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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더 빛나는 곳 '군산 국가유산 야행'

수탈과 저항의 거리, 군산근대역사문화의 거리를 걷다
2026 군산 국가유산 야행(8.14~16., 8.21.~22.) 진행 중

2026.08.15 정책기자단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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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은 제81주년 광복절입니다. 태극기를 게양하거나 묵념을 하고, 기념식에 참석하거나 보훈 장소를 찾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입니다. 저는 조금 특별한 방법으로 광복절을 기억해 보기로 했는데요. 바로 지역에서 열린 '군산 국가유산 야행'을 찾아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을 만나보는 것이었습니다.

광복절에 더 빛나는 국가유산 야행.(본인 촬영)
광복절에 더 빛나는 국가유산 야행.(본인 촬영)

올해 군산 국가유산 야행은 더욱 특별합니다. 광복절인 8월 15일을 전후해 군산 근대역사문화거리를 무대로 '수탈과 저항의 거리'라는 주제로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군산은 일제강점기 수탈의 중심지이자, 이에 맞서 치열한 저항이 이어졌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한데요. 이러한 공간에서 열리는 국가유산 야행은 엄숙한 기념식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와 문화를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됩니다.

어느덧 11회째를 맞이한 군산 국가유산 야행.(본인 촬영)
어느덧 11회째를 맞이한 군산 국가유산 야행.(본인 촬영)

어느덧 11회째를 맞이한 군산 국가유산 야행은 이제 지역에서 없어서는 안 될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시민들이 지역의 국가유산을 바라보는 시선도 한층 깊어지고, 그 의미 역시 더욱 선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호외보이가 전해준 그 옛날 감성의 행사 내용 신문.(본인 촬영)
호외보이가 전해준 그 옛날 감성의 행사 내용 신문.(본인 촬영)

역대급 폭염이 한풀 꺾인 14일, 저도 근대역사문화의 거리를 직접 걸어봤습니다. 해가 저물 무렵 군산의 근대역사문화 공간을 찾으니 곳곳에서 국가유산 야행을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린 군산 군산유산 프로그램.(본인 촬영)
내가 그린 군산 군산유산 프로그램.(본인 촬영)

국가유산 야행은 지역의 문화유산을 활용해 공연과 전시, 체험, 해설 등을 선보이는 대표적인 야간 문화유산 향유 활용사업입니다. 낮에 보던 문화유산을 밤이라는 새로운 시간과 만나게 하면서, 역사적 공간을 조금 더 친근하고 감성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광복절 전날, 거리에서 만난 태극기

올해는 광복절 전날 찾아서 그런지 시민들의 손에 들린 태극기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아이도 태극기를 받고 싶다고 해 야사(夜史) 프로그램인 '광복을 향한 대한독립만세' 부스에 함께 줄을 섰습니다. '수탈과 저항의 거리'라는 올해 야행의 주제에 맞춰 마련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군산 국가유산 야행 프로그램인 '광복을 향한 대한독립만세' 참여.(본인 촬영)
군산 국가유산 야행 프로그램인 '광복을 향한 대한독립만세' 참여.(본인 촬영)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자 안내원이 프로그램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안내원은 마치 시간여행을 떠난 듯, 또 한 명의 배우가 된 듯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참가자들을 맞이했습니다.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 흩어진 태극기를 잘 맞춰서 독립선언서를 잘 전달할 수 있습니까?"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였습니다. 안내원은 제한 시간이 3분이라고 알려주며 다시 한번 참가자들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이 친구가 독립선언서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여기 계신 여러분이 함께 대한독립 만세를 외쳐주시오!"

그리고 힘찬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자!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모두가 함께 외친
모두가 함께 외친 "대한! 독립! 만세!".(본인 촬영)

어른과 아이가 함께 목소리를 높이자 행사장에 힘찬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단순히 태극기를 맞추고 독립선언서를 전달하는 체험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참여해보니 당시 독립을 외쳤던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상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방울이 달린 줄을 요리조리 피해 독립선언서를 전달하는 체험.(본인 촬영)
방울이 달린 줄을 요리조리 피해 독립선언서를 전달하는 체험.(본인 촬영)
태극기 모양을 제한 시간에 맞추는 체험. (본인 촬영)
태극기 모양을 제한 시간에 맞추는 체험. (본인 촬영)

