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원으로 제주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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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다시 제주를 찾았다. 짐을 꾸리면서 잊지 않고 챙긴 것이 있다. 가방 깊숙이 넣어둔 제주특별자치도 지역화폐(탐나는전) 5만 원이다. 지난 6월 초 제주공항에서 5일 이상 체류 관광객에게 지급하는 여행 지원 프로모션을 통해서 받았다. 이번에는 그 5만 원이 지역경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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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와 가까운 '서귀포매일올레시장'으로 향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제주를 대표하는 전통시장 가운데 하나다. 신선한 수산물과 제주 특산품, 다양한 먹거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야시장과 크루즈 관광객 유입이 더해지며 제주의 대표 관광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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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 포장 전문 횟집에서 제주산 활어회 2인분을 주문했다. 가격은 4만 5000원이었다. 제주 지역화폐 5만 원을 내자 거스름돈 5000원을 현금으로 돌려받았다. 현금영수증도 발급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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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감을 손에 들고 시장을 둘러보다 제주 특산품 판매점에도 들렀다. 제주 한정 과자와 간식거리를 고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추가 구매로 이어졌다. 결국 시장에서 사용한 금액은 받은 지역화폐 5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런데도 전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제주에서 받은 예상치 못한 5만 원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 작은 선물이었다. 덕분에 평소보다 조금 더 여유롭게 제주산 활어회를 주문했고, 특산품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5만 원은 소비를 끝낸 돈이 아니라 소비를 시작하게 만든 돈이었구나.'
◆ 오래 머물수록 혜택…체류형 관광으로 바뀌는 정책
지난 6월 초 제주공항으로 향하던 택시 안 기사에게 물었다.
"제주는 원래 관광객이 많은 곳인데 굳이 이런 지원이 필요할까요?"
기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예전 같지 않습니다. 당일치기로 다녀가는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지역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줄었어요."
짧은 대화였지만 제주 관광이 안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말이었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며 지역에서 소비하느냐가 지역경제에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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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관광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올해 '2026년 달라지는 관광정책'을 통해 인구 감소 지역을 대상으로 여행 경비의 절반을 지역화폐 등으로 환급하는 '반값 여행'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박 숙박할인권과 섬 숙박할인권도 새롭게 도입해 관광객이 하루라도 더 머물며 숙박과 음식, 체험, 쇼핑 등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 6월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한 체류 관광객 여행 지원 프로모션은 문체부의 반값 여행 시범사업과 동일한 정책은 아니다. 그러나 '관광객의 체류를 지역 소비로 연결한다'는 점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체류형 관광정책의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일정 기간 이상 제주에 머문 관광객에게 지역화폐를 지급하고, 그 지역화폐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소비되도록 설계했다. 기자가 받은 5만 원의 제주 지역화폐도 바로 그 정책의 현장이었다.
◆ 지역화폐가 만든 선순환, 시장에서 답을 찾다
해가 기울 무렵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시장 입구에는 크루즈 관광객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시장 중앙 벤치에서는 먹거리를 구매해 즉석에서 즐기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푸드트럭이 늘어선 야시장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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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풍경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제주공항에서 받은 지역화폐를 들고 이 시장을 찾은 관광객은 얼마나 될까'
횟감을 구매한 뒤 필자가 건넨 지역화폐를 받아 든 강지원 씨는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체감상 관광객의 80% 정도는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지역화폐는 결국 시장 안에서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상권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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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특산품 판매점에서 근무하는 이은희 씨도 같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관광객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시장 안에서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점포가 많다 보니, 지역화폐를 사용하려고 일부러 시장을 찾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는 체류형 관광이 지역경제에 필요한 이유도 설명했다.
"오래 머무는 관광객은 숙박과 음식, 체험, 쇼핑 등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합니다. 제주만의 자연과 문화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체류형 관광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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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상인회였다. 현상철 (사)서귀포매일올레시장 상가조합 상무이사는 "체류 관광객 여행 지원금이 시행된 이후, 상인회에서 환전하는 지역화폐가 체감상 20~30%, 많게는 30~4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상철 상무이사는 지역화폐를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위한 투자라고 표현했다.
"관광객이 제주에서 숙박하고 식사하고 쇼핑하면 그 소비는 결국 지역경제를 움직입니다. 지역화폐도 마찬가지입니다. 받은 금액만 쓰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추가 소비가 이어집니다. 관광객에게는 혜택이 되고 상인들에게는 매출이 되는 겁니다."
그는 지역화폐가 관광객의 소비를 즉시 이끌어내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광객은 지역화폐를 받자마자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효기간은 길지만 제주를 떠나면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주에 머무는 동안 자연스럽게 시장과 상점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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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경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주 지역화폐 5만 원은 제주산 활어회 구매에서 끝나지 않았다. 활어 횟감 4만 5000원에 이어 제주 특산품 1만 8000원, 오메기떡 1만 7000원을 추가로 구매했다. 모두 합쳐 8만 원을 사용했다. 받은 지역화폐보다 3만 원을 더 소비한 셈이다.
지역화폐는 소비를 대신하는 돈이 아니었다. 시장을 둘러보다 보니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산품과 먹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둘 장바구니에 담다 보니 소비는 자연스럽게 받은 금액을 넘어섰다. 그제야 현상철 상무이사가 말한 "지역화폐는 소비를 촉진하는 투자"라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현 상무이사는 체류형 관광과 함께 다양한 관광객 유입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귀포에는 연간 230여 회의 크루즈가 입항합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시장을 찾는 만큼 영어·중국어·일본어 응대 교육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체류형 관광객 지원과 다양한 관광객 유입 정책이 함께 이뤄질 때 시장과 지역경제도 더욱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 5만 원이 만든 변화, 추가 소비로 이어지다
시장을 나와 찾은 곳은 외돌개였다. 푸른 바다와 해안 절벽을 바라보며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말이 떠올랐다.
"오래 머무는 관광객일수록 지역경제에 도움이 됩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체류형 관광정책과 제주관광공사의 체류 관광객 여행 지원 프로모션은 서로 같은 사업은 아니다. 하지만 관광객의 체류를 지역 소비로 연결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관광객은 더 오래 머물고, 그만큼 지역에는 더 많은 소비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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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받은 예상치 못한 5만 원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 작은 선물이었다. 하지만 그 선물은 기자의 지갑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으로 흘러가 제주산 활어회와 특산품, 오메기떡 구매로 이어졌고, 결국 받은 금액보다 3만 원을 더 소비하게 했다.
이번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것은 단순한 여행 지원금의 효과가 아니었다. 5만 원의 지역화폐는 소비를 대신하는 돈이 아니라 소비를 시작하게 만드는 돈이었다. 관광객은 예상치 못한 혜택으로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그 소비를 통해 활력을 얻는다. 체류형 관광객에게 지급한 지역화폐는 관광객과 지역이 함께 혜택을 누리는 작은 마중물이 돼 지역경제를 살리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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