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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로 직접 마주한 우울증, 빠져나오기 힘들었어요

우울증을 체험하고 공감하는 '다크닝(Darkening)' 초청 전시(1.19.~2.6.) 관람 체험기

2026.02.05 정책기자단 양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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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질병이다.

뉴스나 기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접할 기회는 많지만, 그것이 실제로 어떤 감각으로 다가오는지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가상현실(VR) 기반 우울증 체험 전시 '다크닝(Darkening, 어두워짐)'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다크닝은 체코 출신의 온드레이 모라베크 감독이 사춘기 시절부터 겪어온 우울증 투병 경험을 담은 18분 분량의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AR(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우울증을 단순히 정보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전시를 통해 마음을 이해한다'라는 방식이 어떤 경험일지 몹시 궁금했다.

우울증 VR 전시인 '다크닝'을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 국립정신건강센터의 모습이다.
가상현실 전시 '다크닝'을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 국립정신건강센터

◆ 가상현실로 우울증의 무게를 체감하다

이 전시는 단순히 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해 영상을 보는 구조가 아니었다. 이 체험이 누군가의 마음을 가볍게 소비하는 콘텐츠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느껴졌다.

'다크닝'이라는 제목처럼 전시는 점점 어두워지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체험을 시작하기 위해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했는데, 초반부터 약간의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단순히 가상현실 기기 착용의 문제라기보다, 나의 감각이 통제되지 않는 느낌에 가까웠다.

화면에 나오는 우울증 전시 관련 장면과 그 옆의 VR 체험 공간 모습이다.
화면에 나오는 우울증 전시 관련 장면과 그 옆의 VR 체험 공간

체험이 시작되자 시각과 청각을 통해 전달되는 자극이 생각보다 강렬했다. 공간이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 들었고, 귓가의 소리는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기를 반복했다. 우울증 환자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적 연출까지…. 실제 병원을 돌아다니는 체험을 했는데, 어지러움과 두근거림이 느껴지며 약간의 두려움마저 들었다.

그 순간 문득 '극도의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이런 상태에 놓여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로 이해하던 우울과, 몸으로 느끼는 우울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전시는 우울증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채 머무는 상태, 이유 없이 가라앉는 기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피로가 쌓이는 감각이 짧은 체험 안에 응축돼 있었다. 체험이 끝났을 때는 안도감과 함께 묘한 여운이 남았다.

잠깐의 체험이었음에도 마음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깊은 여운을 남겼던 '다크닝' 전시였다.
깊은 여운을 남겼던 '다크닝' 전시

◆ 전시를 통해 분명히 전하고자 한 메시지

전시 공간을 나와 안내 자료를 다시 살펴보며, 이 체험이 단순한 시각적 '충격'이 아닌,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이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우울증은 의지의 문제나 개인의 약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정신건강의 고통을 체험이라는 방식으로 공감하게 만드는 시도였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전시가 '우울증을 겪는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히려 우울증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 주변의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더 필요한 전시처럼 느껴졌다. 짧은 체험이었지만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할까'라는 의문을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이해로 바꿔주는 계기가 됐다.

다크닝 전시가 진행된 국립정신건강센터 내 갤러리M의 모습이다.
다크닝 전시가 진행된 국립정신건강센터 내 갤러리M

◆ '치료의 대상'에서 '이해의 영역'으로 확장

그동안 정신건강 정책이 체감되지 않는 때가 많다. 상담 횟수·지원 대상·예산 규모 모두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정신건강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마음건강 회복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체감하기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이번 '다크닝' 전시는 정책이 사람의 감정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제적인 사례라고 본다. 정신건강을 단순히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이해의 영역'까지 확장하는 시도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시를 마치고 나왔을 때, 가장 크게 남은 감정은 경각심이었다. 우울증은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하루는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무거울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잠깐의 어지러움조차 쉽게 떨쳐낼 수 없었는데, 지금도 그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다크닝'은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긴 여운을 남기는 전시였다. 가상현실이라는 도구를 통해 우울증을 겪는 이들을 이전보다는 더 깊이 헤아릴 수 있을 거 같다. 우울증이라는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이 전시는 이번 달 6일까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국립정신건강센터, VR로 우울증 체험하고 공감하는 '다크닝(Darkening)' 초청 전시

양은빈
정책기자단|양은빈
bin2bin249@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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