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문을 닫는 방학은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시간이지만 맞벌이 가정에는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다. 아이가 낮 동안 어디에서 지낼지, 식사는 어떻게 챙길지, 퇴근할 때까지 안전하게 돌봐줄 곳은 있는지 걱정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학 중 돌봄과 급식 공백을 줄이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올해 여름 '방학 중 틈새돌봄 사업'을 시행했다.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 등의 운영시간을 확대하고 기존 센터 이용 아동뿐 아니라 방학 동안 일시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도 신청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사업이다.
운영 형태 가운데 '점심돌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해 늦은 오후와 저녁 시간까지 돌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국가아동권리보장원(ncrc.or.kr)' 누리집에 공개된 초등 방학 틈새돌봄 운영 시설 현황을 살펴보니, 경남에서 점심돌봄(11시~20시)으로 지정된 곳은 의령군 의령읍에 있는 '파랑새지역아동센터'가 유일했다.
그렇다면 경남에서 유일하게 점심돌봄을 운영한 현장에서는 아이들의 여름방학을 어떻게 채웠을까. 파랑새지역아동센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아이들의 하루를 채운 돌봄
경남 의령군 의령읍 시내를 벗어나 골목을 조금 걸어 들어가자, 아이들 목소리가 먼저 들려오는 아담한 건물이 나타났다. '파랑새지역아동센터'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침 점심을 준비하는 손길과 책상에 둘러앉아 숙제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센터는 정원 19명 규모로 종사자 2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경남에서 유일한 '점심돌봄센터'로 지정돼 운영되며 기존 이용 아동을 포함해 총 21명의 아동이 이곳을 거쳐 갔다고 센터장은 설명했다.
틈새돌봄을 통해 기존에 센터를 이용하지 않았던 초등학생 2명도 새롭게 문을 두드렸다. 신규 아동은 7월 27일부터 8월 28일까지 센터를 이용했다.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한 끼 식사는 저녁으로 제공했고, 센터 차량을 이용해 아동의 이동과 안전한 귀가까지 챙겼다.
◆ 보호에서 지역사회 연계까지, 다섯 갈래로 짜인 하루
주선영 센터장은 '파랑새지역아동센터'의 프로그램이 크게 보호, 교육, 문화, 정서 지원, 지역사회 연계 다섯 영역으로 짜여 있다고 소개했다. 방학이라고 해서 아이들을 단순히 '맡아두는' 곳이 아니라 이 다섯 갈래가 하루 안에 촘촘히 맞물려 돌아간다는 설명이었다.
'파랑새지역아동센터'에서는 방학 동안 학습지도와 독서 등 교육 프로그램뿐 아니라 만들기와 과학·문화 체험 등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한 급식 제공과 차량을 활용한 안전한 귀가 등 보호 프로그램을 함께 지원했으며 또래와 함께하는 활동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관계 형성을 돕고 외부 체험 시설을 활용한 지역사회 연계활동도 이어갔다.
* 보호 프로그램: 방학 중 아동 돌봄, 급식 제공, 일상생활 지도, 센터 차량을 활용한 안전한 귀가 지원
* 교육 프로그램: 방학 중 학습지도, 교과 학습 및 독서활동 등 아동의 학습 지원
* 문화 프로그램: 만들기 활동, 과학·문화 체험 시설 방문, 야외 체험 등 다양한 문화·체험활동
* 정서지원 프로그램: 또래 및 종사자와 함께하는 공동체 활동을 통한 정서적 안정과 관계 형성 지원
*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지역 내 체험 시설 및 외부 자원을 활용한 체험활동을 통해 아동의 다양한 경험과 지역사회 참여 기회 제공

◆ 좋은 정책, 필요한 가정까지 알려지는 것도 중요
센터를 둘러보며 이번 사업의 취지와 필요성에 관해 묻자, 센터장은 공감을 표하면서도 첫 시행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홍보와 사전 안내 부족을 꼽았다.
