인적인 의견을 전했다.

과거 정책 관련 세미나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보편적인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일수록 시행 취지와 필요성, 영향에 따라 추진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신속한 추진이 필요한 정책도 있지만,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전제로 해야 하는 정책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휴대전화 개통 시 본인확인 강화 방침이 이러한 공감대를 충분히 얻은 후 시행되었다면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최근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개인정보 유출 관련 기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신분증 사진과 실제 인물이 동일한지 확인한 뒤 결괏값만 저장하고 생체 정보는 별도로 보관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설명은 다소 아쉽다.
오는 3월 23일부터 본격 도입될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왜 시행하는지, 여러 대안 중 왜 생체 정보를 활용해야 하는지, 혹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더 친절한 설명이 뒷받침되면 좋겠다. 실제로 일선 대리점 직원들조차 정책 시행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홍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포폰 개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보이스 피싱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분명한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남은 계도기간 동안 정부 주도의 충분한 설명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이 아닐까. 더 많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제도의 변화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탑승할 국민이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 (보도자료)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 도입 관련 추가 설명
- 공공누리 출처표시의 조건에 따라 자유이용이 가능합니다. (텍스트)
-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 전부를 보유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 뉴스 |
|
|---|---|
| 멀티미디어 |
|
| 브리핑룸 |
|
| 정책자료 |
|
| 정부기관 SNS |
|
※ 브리핑룸 보도자료는 각 부·처·기관으로부터 연계로 자동유입되는 자료로 보도자료에 포함된 연락처로 문의
※ 전문자료와 전자책의 이용은 각 자료를 발간한 해당 부처로 문의
- 제37조(출처의 명시)
- ① 이 관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 다만, 제26조, 제29조부터 제32조까지,
제34조 및 제35조의2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1. 12. 2.> - ② 출처의 명시는 저작물의 이용 상황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하며,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이 표시된 저작물인 경우에는 그 실명 또는 이명을 명시하여야 한다.
- 제138조(벌칙)
-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1. 12. 2.>
- 1. 제35조제4항을 위반한 자
- 2. 제37조(제87조 및 제94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위반하여 출처를 명시하지 아니한 자
- 3. 제58조제3항(제63조의2, 제88조 및 제96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하여 저작재산권자의 표지를 하지 아니한 자
- 4. 제58조의2제2항(제63조의2, 제88조 및 제96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하여 저작자에게 알리지 아니한 자
- 5. 제105조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저작권대리중개업을 하거나, 제109조제2항에 따른 영업의 폐쇄명령을 받고 계속 그 영업을 한 자 [제목개정 2011. 12. 2.]
이전다음기사
다음기사대중교통비 할인의 주역 K-패스…'모두의 카드'로 변신정책브리핑 게시물 운영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게시물은 삭제 또는 계정이 차단 될 수 있습니다.
- 1. 타인의 메일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 또는 해당 정보를 게재하는 경우
- 2.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경우
- 3.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시키는 경우
- 4. 욕설 및 비속어의 사용 및 특정 인종, 성별, 지역 또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용어를 게시하는 경우
- 5. 불법복제, 바이러스, 해킹 등을 조장하는 내용인 경우
- 6.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 또는 특정 개인(단체)의 홍보성 글인 경우
- 7. 타인의 저작물(기사, 사진 등 링크)을 무단으로 게시하여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글
- 8. 범죄와 관련있거나 범죄를 유도하는 행위 및 관련 내용을 게시한 경우
- 9. 공인이나 특정이슈와 관련된 당사자 및 당사자의 주변인, 지인 등을 가장 또는 사칭하여 글을 게시하는 경우
- 10. 해당 기사나 게시글의 내용과 관련없는 특정 의견, 주장, 정보 등을 게시하는 경우
- 11. 동일한 제목, 내용의 글 또는 일부분만 변경해서 글을 반복 게재하는 경우
- 12. 기타 관계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 13.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