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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이 꿈꾼 '문화의 힘', 국민 일상에 전해졌을까

국가보훈부,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해 광화문광장에서 문화 축제 열어
8월 28일 '백범 뮤직 페스티벌 서울' 현장 취재기

2026.09.04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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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은 비가 오락가락했다. 계속 하늘을 바라보며 행사가 취소될까 싶어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 비가 잦아들었고, 딸과 함께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입구에 서 있는 조형물.(본인 찍음)
입구에 서 있는 조형물 (본인 촬영)

지난 8월 29일은 '김구 탄생 150주년'이었다. 국가보훈부는 광복회와 함께 '김구 탄생 150주년 유네스코 기념해'를 맞아 국민 참여형 '김구 문화주간'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의 일환으로 26일부터 30일까지 광화문광장과 세종로공원에서는 '국민과 함께하는 김구와의 동행 문화축제'가 열렸다. 

여름이 무색할 만큼 선선해진 광화문광장은 우산을 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예상치 못한 빗줄기에 일부 체험 부스가 일찍 마감하기도 했지만, 무대 공연이 시작되면서 광화문광장은 빗소리 대신 경쾌한 음악 소리로 가득 찼다.

백범 김구 미디어 아트 전시 공간 입구. (본인 찍음)
백범 김구 미디어 아트 전시 공간 입구 (본인 촬영)

광화문광장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미디어 전시들이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빛으로 표현한 '미디어게이트'와 '미디어월', '미디어리버'가 보였다. 다채로운 색상과 영상이 흐르는 미디어게이트에는 김구 선생 모습이 담겼다. 천천히 걸어가는 김구 선생의 뒷모습과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백범 김구 포토존 패널. (본인 찍음)
백범 김구 포토존 패널 (본인 촬영)

미디어게이트 안에 들어서서 행사 취지와 유네스코 기념해를 지정한 의의를 읽어볼 수 있었다. 특히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에서 꿈꾸었던 문화의 힘을 다시 되새겨볼 수 있었다. 미디어게이트를 지나자, 미디어월이 세워져 있었다.  미디어월에서는 8월 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사전 캠페인을 통해 모인 국민의 '나의 소원' 사진과 영상 콘텐츠가 흘러나왔다. 더욱이 독립유공자 후손과 제복 근무자들이 말하는 '나의 소원'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건 바닥에 흐르는 듯한 직사각형 모양의 미디어리버였다. 이곳에 정보무늬(QR코드)로 '나의 소원'을 입력하면 화면에 문구가 떠오르고 참여자가 움직이는 대로 종이배가 떠다니는 듯한 체험형 전시로 재미를 더했다.

부스에 전시된 경교장 모형과 백범 김구 관련 기념 굿즈 (본인 찍음)
부스에 전시된 경교장 모형과 백범 김구 관련 기념 굿즈 (본인 촬영)

행사와 관련한 부스도 함께 했다. 독립유공자 후손이 들려주는 독립운동 이야기를 듣고 감사의 메시지를 녹음하는 '독립유공자 바로 봄'과 '함께 그리는 독립 체험관' 등의 체험 부스가 마련됐다. 세종로공원에서도 '백범로드 전시관', '백범 기억 소품 만들기' 등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거센 비로 일찍 문을 닫은 부스가 많았다. 그렇지만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조명한 웹툰 전시 및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 체험 부스 (본인 직음)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 체험 부스 (본인 촬영)

"이 작품은 3년에 걸쳐 100명의 만화가가 뜻을 모아 완성한 독립운동가 웹툰입니다. 아이들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보다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정보무늬를 찍으면 무료로 전편을 보실 수 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충청남도와 성남시 등 지자체와 웹툰 작가 100인이 협력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년에 걸쳐 제작한 '독립운동가 100인 웹툰 프로젝트'의 결실이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어린이와 젊은 세대가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디지털 만화 매체로 독립운동가들의 공헌을 재조명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작품들이다.

캐리커처 그림을 촬영하고 있다.(본인 찍음)
캐리커처 그림을 촬영하고 있다. (본인 촬영)

독립운동가 웹툰 전시 존 건너편에서는 작가들이 시민들에게 무료로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작가는 자신의 작품과 독립운동가 김용길, 홍기석 선생에 대해 설명하면서 작품 뒤에 부착된 정보무늬로 카카오페이지 등 플랫폼에서 웹툰 전체를 무료로 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시민의 캐리커처를 그리는 웹툰 작가(본인 찍음)
시민의 캐리커처를 그리는 웹툰 작가 (본인 촬영)

캐리커처 부스 앞은 작가와 시민들이 정겹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비의 흔적이 남은 습기 속에서도 작가들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징을 잡아 종이에 담아냈다. 필자도 딸과 함께 순서를 기다려 웹툰으로 담을 수 있었다.

"어머, 실물보다 훨씬 예쁘게 그려주셨어요. 방에 걸어놔야겠어요. 고맙습니다."

