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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부터 줄이지 않았다…'워라밸+4.5 프로젝트'가 보여준 새로운 노동의 방향

[국민주권정부 1주년] 고용노동부 '워라밸+4.5 프로젝트' 현장을 가다
AI로 일하는 방식부터 바꾼 유비온…새로운 노동 문화 확산을 꿈꾸는

2026.07.10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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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은 예전에는 100분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20분이면 끝납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AI 플랫폼 기업 유비온 본사 사무실에서 직원이 강의 콘텐츠 제작 과정을 시연하자, AI가 영상 변환과 편집, 음성·자막 생성, 업로드까지 순식간에 처리했다. 사람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던 작업이었다.

유비온 스튜디오에서 AI 기반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영상 변환, 음성·자막 생성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교육 콘텐츠 제작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본인 촬영)
유비온에서 AI 기반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영상 변환, 음성·자막 생성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교육 콘텐츠 제작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본인 촬영)

교육 콘텐츠 제작 시간이 100분에서 20분으로 줄었다는 설명도 인상적이었지만, 더 눈길을 끈 것은 그다음이었다. 유비온은 AI가 벌어준 시간을 회사의 이익으로만 남겨두지 않았다. 확보한 생산성을 직원들의 근무시간 단축으로 돌려주고 있었다.

필자가 직장 생활을 시작했던 1990년대에는 '칼퇴근'보다 야근이 미덕이었다. 퇴근 시간이 되어도 상사가 자리를 지키면 함께 남아 있는 것이 당연했고, 오래 일하는 사람이 성실한 직원으로 평가받았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돌봄과 직장 생활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퇴사를 선택했던 기억도 있다. 그때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조차 낯설었다.

지금은 사회가 달라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워라밸+4.5 프로젝트'를 통해 노사 합의로 임금 감소 없이 실노동 시간을 줄이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단축한 기업에는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60만 원, 신규 채용 시 월 최대 80만 원을 지원한다. 사업 첫해인 올해 상반기에만 목표의 86.8%인 191개 기업이 참여할 만큼 현장의 관심도 높다. 고용노동부가 대표 사례로 소개한 기업이 바로 유비온이다.

◆ AI가 만든 생산성을 직원들의 시간으로 돌리다

유비온은 학습 데이터와 AI 기술을 기반으로 대학, 기업, 공공기관의 학습 환경 성장을 이끌어 온 AI 플랫폼 기업이다. 160여 곳의 고객사에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며, 이 중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와 EBS 등이 손꼽힌다. 아울러 삼성전자 DS부문의 플랫폼을 운영하며 기업 현장의 학습 혁신을 이끌어왔다. 최근에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AI를 업무 전반에 적용하는 'AI Works' 체제를 운영하며,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임재환 유비온 대표가  '워라밸+4.5 프로젝트' 추진 배경과 AI 기반 업무혁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본인 촬영)
임재환 유비온 대표가 '워라밸+4.5 프로젝트' 추진 배경과 AI 기반 업무혁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본인 촬영)

임재환 대표는 '워라밸+4.5 프로젝트'를 단순한 복지제도로 접근하지 않았다.

"AI는 사람을 줄이기 위한 기술이 아닙니다. AI가 확보한 생산성을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비온은 근무시간부터 줄이지 않았다. 먼저 직무를 재설계했다. 단순하고 정형화된 일은 AI에 맡기고, 직원들은 고객과 소통하거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품질을 높이는 일처럼 AI가 대신할 수 없는 업무에 집중하도록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

성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교육 콘텐츠 제작 시간은 기존 100분에서 20분으로 줄어 80% 단축됐고, 연간 560시간의 업무시간을 확보했다. 거래처 메일 자동 분류와 회신 시스템도 구축해 반복 업무를 AI가 처리하도록 했다.

직원이 AI 기반 콘텐츠 제작 프로그램을 활용해 교육 콘텐츠를 편집하고 있다. 반복 업무를 AI가 처리하면서 직원들은 콘텐츠 기획과 품질 개선 등 핵심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본인 촬영)
직원이 AI 기반 콘텐츠 제작 프로그램을 활용해 교육 콘텐츠를 편집하고 있다. 반복 업무를 AI가 처리하면서 직원들은 콘텐츠 기획과 품질 개선 등 핵심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본인 촬영)

이렇게 확보한 생산성은 직원들의 삶으로 연결됐다. 유비온은 전 직원 190명을 대상으로 주 38시간 근무와 매주 금요일 2시간 조기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다. 임금은 그대로 유지했다.

