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여정에서 큰 아이가 가장 기대했던 곳은 이탈리아 피렌체였다. 피렌체는 수많은 소설과 영화 속에서 늘 낭만 가득하게 그려졌기 때문일까. 들뜬 아이 옆에서 설레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여정의 중심에는 '우피치 미술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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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로 떠나기 전 시칠리아의 한 식당에서 만난 이탈리아 청년은 우리가 피렌체로 간다는 말에 우피치 미술관부터 추천했다. 먼저 우리에게 유창한 한국말로 말을 걸었던 그 청년은 놀랍게도 아직 한국에 와본 적도, 한국 사람을 직접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 한국 드라마를 보며 익혔다는 한국말은 놀랄 만큼 능숙했다. 그런 청년과 우피치 미술관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립중앙박물관이 떠올랐다.
우피치가 피렌체의 오랜 시간을 품고 있듯,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우리의 오랜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말해줬다. 한국에 오면 꼭 이곳을 보러 오라고 했다. 그날 함께 식당을 찾은 청년의 가족은 자신들이 사는 지역으로 우리를 초대했지만, 일정상 아쉽게 가지 못했다.

뜻하지 않은 반가움을 안고 피렌체에 도착한 첫날, 우리는 곧장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했다. 우선 산드로 보티첼리의 걸작 '봄'과 '비너스의 탄생'을 봤다. 거장의 숨결이 담긴 작품들은 역시 압도적이었다.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거나 서로 찍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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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가 그린 '메두사의 머리'는 직접 보니 표정이 꽤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와 바티스타 스포르차의 두폭화'도 꽤 마음에 들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태고지' 앞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몇백 년 전 누군가가 그려 놓은 순간이 그 방 안에서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로 있었다.
그림 속 인물들의 시선은 여전히 어딘가를 향해 있었고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잊게 됐다. 인쇄된 종이나 화면으로 보는 것과는 달랐다. 어떻게 이렇게 그렸을까 싶을 만큼, 붓칠 흔적 하나 하나에서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큰 아이는 연신 사진을 찍으며 그림을 핸드폰 안에 담아두었다. 왜 이렇게 많이 찍냐고 물으니, 외할머니가 이 아름다운 그림들을 직접 보시지 못하니 최대한 찍어서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에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어머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존경하는 소녀 같은 분이다. 나보다 더 많은 작품을 좋아하고 잘 알고 계시지만, 이제는 연로하시고 건강도 여의치 않아 장거리 비행은 엄두도 낼 수 없다. 피렌체의 작품들은 현지에 오지 않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명작들인 만큼 이 감동을 직접 드릴 수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우리는 많은 사진을 담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얼마 전, 멀게만 느껴졌던 피렌체의 봄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지난 6월 13일 국립중앙박물관과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은 문화유산 교류 및 박물관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피치 미술관의 소장품들은 역사적으로 매우 특별한 사연을 품고 있다. 메디치 가문의 마지막 상속녀인 안나 마리아 루이자 데 메디치 백작 부인의 유언 때문이다. 그는 가문의 미술품을 기증하며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소장품이 피렌체의 영토를 절대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이 유언 덕분에 피렌체는 세계적인 문화 도시가 됐지만, 반대로 해외 관람객들은 반드시 피렌체까지 가야만 이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국립중앙박물관과의 MOU는 더욱 역사적인 소식으로 다가온다.
두 기관은 전시 교류와 해설, 교육 분야는 물론 소장품 관리와 복원, 출판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양국이 각자 쌓아 온 전문성과 인력을 서로 교류하는 사업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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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피치 미술관은 조토의 오니산티 마돈나, 보티첼리의 봄과 비너스의 탄생, 다 빈치의 수태고지를 비롯한 메디치 가문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협약으로 우피치의 걸작이 국내에 들어오고 지역 순회 전시로 이어진다면, 신체적 제약이나 지리적 여건으로 이 그림들을 마주할 수 없었던 이들에게도 기회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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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아니어도,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같은 감동을 마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수준 높은 문화를 누리게 하고 지역 간 문화 격차를 좁히겠다는 정부의 문화국가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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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약은 해외 명작을 소개하는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부가 지향하는 보편적 문화복지가 체감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적 수준의 전시 역량과 소장품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미 지역 주민과 문화 취약계층을 위한 지방 순회전을 통해 문화 향유 기회를 넓혀 온 바 있다.
만약 우피치 미술관의 명작들이 국립중앙박물관을 거쳐 국내 지방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순회 개최된다면, 건강 문제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어르신들에게는 잊지 못할 선물이 될 것이다. 동시에 지리적·경제적 여건으로 소외됐던 지역 주민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된다. 이는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전 국민이 누리는 K-컬처와도 맞닿아 있다.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곧 복지의 시작이며,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지역 문화 격차 해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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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류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쌍방향 소통에 있다. 이번 MOU를 통해 우피치의 명작이 한국을 찾는다. 동시에 국립중앙박물관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도 피렌체로 향한다. 유럽 전역의 관람객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청년과 다시 한번 만나게 된다면, 그날 미처 다 나누지 못한 그림 이야기를 마저 나누고 싶다. 대화의 화제가 좀 더 넓어질 테고 그만큼 더 가까워질 것 같다.

국내에서 명작을 마주하며 즐거워하실 엄마 모습이 그려진다. 한국 드라마 이야기에 기뻐하던 이탈리아 청년이 피렌체 한복판에서 한국의 미에 매료될 모습도 상상된다.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누구나 일상속에서 세계적인 문화를 향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누리는 문화 보편 복지의 봄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소망한다.
☞ (보도자료) 국립중앙박물관-우피치미술관, 문화교류 확대 위한 양해각서 체결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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