옆에서 한 여성은 작가가 건네준 그림을 보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필자 역시 딸과 함께 차례를 기다린 끝에, 그림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우리도 그동안 네 컷 사진은 수도 없이 찍어봤지만, 딸과 함께 그림 한 장에 캐리커처로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페스티벌 무대 위 댄스 팀 공연.(본인 찍음)
페스티벌 무대 위 댄스 팀 공연 (본인 촬영)

오후 7시를 넘겨 광화문광장 중앙 특설 무대에서는 본공연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장내 아나운서의 진행에 따라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전문 뮤지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의 공연이 이어졌다. 군악대 연주가 끝나고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공연을 선보였다. 이들의 무대에 학부모들과 시민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조명 아래 펼쳐진 축제 무대(본인 찍음)
조명 아래 펼쳐진 축제 무대 (본인 촬영)

이어 등장한 대학교 실용음악과 6인조 밴드는 일주일간의 업무와 학업에 지친 시민들을 위해 대중적인 응원가 두 곡을 선곡했다. 경쾌한 넬(NELL)의 'Butterfly'와 데이식스(DAY6)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광화문 밤하늘에 울려 퍼지자, 관객석에서 자연스럽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공연을 관람하며 박수 치는 시민들(본인 찍음)
공연을 관람하며 박수 치는 시민들 (본인 촬영)

"8월 29일은 백범 김구 선생의 150번째 탄생일입니다. 모두 축하를 외쳐보면 어떨까요?"

공연 중간, 무대 위 진행자가 말하자 객석을 가득 채운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축하합니다!"라고 화답했다. 광장 가득 퍼져 나간 목소리는 150년의 시간을 넘어 마음을 전하는 듯했다.

공연을 관람하며 박수 치는 시민들 (본인 찍음)
공연을 관람하며 박수 치는 시민들 (본인 촬영)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진 뒤, 마지막 순서로 가수 소찬휘의 특별 축하 공연이 펼쳐졌다. 폭발적인 가창력이 광장에 울려 퍼지자, 시민들은 저절로 손을 흔들고 함께 했다. 그간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대형 미디어 패널 '미디어 리버'  (본인 찍음)
대형 미디어 패널 미디어리버 (본인 촬영)

이번 행사는 150년 전 이 땅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헌신한 백범 김구 선생의 삶과 문화강국으로서의 염원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김구 선생은 생전 '백범일지'의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독립운동가의 역사를 만화로 배우고, 가족이 함께 캐리커처를 남기며, 청소년들의 열정적인 무대에 박수를 보내는 일상의 풍경이야말로 소중한 문화의 힘이 아닐까.

행사날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백범 김구 조형물.  (본인 찍음)
행사 날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백범 김구 조형물 (본인 촬영)

행사 전에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 다시 찾아보다가,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면모를 새롭게 알게 됐다. 선생은 독립운동가이기 이전에 오랫동안 교육에 몸담았던 사람이었다. 을사늑약 이후 국권 회복의 길이 교육에 있다고 믿고 직접 학교를 세워 학생들을 가르쳤고, 황해도 곳곳을 다니며 강연과 계몽 활동을 이어갔다. 광복 후에도 다르지 않았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위해 백범학원과 창암학원을 세워 무상으로 교육을 베풀었다는 대목을 읽으며, 그가 그린 나라의 모습이 어떤 것이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미디어 리버.(본인 찍음)
미디어리버 (본인 촬영)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백범일지'에 남긴 문화강국에 대한 바람이었다. 무력이나 부보다 문화의 힘을 갖춘 나라를 꿈꿨다는 그 소망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는 이유가 있다고 느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아이들이 웹툰으로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배우고, 청년들이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쩌면 이것이 선생이 바라던 문화의 힘이 아닐까 싶었다.

동시에 지난봄,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을 찾았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날 강연에서 들었던 김구 선생의 이야기가 이번 광화문광장의 풍경과 겹쳐 보였다. 

액자에 담긴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 우표  (본인 찍음)
액자에 담긴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우표 (본인 촬영)

유네스코 총회는 올해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해로 지정했다. 김구 선생이 평생 강조했던 교육과 문화의 힘, 평화 사상이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한 나라의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인류가 함께 기억할 유산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니,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행사도 그 결실의 한 자락이었던 셈이다. 무력이나 경제력이 아니라 문화의 힘으로 세계와 함께 행복해지길 바랐던 선생의 소원이 150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모습을 보니 묘한 감회가 들었다.

행사 안내 리플렛을 들고 바라본 행사장 전경. (본인 직음)
행사 안내 홍보물을 들고 바라본 행사장 전경 (본인 촬영)

빗줄기가 씻어낸 광화문광장의 젖은 보도블록 위로 서늘한 조명 빛이 비쳤다. 비 온 뒤의 선선한 바람 속에서 딸과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와 광장을 채웠던 선율은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을 따스하게 해줄 것만 같다. 역사는 과거의 서가에 머무는 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웃음과 노래, 정겨운 삶의 온기 속에서 생생하게 숨 쉬는 게 아닐까.

☞ (보도자료) 김구 탄생 150주년 유네스코 기념해 기념사업 8월 집중 추진

☞ 김구 탄생 150주년 유네스코 기념해: 나의 소원, 평화의 문화 안내 바로 가기

김윤경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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