임 대표는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먼저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며 "직무 재설계를 통해 생산성이 높아지면 노동시간 단축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라고 강조했다.

◆ AI를 잘 쓰는 직원보다 AI를 잘 쓰는 회사를 만들다

유비온의 또 다른 특징은 AI 활용을 개인의 역량에 맡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직원들에게 AI를 활용하라고 주문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직원들이 만든 AI 에이전트와 업무 자동화 사례를 정기적인 '러닝 데이(Learning Day)'를 통해 공유하며 한 사람의 경험을 회사 전체의 자산으로 축적했다. AI를 잘 쓰는 직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를 잘 쓰는 조직을 만든 것이다.

유비온 직원들이 러닝데이(Learning Day)에서 AI 활용 사례와 업무 자동화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개인의 AI 활용 경험을 조직 전체의 자산으로 확산시키는 유비온만의 조직문화다. (유비온 제공)
유비온 직원들이 러닝 데이(Learning Day)에서 AI 활용 사례와 업무 자동화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개인의 AI 활용 경험을 조직 전체의 자산으로 확산시키는 유비온만의 조직문화다. (유비온 제공)

신지연 경영지원부 부서장은 "근무시간만 줄이면 업무 부담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 먼저 AI로 자동화할 업무를 찾고 직무를 재설계하는 순서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시행 이후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조직문화였다. '금요일에는 2시간 일찍 퇴근한다'라는 기준이 생기면서 직원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업무를 끝내기 위해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회의는 짧아지고 보고는 간결해졌다. 직원들은 평일 병원 진료를 받거나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금요일 오후를 가족과 보내는 여유도 누리게 됐다.

채용 현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지원자들은 연봉뿐 아니라 주 38시간 근무와 AI 기반 업무 환경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이는 유비온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 '워라밸+4.5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것은 근무시간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혁신

유비온이 노동 혁신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임재환 대표는 회사 창립 초기 우리 사회가 주 6일 근무에서 주 5일 근무로 전환하던 시기에도 선도적으로 주 5일제를 도입했다. 당시에도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임재환 유비온 대표가 자사 학습관리시스템(LMS)을 소개하고 있다. 유비온은 K-MOOC를 비롯한 대학·기업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며 국내 에듀테크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본인 촬영)
임재환 유비온 대표가 자사 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 유비온은 K-MOOC를 비롯한 대학·기업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며 국내 에듀테크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본인 촬영)

이번 주4.5일제 역시 같은 철학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직원 1인당 연간 근무시간은 104시간 줄었고, 전 직원 기준으로는 1만 9760시간이 단축됐다. 직원 한 사람당 연간 13일의 휴식을 추가로 확보한 셈이다. 이는 풀타임 직원 9.5명을 새로 채용한 것과 맞먹는 시간이다.

취재를 마치고 쇼룸을 나오며 문득 과거 필자의 직장 생활이 떠올랐다. 야근이 미덕이던 시대에는 오래 일하는 사람이 성실한 직원이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었다. AI가 반복 업무를 대신하고 사람은 AI가 할 수 없는 기획과 창의적인 일에 집중한다. 그리고 AI가 만들어낸 생산성은 기업의 이익으로만 남지 않고 직원들의 삶으로 돌아간다.

AI 확산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유비온은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워라밸+4.5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변화다. 단순히 근무시간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AI와 디지털 전환, 직무 재설계,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확보한 생산성을 노동자의 삶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유비온 사례는 주4.5일제를 고민하는 기업에 하나의 실행 모델을 제시한다. 일하는 시간부터 줄인 것이 아니라, AI 도입과 업무 재편, 조직문화 혁신으로 효율을 끌어올린 후 그 성과를 짧아진 근무로 돌려준 것이다.

'워라밸+4.5 프로젝트'는 근무시간 단축을 지원하는 정책을 넘어 AI 시대 새로운 노동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정책이다. 유비온은 그 정책이 기업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답을 제시하고 있었다.

☞ (보도자료) "노동시간 줄이고, 기업 경쟁력 높이고" 현장에서 성과 입증된 「워라밸+4.5 프로젝트」

☞ (정책뉴스) MZ세대 83.8% "주 4일제 원해요"

윤혜숙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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