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가족 돌봄 및 고립의 현황 및 실태
가족에 대한 과도한 돌봄 부담과 사회적 고립은 개인의 정신건강을 위협한다. 돌봄을 가족에게 상당 부분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은 연령을 막론하고 돌봄 제공자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초래한다.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에서 '가족돌봄청년'들은 삶에 대한 불만족도가 일반 청년보다 2배 이상 높았고, 우울감은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치매역학·실태조사'에서도 치매 환자 가족 중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한 사람들의 절반가량이 가장 부정적으로 변화된 삶의 영역으로 '정신건강' 영역을 꼽았다.

한편, 사회적 고립 역시 우울·절망감, 자살 및 자해 위험 등의 정신 건강 문제와 밀접한 관련성을 보인다.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서 고립·은둔 청년들은 일반 청년보다 삶의 만족도와 정신 건강 수준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 중 75.4%가 자살 생각을 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지속된 돌봄으로 인한 돌봄 부담의 누적과 사회적 고립은 심각한 정신건강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립 및 가족 돌봄으로 고통받는 자살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발굴해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가족돌봄제공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다
고립 및 가족 돌봄으로 고통받는 자살 고위험군을 위한 서비스 우선 지원 정책 시행 시, 기대 효과와 고려 사항은 무엇일까? 세 명의 '가족돌봄제공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양극성 장애 2형을 앓고 있는 20대 여성 A 씨는 담도암으로 간 절제 수술을 마친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돌보고 있다. 장애인 고용회사에 재직 중이지만, 불안도가 높아 대인관계 및 직업 기능 수행에 있어 제약이 존재한다. 대학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치료와 민간 심리 상담을 병행하고 있고, 이외에도 정신건강복지센터, 청년미래센터 및 복지관 등 국가의 다양한 정신건강 전문 기관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다.
유아교육 기관에 재직 중인 30대 여성 B 씨는 아버지와 함께 파킨슨병을 진단받으신 50대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민간 심리 상담과 가족돌봄청년들을 위한 축제(위 케어 오아시스데이 축제)를 방문해 본 경험이 있으나, 국가가 운영하는 정신건강 관련 전문 기관을 이용해 본 경험은 없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40대 여성 C 씨는 뇌출혈로 와상 상태인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시고 있다. 과거 직장 생활 중 사고로 뇌진탕을 겪은 데 이어 직장 내 괴롭힘까지 경험하면서 일을 지속하기 어려웠고, 모아둔 돈으로 홀로 돌봄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초 자살 시도를 하면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의뢰됐으며, 현재는 심리 상담 병행 없이 약을 처방받을 목적으로만 인근 정신건강의학과를 이용 중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정신적 여건에 놓인 가족돌봄제공자들의 경험을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정책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고립 및 가족 돌봄으로 인한 자살 고위험군을 위한 서비스 우선 지원 정책은 돌봄 지속으로 정서적 소진을 경험하는 가족돌봄제공자들을 위한 중요한 개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세 명의 인터뷰이는 공통적으로 돌봄 대상자의 건강이 악화할 때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어머니의 증상이 악화되는 시점에서 치료 방안에 대해 가족 간의 의견 갈등이 더해지면서 A 씨는 큰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B 씨 역시 팬데믹 시기 갑작스러운 간성혼수 증상으로 응급실에 입원하셨던 어머니의 사례를 들며, "면회가 잘 안되는 시기에 아버지와 교대로 시간을 빼서 신경을 써야 해서 마음이 막막하고 힘들었고, 혼자서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주변에 도움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너무 외로웠고 극단적 생각까지 들었다."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에 아버지를 모신 C 씨도 "증상의 호전이 없다 보니 미래가 막막하고 암담하다."라고 답했다. 이러한 점에서 고립 및 가족 돌봄으로 인한 자살 고위험군 대상의 서비스 우선 지원 정책은 돌봄 수혜자뿐만 아니라 돌봄 제공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출발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 실효성 있는 제도 운영을 위해 추가적인 보완 필요
