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을 찾으면 자연스럽게 오래된 궁궐의 건축과 풍경에 시선이 머문다. 기와지붕과 처마, 나무 기둥을 따라 걷다 보면 수백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기분도 든다. 그런데 이 역사적인 공간에 현대미술 작품이 놓인다면 어떤 풍경이 만들어질까.


그 궁금증을 안고 창덕궁 낙선재를 찾았다. 9월 1일부터 6일까지 이곳에서는 제4회 K-헤리티지 아트전 '이음의 선'이 열렸다. 전통공예와 현대미술을 함께 선보이는 전시로 평소 궁궐을 관람할 때와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낙선재를 걸어볼 수 있었다.
◆ 고궁이 전시장이 되다, 낙선재에서 만난 '이음의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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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무형유산 전승자를 비롯한 전통 장인과 현대 작가 48명이 참여했으며, 약 160점의 작품이 낙선재 곳곳에 자리했다. 전시 제목인 '이음의 선'은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을 과거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현대의 예술가와 관람객에게 연결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반적인 미술관에서는 흰 벽을 배경으로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낙선재에서는 달랐다. 나무 기둥과 창호, 기와와 마당까지 모두 작품을 둘러싼 하나의 풍경처럼 느껴졌다. 작품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면 낙선재의 건축이 함께 들어왔고, 다시 건물을 바라보다 보면 그 곁에 놓인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전통공예와 궁궐이라는 서로 가까운 요소뿐 아니라 현대적인 작품까지 한 공간에 놓이니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듯했다.
◆ 금박·소목·통영 대발, 장인의 손끝에서 이어진 전통

작품을 따라 걸으며 금박과 소목, 통영 대발 등 우리 전통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공예 작품을 가까이에서 살펴봤다. 사진이나 화면으로 공예품을 볼 때와 달리 실제 작품 앞에서는 재료의 질감과 세밀한 표현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오랜 시간 반복하고 숙련해야 완성할 수 있는 장인의 기술이 작품 곳곳에 담겨 있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기술과 소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작품을 함께 볼 수 있었다. 반대로 회화와 설치, 사진 등 현대미술에서도 전통을 오늘의 방식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시대와 표현 방식을 가진 작품들이 한 공간에 놓여 있었지만, 낯설게 충돌하기보다는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졌다. '전통을 지킨다'는 것이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전통을 다음 세대로 연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관람에서 전시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해설을 들은 뒤 같은 작품을 다시 바라보니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떤 전통 기법이 활용됐는지,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어떤 손길이 필요한지, 작가는 전통을 어떤 방식으로 작품에 담아냈는지 이야기를 들으니 단순히 예쁘다고 생각했던 공예품에서도 그 안에 축적된 시간과 기술을 떠올리게 됐다.
◆ 과거를 보존하는 것에서 오늘과 내일로 '잇는' 국가유산

이번 전시에서 만난 것은 전통공예와 현대미술 작품의 조합만은 아니었다. 장인에게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기술의 선,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예술의 선, 그리고 작품과 관람객을 연결하는 새로운 경험의 선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국가유산을 지킨다는 의미에 대해서도 깨달았다. 소중한 문화유산의 원형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일은 중요하다. 동시에 그 가치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다음 세대가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 역시 국가유산을 오래 이어가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궐은 과거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만나는 문화는 오늘도 계속 변화하고 있었다. 전통을 지키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늘의 감각으로 만나고, 다시 미래로 이어가는 것. 이번 K-헤리티지 아트전 '이음의 선'을 걸으며 국가유산이 현재에도 살아 움직이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 (보도자료) 낙선재에서 새롭게 만나는 전통공예와 현대미술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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