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섬이다. 우리나라 최남단에 자리한 제주도는 육지와는 다른 기후와 지형, 독특한 생태환경을 품고 있다. 6월 초 제주에 머무르며 여러 오름과 곶자왈을 걸었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제주만의 자연환경이 지금까지 온전히 보전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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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라산 인근 일부 지역은 개발 과정에서 오름과 곶자왈이 훼손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제주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노력뿐 아니라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의 '생태계서비스지불제(PES)'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다는 취재로 이어졌다.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기후부의 생태계서비스지불제를 통해 생태계 보전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는 탄소흡수와 휴양·치유 등 자연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인 '생태계서비스'를 유지·증진하는 활동에 참여한 토지 소유자나 주민 등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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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정된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기업 등 민간의 자연보전 활동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참여 근거를 마련하고, 정부가 참여 실적 인정과 컨설팅 등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환경정책이 특정 지역을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규제하는 방식이었다면, 생태계서비스지불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숲과 습지를 가꾸고 생태계를 보전하면 이에 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상생형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섬 전체가 세계적인 생태 자산으로 평가받는 만큼 기후부가 지정한 대표적인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선도 지역으로 꼽힌다. 오름과 곶자왈, 습지 등을 중심으로 생태계 교란종 제거와 탐방 환경 개선, 생물다양성 증진, 주민 참여형 환경 관리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 걸세오름을 두 번 걸으며 만난 제주의 생태
이번에 찾은 걸세오름(걸서악)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산 138, 124에 자리한 오름으로,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사업이 추진되는 현장이다. 걸세오름은 걸서악이라고도 부른다. 산 모양이 문을 걸어 잠그는 걸쇠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전해지며, 예전에 이 일대에 살쾡이가 많이 살아 '걸세오름'으로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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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세오름은 제주에 산재한 수많은 오름 가운데 비교적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편안하게 탐방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손길이 곳곳에 닿아 있었다.
필자는 전망대까지 두 차례 오르내렸다. 첫 번째는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걸었고, 두 번째는 계단 길을 이용했다. 능선길을 걷다 보니 효례천 방향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을 따라 숲길이 조성돼 있었고, 능선길과 계단 길 사이에도 숲속을 가로지르는 탐방로가 연결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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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한 날은 평일 오전이어서 오름을 찾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전망대에는 운동 기구가 설치돼 있었고, 김성희 하례1리 마을회관 사무장은 "걸세오름은 마을 주민들이 운동을 위해 산책했던 곳으로, 예전엔 마을 주민들에게 임대해서 농사를 지었던 곳이다"라고 말했다.
숲길 곳곳의 나무에는 '봄꽃하영이서 페스티벌' 개최를 알리는 깃발이 걸려 있었다. 자연을 보전하는 공간을 넘어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즐기는 생활 속 쉼터이자 축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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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는 '멸종위기식물 개가시나무 복원지'를 알리는 안내판도 세워져 있었다. 이곳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학술적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임을 알리고 있었다.
◆ 새집 달고 산수유 심고…주민 손으로 가꾸는 걸세오름
김 사무장은 "걸세오름은 원래 마을에 있는 유일한 오름이었지만 나무가 거의 없었다"라며 "마을 사업으로 숲을 조성한 뒤 사람과 자연, 동식물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사업을 3년째 이어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걸세오름에서는 새들의 서식 환경을 위한 새집 설치, 먹이원 확보를 위한 산수유 식재, 외래 생태교란종 제거, 숲길 조성, 넝쿨 제거와 예초 작업 등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산수유는 새들의 먹이원을 조성하기 위해 심었다. 식재 전 전문가와 조경업체 자문을 거쳐 제주 기후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확인한 뒤 심었으며, 현재는 꽃도 피우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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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다. 외래 생태교란종인 팜파스를 제거하는 작업에 과거 마을 사업으로 팜파스를 심었던 청년회장이 직접 참여한 것이다. 한때는 경관 조성을 위해 심었던 식물이 이제는 생태계 보전을 위해 제거해야 할 대상이 됐고, 이를 주민 스스로 정리하는 모습은 생태계서비스지불제가 가져온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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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마다 설치된 새집은 해마다 새들이 찾아와 번식할 수 있도록 만든 서식지다. 실제로 새가 이용한 흔적도 확인됐다고 한다.
◆ "자연은 한 번 가꾸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사업에는 회차별로 10~15명의 주민이 참여한다. 넝쿨 제거와 예초, 새집 달기, 나무 식재 등을 역할별로 나눠 진행하며 연간 60~80명 정도가 함께한다.
김 사무장은 "예전에는 마을 예산만으로 오름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생태계서비스지불제를 통해 주민들이 참여하고 적절한 보상을 받으면서 오름을 가꿔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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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생태계서비스는 한 번 조성했다고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조성하고 가꾸기를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다"라며 "오히려 이런 사업이 더 일찍 시작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과거보다 쓰레기가 줄고 일부러 걸세오름을 찾아 산책하는 방문객도 늘었다고 한다. 주민들의 작은 실천이 생태계 보전뿐 아니라 마을의 새로운 자산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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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세오름을 두 번 오르내리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자연은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새 한 마리가 머물 보금자리를 만들고, 외래 생태교란종을 제거하고, 숲길을 정비하는 주민들의 작은 손길이 모여 지금의 걸세오름을 만들고 있었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는 규제보다 참여와 보상으로 자연을 지키는 정책이었다. 걸세오름에서 만난 변화는 제주의 생태를 지키는 힘이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 (보도자료) 탄소중립기본법, 생물다양성법 등 12개 법안 국회 통과
☞ (보도자료)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계약 본격 추진…지침서 배포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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