먼저, 해당 정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와 개인의 인지적 특성을 반영해 정보 접근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실제 B 씨는 가족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에 대한 인지 부족으로 이용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A씨 역시 "해당 정책이 당사자들에게 큰 홍보가 되고 있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인지 저하를 지닌 가족돌봄제공자들을 위한 별도의 정보 안내 체계 마련을 희망한 C 씨의 말을 참고할 때, 가족돌봄제공자들의 특성을 반영해 정책 및 제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획득한 정보가 실제 혜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복지 신청주의(국가가 마련한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 수혜 자격이 있는 국민 개인이 직접 그 사실을 증명하고 요청해야 하는 제도)'라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A 씨는 "지금 당장의 정책들은 정신건강 위기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진 않고, 여전히 당사자가 찾아가야 하는 실정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복지 대상 연령 및 장애 여부 등의 엄격한 복지 수급 요건으로 신청 과정에서의 무력감을 경험한 B, C 씨의 경험을 참고할 때, 서비스 신청 과정의 번거로움을 완화하는 한편, 실제 지원 필요도를 반영한 수급 요건의 설계 및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원활한 서비스의 활용을 위해서는 가족돌봄제공자의 복합적 요구를 포괄적으로 파악하고, 공공·민간 기관 간의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올해 초 자살 시도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의뢰됐던 C 씨는 "당시 일회성 상담으로 종결됐으며, 후속 사례 관리가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다양한 정신건강 전문 기관을 이용해 본 A 씨 역시 기관별 상이한 소관으로 인해 분절된 지원체계의 한계를 지적했다.
실제 A 씨는 "가족돌봄청년으로 등록된 청년미래센터에서는 가족 돌봄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지만, 정신건강복지센터나 복지관 등의 다른 기관에서는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민간 위주 서비스를 이용해 온 B 씨와 같은 사례를 참고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경로가 상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어떤 기관을 방문하더라도 필요로 하는 적절한 서비스나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도록 표준화된 정보 제공 및 서비스 연계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편, 가족돌봄제공자들을 위한 정신건강 서비스 우선 지원 정책과 더불어 가족돌봄제공자들을 향한 존중 문화 확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C 씨는 기존에 이용했던 상담 서비스의 경험을 들며 "상담 인력이 귀찮아하는 느낌이 들어,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웠다."라고 토로했다.
B 씨 역시 "어머니가 앓고 계신 파킨슨병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이해가 부족할뿐더러 오로지 어머니의 건강이나 안부를 묻기만 했고 돌봄으로 힘든 저에 대한 따뜻한 위로나 관심은 전혀 없었다."라며 "가족을 돌보는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 위로와 도움을 건넬 수 있는지와 같은 예절과 정보를 방송 매체나 유튜브 등을 통해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라고 희망한 바 있다. 결국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서비스에 대한 우선적 지원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가족돌봄제공자들을 향한 따뜻한 사회적 시선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 고립 및 가족 돌봄으로 인한 자살 고위험군을 위한 정책의 성공적인 정착을 향해
돌봄·간병 부담으로 인한 자살 예방 대책으로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사회보장 데이터를 활용해 돌봄 부담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위험 가구를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72시간 긴급돌봄 지원,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상담 및 통합 사례 관리 등을 우선적으로 연계할 예정이다.
또한, 돌봄 수행 과정에서의 정신건강 위기를 조기에 포착하기 위해서 장기요양 및 장애인 등록 신청 시 가족 돌봄 환경을 함께 조사하고, 우울 선별검사를 기반으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상담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돌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돌봄 서비스를 확대 및 지원하고, 가족돌봄제공자들을 위한 가족휴가제 활성화 등을 예고한 바 있다. 고립 및 위기가구 자살 예방 대책으로는 자살 및 고립의 위기 신호를 포착하고, 생애주기별 특성을 고려한 고립 예방 서비스 지원과 더불어 저소득층을 위한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자살 예방 정책들로 고립 및 돌봄 부담으로 정신건강 위기에 처한 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보도자료) 고립과 가족 돌봄·간병으로 고통받는 자살 고위험 가구 집중 발굴하여 서비스 우선 지원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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