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또는 차례를 지낸 후 신에게 올린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을 음복(飮福)이라고 한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지만, 이번 설날을 앞두고 뭔가 특별한 술을 준비하고 싶었다.

한반도 국토의 중심부에 있는 충북 충주로 향했다.
충주시 중앙탑면의 중원당에서는 대한민국 식품명인이 빚은 우리 술, '청명주(淸明酒)'를 만날 수 있다.
청명주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전통주로, 24절기 중 다섯 번째인 청명(양력 4월 5일경)에 맑은 물과 누룩으로 빚은 술을 의미한다.
맑은 물은 지하 암반수를, 누룩은 가루쌀과 곡물 발효주를 사용한다.
1896년 창업한 양조장 중원당은 통일신라시대 국토 중앙의 수도를 뜻하는 '중원경(中原京)'에서 따온 명칭이다.
현재 중원당 대표인 김영섭 명인은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작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2025 대한민국 식품명인(제101호)으로 선정했다.
참고로 대한민국 식품명인은 1994년부터 지금까지 전통식품 분야 식품명인 106명을 지정했고, 현재는 총 88명이 활동 중이다.

청명주의 역사는 18세기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해 김씨 가문의 민간 약방문인 '향전록'에는 청명주 제조 방법이 기록되어 있으며, 조선 영조 때 실학자 이익(1681~1763)은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청명주를 평생 가장 좋아한 술이라고 썼다.
청명주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한때 명맥이 끊기기도 했다.
이후 김영섭 명인의 부친인 고(故) 김영기 옹이 '향전록'을 바탕으로 청명주를 복원했고, 가업을 이어받은 김영섭 명인이 2016년 주방문을 그대로 재현한 청명주를 만들었다.

중원당 입구에는 고려 시대 불교 유적인 창동리 오층석탑(충북 유형문화유산)과 약사여래입상(충북 유형문화유산)이 자리하고 있다.
두 문화재는 각각 고려 초기와 중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1970년대 후반에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중원당이 위치한 남한강변 인근에는 다양한 불교 유적이 존재한다.


중원당 안에는 양조장과 함께 전통주 빚기 및 도자기 체험장, 술을 빚는 도구 등을 전시한 작은 갤러리도 있다.
단, 각종 체험과 갤러리 구경은 사전 예약자에 한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중원당의 전통주 홍보관은 양조장으로부터 약 1㎞ 떨어진 곳에 있으며, 청명주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술과 선물 세트를 전시·판매하는 직판장이다.
매장 안에는 생주와 살균주로 구분된 약주와 탁주, 그리고 세 가지 도수의 청명 소주(24도, 40도, 52도)가 다양하게 진열돼 있다.
특히 지난해 처음 출시한 '청명주 탁주'는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동 주최하는 '2025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예쁜 포장의 선물 세트도 눈에 띄었다.
작은 용량(100ml)의 귀여운 미니어처 세트부터 도자기 잔이 포함된 혼합 세트, 청명주 도자기와 도자기 잔으로 구성된 도자기 세트까지 다양했다.

'오징어게임 3'에 등장하며 화제가 됐던 도자기도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 클라이맥스인 만찬 장면에서 게임 참가자들이 한식 차림상과 함께 검은 도자기 술병에 담긴 술을 따르고 건배를 했는데, 그 술이 바로 청명주와 도자기다.
약 10분간 노출된 청명주와 검은 도자기 병은 오징어게임 제작사가 청명주를 만찬주로 사용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오징어게임 만찬주의 정체가 알려지자, 청명주를 찾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자사 온라인 쇼핑몰은 검은 도자기 청명주를 중심으로 연일 품절 대란을 기록했고, 수출 문의도 쏟아졌다.
지난 연말에는 중국 광저우 수출입상품 교역회에도 참가하며 K-술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홍보관에서 '2025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우수상에 빛나는 청명주 탁주도 시음했다.
청명주 탁주는 직접 빚은 자가누룩인 '청명주곡'을 사용해 만든 술로 찹쌀의 달한 향과 구수한 곡물의 풍미가 가득 느껴지는 맛이었다.
구멍 떡으로 반죽을 빚어 쌀의 함유량이 높다고 설명했는데, 특유의 걸쭉함과 높은 당도가 요거트와 비슷했다.
약주로 대표되는 청명주는 전통술치고는 도수가 약간 높은 편인데, 덧술을 입히는 과정에서 2% 정도 도수가 더 오른다고 한다.

이번 설날 차례주로 청명주 약주(생주)를 올렸다.
맑은 갈색빛에 다른 약주에 비해 강하고 풍부한 향이 도드라졌다.
생전에 술을 무척 즐기셨다던 할아버지도 부디 만족하셨기를 바랐다.
☞ (보도자료) 우리 전통식품을 계승한다! 농식품부, 대한민국 대표 식품명인 7명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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