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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시대, 서울의 국가산림문화자산 남산 소나무림·홍릉숲

남산 소나무림에서 홍릉숲까지, 숲을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관리하는 정책
2014년부터 발굴·지정이 시작됐으며, 2025년 기준 전국 87곳이 지정돼

2026.02.23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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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와 지구온난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탄소중립을 앞당기기 위한 정책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숲의 역할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나무와 숲이 많아질수록 미세먼지와 열섬 현상은 줄어들고, 도시는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산림청의 산림 정책을 관심 있게 살펴봤다.

산림청은 숲과 나무, 자연물 가운데 역사·문화·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대상을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홍릉숲에 가면 '국가산림문화자산'을 알리는 안내문이 있다.
산림청은 숲과 나무, 자연물 가운데 역사·문화·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대상을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홍릉숲에 가면 '국가산림문화자산'을 알리는 안내문이 있다.

산림청은 숲과 나무, 자연물 가운데 역사·문화·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대상을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2014년부터 발굴·지정이 시작됐으며, 2025년 기준 전국 87곳이 지정돼 있다.

최근에는 '한라산 남성대 대피소'와 '익산 함라산 야생차 군락지'가 산악 안전의 역사와 자생 차 문화의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됐다.

그렇다면 서울에도 국가산림문화자산이 있을까.

목록을 확인해 보니 서울에는 남산 소나무림과 홍릉숲 두 곳이 지정돼 있었다.

단순히 산림청의 정책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서울 도심 속에 보존된 국가의 숲을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 "남산 위에 저 소나무", 도시 속에 남은 남산 소나무림

남산의 소나무숲은 서울을 상징하는 자연 경관이다. 애국가 2절에 등장하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가 남산의 실제 풍경이다.
애국가 2절에 등장하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가 남산의 실제 풍경이다.

애국가 2절에 나오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라는 가사는 남산의 실제 풍경에서 비롯됐다.

남산 소나무림은 예부터 서울을 상징하는 자연 경관이었다.

평일 늦은 오후, 한겨울의 남산 소나무 숲은 비교적 한산했고, 영하의 날씨에도 간간이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곳곳에 하얀 눈이 남아 있건만, 남산소나무숲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곳곳에 하얀 눈이 남아 있건만, 남산 소나무림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겨울 숲은 숲을 이루는 나무들이 대개 앙상한 모습이지만, 남산 소나무림은 달랐다.

소나무는 침엽수로 사계절 내내 푸르다.

나무 아래에는 뾰족한 솔잎이 떨어져 있었지만, 곧게 서 있는 소나무는 겨울에도 여전히 위엄을 느끼게 했다.

남산소나무림은 한 장소가 아니라 남산 남측 순환로·도서관 주변·야외식물원 북쪽 등 여러 구간에 분포한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흔적이 나무 줄기에 남아 있다.
남산 소나무림은 한 장소가 아니라 남산 남측 순환로·도서관 주변·야외 식물원 북쪽 등 여러 구간에 분포한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흔적이 나무줄기에 남아 있다.

남산 소나무림은 특정 장소가 아닌 남산 남측 순환로·도서관 주변·야외 식물원 북쪽 등 여러 구간에 분포한다.

남산맨션 뒤편 운동 기구와 정자, 약수터가 있는 생활 공간을 지나 왼쪽 숲길로 들어서니, 곳곳에 구부정한 모습의 오래된 소나무들이 보였다.

소나무는 줄기 껍질이 갈라지며 '거북 등 껍데기'처럼 두껍고, 줄기가 비틀리거나 굽는 형태로 자라는 모습에서 그 세월을 짐작할 수 있다.

'팔도소나무단지'는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소나무를 식재한 공간이다. 사진은 '정이품송맏아들나무'.
'팔도소나무단지'는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소나무를 식재한 공간이다. 사진은 '정이품송 맏아들'나무

남산 소나무림에는 '팔도소나무단지'도 조성돼 있다.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소나무를 이곳으로 옮겨 심어 놓은 공간이다.

같은 소나무지만 지역에 따라 줄기의 굵기와 가지의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그중에는 '정이품송 맏아들'나무도 있다.

정이품송 맏아들나무는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로 가는 길에 서 있는 수령 약 600년의 소나무로, 1962년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됐다.

세조가 법주사로 행차하던 중 가마가 가지에 걸릴 것을 걱정하자,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려 가마가 무사히 지나가게 해서 '정이품'이라는 벼슬 이름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각 도를 대표하는 소나무를 한자리에서 구경하는 것도 남산 소나무림에서 누리는 즐거움이다.

남산소나무림은 조선시대 도성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숲에서 출발해서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산 소나무림은 조선시대 도성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숲에서 출발해서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산 소나무림은 조선시대 도성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숲에서 출발했다.

일제강점기와 전쟁, 급격한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도 그 자리를 지켜온 숲의 가치는 화려한 경관보다는 오랜 시간 유지돼 왔다는 점에 있다.

