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를 오가는 길에 늘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있었다.
마을 곳곳의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었다.
"여주는 왜 이렇게 태양광이 많을까?"
지나칠 때마다 궁금했던 질문의 답을 이번에 찾았다.
경기도 여주시 세종대왕면 구양리는 정부가 우수 사례로 꼽은 '햇빛소득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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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태양광 발전 수익으로 주민들이 함께 점심을 먹고, 어르신들이 '행복버스'를 타고 장을 본다. 햇빛이 전기를 넘어 마을 복지와 공동체를 움직이는 소득이 된 것이다.
정부는 최근 '햇빛소득마을 전국 확산 방안'을 발표하며, 마을공동체 주도의 태양광 발전으로 주민 소득과 에너지 자립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유휴부지, 농지, 저수지 등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수익을 창출하고 주민과 마을이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다.
우수 사례로 언급된 구양리를 찾았다.
마을을 안내한 전주영 이장은 "구양리는 70호 정도, 130명 가량이 사는 평범한 농촌 마을"이라며 "원래는 논농사 중심의 마을이었는데 태양광 발전을 계기로 마을의 방향이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 태양광 발전이 바꾼 농촌 마을의 일상
구양리의 태양광 발전은 단순한 전기 생산 시설이 아니었다. 전 이장은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이 농촌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 사업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대규모 태양광 설비가 필요한 상황에서, 준비 없이 외부 자본이 농촌으로 유입되면, 오히려 주민이 농지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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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21년 산업통상부의 '햇빛두레' 사업에 참여했고, 2022년 초 시범 마을로 선정돼 현재 6곳에 나뉜 1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총사업비 약 16억 7000만 원이 투입됐으며, 월 순수익은 1000만 원 안팎이다. 주목할 점은 이 수익을 개인 배당보다 마을 복지에 우선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이장은 "처음부터 주민 소득으로 나누기보다 복지에 먼저 쓰는 게 공동체를 살리는 데 더 맞다고 봤다. 마을의 역량과 공동체성이 쌓여야 그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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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태양광 수익은 구양리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었다.
마을에는 사무장이 상주하며 행정 업무를 돕고, 9인승 '행복버스'가 주민들의 발이 되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이 버스를 타고 장을 보러 가고, 병원에 가고, 노인대학이나 문화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 "우리는 한 식구"…태양광 수익이 만든 마을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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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을 식당이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전주영 이장을 따라 사무실 옆 식당으로 향했다.
출입문에는 "우리는 한 식구! 구양리 새마을식당"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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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안에는 테이블마다 주민들이 둘러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무척 정겨워 보였다.
이런 것이야말로 '한 식구'의 풍경일 것이다.
마을공동체의 일상을 엿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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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한 어르신은 "태양광 발전으로 우리 마을이 달라졌어.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라고 말했다.
짧은 말이었지만 햇빛소득마을의 의미를 가장 쉽게 설명해 주는 한마디처럼 들렸다.
구양리 새마을식당은 주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점심을 함께 먹는다.
조리 인력과 노인 일자리 참여 인력이 힘을 보태고, 마을 수익으로 운영비를 충당한다.
밥 한 끼를 함께 먹는 일이 식사 제공을 넘어, 공동체 회복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전 이장은 "계속 같이 밥을 먹다 보니 예전보다 주민들 사이의 유대감이 훨씬 좋아졌다. 마을 활동에 잘 나오지 않던 사람들도 식당에 오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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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수익은 식당과 버스에만 쓰이지 않는다.
탁구장과 사랑방 같은 주민 여가공간 운영, 문화공연 관람, 마을 행사, 단합여행 등에도 활용하고 있다.
전 이장은 "예전에는 시골 주민들이 문화생활을 누리기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공연도 보고 함께 여행도 다니면서 삶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라고 했다.
구양리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태양광 수익을 마을 전체가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개인 자산이 아닌 마을 자산 중심으로 발전소를 운영하며, 찬반 여부 상관없이 주민 모두가 동일한 혜택을 누리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전 이장은 "반대했던 사람도, 찬성했던 사람도, 협동조합에 이름을 올린 사람도 결국 권한은 똑같다. 마을이 주인이라는 점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이 하면 수익이 개인에게 돌아가지만, 마을로 하면 복지와 공동체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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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민 갈등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태양광에 대한 오해와 불신도 있었다.
전 이장은 "전자파나 환경오염, 수익성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나라 사업이라는 점이 주민들에게 신뢰를 줬고, 지자체 행정이 적극적으로 설득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마을 총회를 거쳐 결정했기 때문에 반대했던 주민도 결과적으로는 승복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햇빛소득마을을 추진하려는 다른 지역에 대해 "처음부터 소득을 나누는 데 급급하기보다 복지에 먼저 써서 공동체를 살리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마을 전체가 함께 사는 길이 열린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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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 이장은 햇빛소득마을을 추진하며 얻은 교훈도 전했다.
"재생에너지의 주인은 외부 자본이 아니라 농촌 주민이어야 합니다. 개인보다 마을 공동체가 중심이 돼야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됩니다."
그는 농지에 설치되는 태양광 발전도 농업과 병행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의 모든 마을이 태양광 재생에너지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농촌 소멸 위기를 농촌 회생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욕심을 내려놓고 공동체 중심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 농촌 고령화 속 에너지 자립마을의 가능성

지금 농촌은 빠른 고령화 진행으로 노동력 부족과 소득 감소를 겪고 있는 가운데, 태양광 발전은 농업 외 안정적인 부수입원이 될 수 있다.
마을이 공동으로 발전 설비를 운영하고 수익을 공유하면서 농촌 공동체를 유지하는 새로운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전국 3만 8000여 개 리를 대상으로 2030년까지 2500개 이상의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며, 계통 우선 접속, 에너지저장장치(ESS) 지원, 유휴부지 발굴, 장기 저리 융자 등을 함께 추진한다.
여주 구양리에서 본 태양광은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가 아니었다.
햇빛으로 만든 전기는 주민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고, 마을의 복지가 되고 있었다.
"햇빛이 소득이 되고, 그 소득이 다시 마을의 온기가 되는 곳"
여주 구양리는 기후 위기와 농촌 고령화 속에서 에너지 자립마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 햇빛소득마을이란?
'햇빛소득마을'은 마을공동체가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운영해 얻은 수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사업 모델이다.
유휴부지나 마을 시설, 농지, 저수지 등에 발전소를 세워 전력을 생산하고, 수익은 주민 소득 증대와 복지에 활용한다.
정부는 햇빛소득마을을 에너지 전환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루는 사업 모델로 보고 전국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국 2500개 마을 조성을 목표로 하며, 전력 계통 접속 지원, 금융 지원, 유휴부지 발굴 등 다양한 정책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 (보도자료) 햇빛으로 마을을 살린다, '햇빛소득마을 추진단'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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