사업이 비교적 빠르게 추진되면서 보호자들에게 충분히 알려질 시간이 부족했고, 센터 역시 세부적인 운영 정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센터장은 "사업에 대한 홍보가 충분히 이루어졌다면, 돌봄이 필요한 더 많은 아동과 가정이 이용할 수 있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사업을 통해 새롭게 센터를 이용한 아동은 2명이었다. 좋은 정책이 마련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정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제때 알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8월 10일, 보건복지부도 정은경 장관이 틈새돌봄 현장을 직접 찾아 "돌봄이 필요한 가정이 사업을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안내를 강화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다가오는 겨울방학에는 운영 센터와 이용 대상, 신청 방법 등을 학교와 지자체, 돌봄 기관 등을 통해 조금 더 일찍 안내한다면 정책의 체감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아이들의 방학은 정해진 사업 기간대로 끝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말미, 센터장은 앞으로 제도가 더욱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지역 현장의 상황도 함께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학교별로 방학과 개학 시기가 다르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파랑새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동들이 다니는 학교의 방학 일정이 서로 달라, 정해진 틈새돌봄 운영 기간(7월 27일~8월 21일)이 끝난 뒤에도 돌봄이 필요한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보호자들은 남은 방학 동안 아이의 안전과 식사를 걱정했고, 센터는 결국 개학할 때까지 돌봄을 이어갔다.
센터장은 학교마다 다른 방학 일정을 고려해 사업 기간을 더욱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돌봄을 이어가는 힘, 결국 사람
또 하나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과제는 인력 문제였다. '파랑새지역아동센터'에서는 두 명의 종사자가 방학 동안 아동 생활지도부터 프로그램 운영과 식사 지원, 행정 업무와 차량 운행까지 담당하고 있었다. 특히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점심돌봄은 아이들의 늦은 시간 돌봄까지 책임져야 하는 만큼 현장 인력의 역할이 더욱 중요했다.
의령군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전국 인구감소지역 중 한 곳이다. 센터장은 이런 군 단위 지역에서는 자원봉사자나 대체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인구감소지역과 농산어촌 돌봄 시설에는 시설 정원뿐 아니라 실제 업무량과 지역 여건을 고려한 인력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재 도중 두 종사자가 서로에게 자주 한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아프지 말자. 아프면 안 돼."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다른 한 사람이 아이들의 돌봄과 센터 운영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말이었다.

◆ 작은 틈을 채우는 정책이 계속되길
이번 여름 '파랑새지역아동센터'에서 틈새돌봄을 통해 새롭게 돌봄을 받은 아동은 두 명이었다. 숫자로만 보면 많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두 아이에게는 방학 동안 머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생겼고, 식사를 함께할 사람이 있었으며, 보호·교육·문화·정서 지원·지역사회 연계 다섯 갈래의 프로그램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이번 사업은 방학이면 반복되는 돌봄과 식사에 대한 가정의 부담을 지역사회와 국가가 함께 나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돌봄을 제공하는 점심돌봄은 보호자의 퇴근 시간까지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었다.
첫 시행인 만큼 현장에서 발견된 과제도 있었다. 사업을 조금 더 일찍 알리는 것, 학교별 방학 일정에 맞춰 운영 기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 그리고 지역의 돌봄을 실제로 책임지는 종사자의 인력 여건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파랑새지역아동센터장은 "방학 동안 아이들의 안전과 결식을 걱정하는 부모님들에게 틈새돌봄은 분명 필요한 사업"이라며 "현장의 이야기가 다음 사업에 반영돼 더 많은 아이와 가정이 혜택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 아이들의 방학에 생기는 작은 틈까지 놓치지 않는 돌봄
경남에서 유일하게 점심돌봄을 운영한 '파랑새지역아동센터'의 여름 경험이 다가오는 겨울방학에는 더욱 많은 지역과 가정에 닿는 촘촘한 돌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 (보도자료) 방학 초등 '틈새돌봄' 운영…돌봄센터 2500곳서 점심·저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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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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