인위적으로 새로 만든 숲이 아니라, 관리와 보호를 통해 보존해 온 숲인 것이다.

필자는 여름에 이곳을 찾아 소나무 숲 아래를 맨발로 걸었던 기억이 있는데, 발바닥에 전해지던 흙과 까칠한 솔잎의 감촉이 아직도 생생하다.

계절은 달라도 소나무 숲이 주는 인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숲길 곳곳에는 녹지 않은 눈이 남아 있어 소나무의 짙은 녹색과 대비를 이뤘다.

겨울의 남산 소나무림은 조용했지만, 숲의 존재감은 분명했다.

◆ 숲을 '배우며' 걷는 공간, 서울 동대문구 '홍릉 터'를 품은 숲

홍릉숲은 국가산림문화자산이면서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으로 지정되어 있다.
홍릉숲은 국가산림문화자산이면서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으로 지정돼 있다.

홍릉숲은 남산 소나무림과는 또 다른 인상을 준다.

이곳은 걷는 숲이면서 동시에 배우는 숲이다.

먼저 이름의 유래부터 알아보자.

'홍릉'은 원래 명성황후의 능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과거 홍릉이 있었던 곳이 지금은 홍릉터로 남아 있다. 홍릉은 명성황후의 능을 가리킨다.
과거 홍릉이 있었던 곳이 지금은 홍릉터로 남아 있다. 홍릉은 명성황후의 능을 가리킨다.

다만 현재 명성황후의 능(홍릉)은 서울이 아니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다.

그럼에도 서울 동대문구의 이 숲이 '홍릉숲'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 일대가 과거 홍릉이 있었던 자리(터)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홍릉의 흔적과 공간성'이 숲의 곳곳에 남아 있다.

고종이 머물렀던 곳을 상징하는 어정도 보존되어 있다. 이곳이 역사적 공간임을 알 수 있다.
고종이 머물렀던 곳을 상징하는 어정도 보존돼 있다. 이곳이 역사적 공간임을 알 수 있다.

숲 한켠에는 고종이 머물렀던 곳을 상징하는 '어정'도 보존돼 있어, 이곳이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역사적 공간임을 보여준다. 어정은 왕이 사용하던 우물을 뜻한다.

홍릉숲은 1922년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 조성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현재 약 41헥타르 면적에 침엽수원과 활엽수원, 초본식물원, 관목원 등이 조성돼 있고,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한국 최초의 1세대 수목원이라는 역사성을 인정받아 2020년 정치·역사 부문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홍릉숲이 자리한 곳에는 국립산림과학원이 있다.

홍릉숲 출입문 우측에 자리한 침엽수원에는 다양한 수종의 침엽수가 있다.
홍릉숲 출입문 우측에 자리한 침엽수원에는 다양한 수종의 침엽수가 있다.

정문 입구에는 '명품 100대 숲'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주말에는 예약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눈이 내린 토요일 아침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숲을 찾고 있었다.

눈 위에 찍힌 발자국들이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을 보여준다.

홍릉숲은 수종별로 각각의 영역을 구분해 팻말을 붙여두었다.

어떤 나무가 심겨 있는지,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남산 소나무림이 안내를 최소화한 숲이라면, 홍릉숲은 숲이 자신의 존재를 설명하도록 구성된 공간이다.

침엽수원을 지나 건너편 약용식물원까지 천천히 산책했다.

구간마다 숲의 성격과 역할이 또렷하게 달라진다.

홍릉숲이 있는 곳을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시험림이라도 부른다. 올해 '홍릉 모델 도시숲'을 연구 중이다.
홍릉숲이 있는 곳을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시험림이라도 부른다. 올해 '홍릉 모델 도시숲'을 연구 중이다.

◆ 서울의 두 숲이 말하는 국가산림문화자산

남산 소나무림이 도심 속 숲의 역할을 보여준다면, 홍릉숲은 역사와 연구가 함께 축적된 숲이다.

하나는 서울의 도시화 과정을 함께 겪은 숲이고, 다른 하나는 왕실의 흔적 위에 수목원과 연구의 역사가 더해진 숲이다.

국가산림문화자산은 관광을 목적으로 조성된 공간이 아니다.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 이후에도 정기적인 현장 점검과 전문가 검토를 통해 관리된다.

보존 가치가 사라질 경우 지정이 해제되기도 한다.

국가산림문화자산은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공공 자산이다.

서울의 숲은 많지만, 국가가 공식적으로 가치를 인정해 관리하는 숲은 많지 않다.

남산 소나무림과 홍릉숲은 국가가 자연의 역사와 가치를 기록하고 지켜온 결과물이다.

현재 서울 시민이 누리는 이 숲은 앞으로도 다음 세대에 그대로 전해져야 할 산림 문화유산이다.

국가산림문화자산은 숲을 보호하는 정책이자, 숲의 가치를 분명히 남기는 정책이다.

☞ (보도자료산림청, 2025년 국가산림문화자산 신규 지정




윤혜숙
정책기자단|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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