그때부터 아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태극기를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방울이 달린 줄을 요리조리 피해 울리지 않도록 독립선언서를 전달하고, 마지막으로 태극기 모양까지 맞추고 나서야 태극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으로만 배우는 역사가 아니라 직접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고, 그날의 상황을 상상해보는 경험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직접 찾아 나선 '군산 역사 탐정단'

매년 참여하는 '발도장 투어'에 더해 올해 새롭게 마련된 '군산 역사 탐정단'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열정을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1930년 당시 중외일보에 실린 기사를 바탕으로 군산에서 실제 벌어진 사건을 추적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몰입형 역사 체험인데요. 단순히 역사를 보고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참가자들이 직접 단서를 찾고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아이가 직접 찾아 나선 '군산 역사 탐정단'. (본인 촬영)
아이가 직접 찾아 나선 '군산 역사 탐정단'. (본인 촬영)
아이들의 호기심과 열정을 끌어올리는 몰입형 역사 체험, 군산 역사 탐정단.(본인 촬영)
아이들의 호기심과 열정을 끌어올리는 몰입형 역사 체험, 군산 역사 탐정단.(본인 촬영)

아이들은 그날의 기록을 따라가며 곳곳에 숨겨진 단서를 찾아 나섰습니다.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구 군산세관 본관', '구 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 '군산 해망굴', '군산 내항 뜬다리 부두' 등 군산 곳곳에 자리한 국가유산을 직접 찾아가야 했습니다. 평소라면 그저 지나쳤을 건물과 장소들이 이날만큼은 하나하나 중요한 단서가 되었습니다. 

수탈의 현장인 구 군산세관에서 쌀가마니에 숨겨진 금괴 찾기 체험.(본인 촬영)
수탈의 현장인 구 군산세관에서 쌀가마니에 숨겨진 금괴 찾기 체험.(본인 촬영)

아이들은 지도를 들고 다음 목적지를 확인하고, 현장에 도착하면 주변을 꼼꼼하게 살피며 미션을 해결해 나갔습니다. 장소마다 해설사가 자리해 있어 각 공간에 얽힌 역사적 사실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문화유산마다 해설사가 자리해 있어 각 공간에 얽힌 역사적 사실도 자세히 들을 수 있음.(본인 촬영)
문화유산마다 해설사가 자리해 있어 각 공간에 얽힌 역사적 사실도 자세히 들을 수 있음.(본인 촬영)
2026 군산 국가유산 야행 발도장 투어 도장 받는 모습.(본인 촬영)
2026 군산 국가유산 야행 발도장 투어 도장 받는 모습.(본인 촬영)

두 시간여의 긴 활동 끝에 아이들이 받은 발도장은 모두 7개였습니다. 기념품을 받으려면 9개 이상의 발도장이 필요했지만, 어느덧 행사 종료 시간인 밤 10시가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수탈과 저항의 거리, 근대역사문화의 거리를 걷다.(본인 촬영)
수탈과 저항의 거리, 근대역사문화의 거리를 걷다.(본인 촬영)

다행히 군산 국가유산 야행은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그리고 8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어집니다. "내일 다시 와서 나머지 발도장도 찍자"는 약속을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광복절, 역사를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법

군산 독립운동가 한 분 한 분의 존함과 숭고한 업적.(본인 촬영)
군산 독립운동가 한 분 한 분의 존함과 숭고한 업적.(본인 촬영)

광복절을 앞둔 군산의 밤은 아이에게는 흥미로운 탐험의 시간이었고, 부모인 저에게는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태극기를 직접 손에 들고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만나며 역사 속 현장을 걸어보니, 우리가 누리는 오늘의 평범한 일상이 결코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욱 깊이 다가왔습니다.

수탈과 저항의 근대역사문화의 거리를 오늘날 우리가 소중하게 걷다.(본인 촬영)
수탈과 저항의 근대역사문화의 거리를 오늘날 우리가 소중하게 걷다.(본인 촬영)

이번 야행을 통해 우리가 누리는 오늘이 어떤 역사 위에 세워졌는지 다시 한번 되새겨봅니다. 그리고 자유롭게 걷고, 배우고, 웃을 수 있는 지금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위대한 것인지 감사한 마음을 절로 느끼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 걸었던 야행의 밤길에서 마주한 태극기와 '대한독립 만세'의 외침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박영미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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